2
부산메디클럽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와인 한잔할래요?

  • 국제신문
  •  |   입력 : 2022-10-23 19:45:14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가을이 지나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
올해 이탈리아 프리오카에서 열린 와인품평회를 마치고 와인을 즐기는 스태프들.
가을이 오는 계절. 높고 푸른 하늘, 가슴속으로 스며드는 바람이 좋다. 밤하늘의 별빛을 안주 삼아 입 안 가득 와인을 머금고 싶은 밤, 가을이 어느새 우리 앞에 서 있다.

나와 함께 노래할래요? 영화 ‘비긴 어게인(Begin Again)’의 원제는 ‘Can a song save your life?(노래가 당신을 구할 수 있나요?)’이다. 영화의 제목처럼 영화에 수록된 많은 곡이 우리의 심금을 울리지만 그중 다시 시작한다는 뜻의 ‘Begin Again’과 가장 잘 어울리는 곡은 ‘로스트 스타스(Lost Stars)’이다. “We all lost stars, trying to light up this dark? (우리는 이 어둠을 밝히려고 애쓰는 길 잃은 별들인가요?)” 우주의 미아처럼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헤매는 우리의 삶. 아주 작은 별이 캄캄한 하늘을 밝히려 빛나는 것처럼 이루기 힘들어도 시도는 해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현재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와인 한잔할래요? 우리는 주변 사람들에게 “식사 한번 합시다” “소주 한잔하자”란 말을 흔하게 한다. 하지만 실제로 그들과 식사나 소주 한잔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형식적으로 무심코 던지는 의미 없는 말보다 구체적이고 진심 어린 대화가 필요하다. 더군다나 와인을 마셔보지 않았고 와인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 와인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은 경험하지 못한 기억을 이야기하는 것만큼 힘든 일이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영화 ‘굿바이 어게인(Goodbye again)’에서 시몽(안소니 퍼킨스)이 폴라(잉그리드 버그만)에게 한 말이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음악회 티켓을 주면서 함께 보러 가자고 하는 건 이제 촌스러운 데이트 신청이다. 세련되고 구체적으로 말해야 마음이 전달될 수 있다.

‘피노누아를 좋아하세요?’ 이제는 이렇게 이야기해보자. 일방적인 제안이 아니라 상대의 취향과 경험을 존중하는 태도, 이렇게 개념적이고 참하게 물어보는 사람이 곁에 있다면 그는 분명 당신과 진심으로 와인 한잔하고 싶은 것이 맞다.

“(파가니니의) 연주를 들어보지 못한 이들에게 아무리 열심히 설명한들, 무감각한 철자와 죽은 단어의 나열, 그저 해독 불능의 상형문자에 불과할 것이다.” 빈 공연 직후, 그의 바이올린 협주곡 3번 E장조에 관한 논평처럼 맛있는 음식을 즐길 때나 콘서트에서 음악과 분위기에 빠져드는 순간에도 아무런 느낌이나 반응 없는 사람이 곁에 있다면 어떤 기분일까?

밤하늘의 별들만으로 캄캄한 세상을 환하게 밝힐 수는 없지만 별빛을 이정표 삼아 길을 잃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처럼 행복한 삶을 위한 자기 증명은 끝없이 이어진다. 그러기 위해선 책임감이 필요하다. 설득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모든 사람이 성공할 수 없는 것처럼 매일 특별한 와인을 마실 수는 없다. 일반 대중이 편하게 살 수 있는 세상처럼 평범한 와인이지만 맛으로만 느끼는 비정신적 영역의 즐거움뿐만 아니라 함께했던 사람과 장소, 감정 등의 기억을 떠올리며 와인을 즐길 수 있는 문화가 그립다.

최태호 부산가톨릭대 와인전문가과정 책임교수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암세포 얼려 죽이는 ‘냉동제거술’…91세 어르신도 간암 치료 성공
  2. 2땅주인 허락 없이 덱 깔았다가…5500만 원 날린 부산 서구
  3. 3가덕신공항 10조대 공사 수주 물밑작전
  4. 4충장대로 여전히 교통지옥…지하차도 완공 지연 ‘부글부글’
  5. 5부산시 ‘고도제한 완화’ 방침에 원도심 지자체 들썩
  6. 64성급도 몰려온다…올여름 해운대 ‘호텔대전’
  7. 7손흥민 마지막 경기서 통산 3번째 ‘10골 10도움’ 금자탑
  8. 8매일 배아프다는 아이, 꾀병·배탈 속단 말고 정밀진단을
  9. 9부산시 부금고 경쟁…시중은행 막강 자금력에 농협 백기?
  10. 10與 차기 부산시당위원장 후보군, 정동만·이성권으로 압축
  1. 1與 차기 부산시당위원장 후보군, 정동만·이성권으로 압축
  2. 2제주도로…울릉도·독도로…부산시의회는 ‘국내 연수중’
  3. 3尹 “부산, 총선서 큰 역할…부산대병원 7000억 꼭 지원할 것”
  4. 4국힘 황우여 비대위원장, 김진표·이재명 잇단 예방 “여야가 형제처럼 만나자”
  5. 5[속보]尹, ‘채 상병 특검법’ 거부권 행사
  6. 6한 총리 채상병 특검법에 "의결 과정, 내용에 많은 문제점"
  7. 7“부산현안 골든타임…정교한 입법전략을”
  8. 8“지방 살릴 부산허브법·산업은행법…여야 합심 처리 기대”
  9. 9“지방시대 정책속도 기대 못 미쳐…조세권 과감한 이양을”
  10. 10“기회발전·교육 특구 성공하려면…강남 중심 사고 틀 깨야”
  1. 1가덕신공항 10조대 공사 수주 물밑작전
  2. 24성급도 몰려온다…올여름 해운대 ‘호텔대전’
  3. 3부산시 부금고 경쟁…시중은행 막강 자금력에 농협 백기?
  4. 4바이오의약품 연구 IDC사옥 9월 개소
  5. 5부산시민단체 성명서 “내년 출범 대체거래소 거래 품목 확대 반대”
  6. 6숙박세일 페스타 예약 할인…부산 오면 최대 5만 원 혜택
  7. 7지역社 20곳·300억 이상씩 허용…‘하도급 낙수효과’ 과제
  8. 8주식공매도 재개하나, 안 하나…금감원·대통령실 엇박자
  9. 9부산시, 부산에 선박 전자기 인증센터 200억 투입 2028년 완공
  10. 10[뭐라노]대체, 거래소를 뭘로 보길래?
  1. 1땅주인 허락 없이 덱 깔았다가…5500만 원 날린 부산 서구
  2. 2충장대로 여전히 교통지옥…지하차도 완공 지연 ‘부글부글’
  3. 3부산시 ‘고도제한 완화’ 방침에 원도심 지자체 들썩
  4. 4봉하마을 뒷산 사자바위에서 50대 여성 투신
  5. 5전국 태권도대회 출전했던 부산 여고생 선수 의식불명
  6. 6부산대, '의대 정원 증원' 학칙 개정안 가결
  7. 7양산서 대학생 몰던 오토바이 사고…운전자 숨져
  8. 8“유흥 즐기며 활보”…거제 데이트 폭력 男 구속
  9. 9[단독]해운대서 자전거 타던 중·고교생 충돌… 1명 의식불명
  10. 10해운대 등 10개구 의무휴업 월요일로 변경…부산 25개 대형마트 적용
  1. 1손흥민 마지막 경기서 통산 3번째 ‘10골 10도움’ 금자탑
  2. 2축구대표 감독 이번에도 임시…김도훈 전 울산감독 선임
  3. 3맨시티 프리미어리그 사상 첫 4연속 우승
  4. 4내년 부산 전국체전 10월 17일 개막 7일간 열전
  5. 5코르다 LPGA 독식, 벌써 시즌 6승
  6. 6골리앗 잡은 다윗…최하위 롯데, 선두 KIA 격파
  7. 7414일 만에 1군 복귀 롯데 이민석, 4회 교체 아쉬움
  8. 8이마나가, ML 마운드 새 역사…9경기 무패 평균자책점 0.84
  9. 9레버쿠젠, 무패 우승 ‘트레블’ 신화 도전
  10. 10올림픽 출전 앞둔 태권도 김유진, 亞선수권 3년 만에 ‘금빛 발차기’
우리은행
후보가 후보에게 묻는다
부산 서동
4·10 총선 지역 핫이슈
원도심 숙원 고도제한
강동묵의 디톡스 [전체보기]
노동자 건강을 위한 국제사회의 경향
소규모사업장 중처법, 투약 중단이 필요한가?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옛 부산세관 복원, 진정한 새로운 전통이 되길
부산 영도, 낭트의 낭트 섬을 보자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축복의 계절
과학계의 스승과 제자
국제칼럼 [전체보기]
‘3요’와 칸 레드카펫을 빛낸 조연들
AI시대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기고 [전체보기]
해외직구식품, 현명한 선택과 소비가 필요하다
‘질병x’ 대유행 예방과 대응, 대만과 함께
기자수첩 [전체보기]
영화의전당 대표 연임…소통 외치는 현장에 귀 기울여야
김갑수의 생각 [전체보기]
이재명 대표께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아직 명당 덕을 덜 본 것일까?
노무현이 옳았다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신문은 살아 있고, 칼럼은 말을 건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디아스포라의 노래 영천아리랑
우리 융복합 음악의 시초 고구려악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소통을 이기는 무기는 없다
선한 영향력
데스크시각 [전체보기]
가덕신공항과 박형준의 정치적 미래
도청도설 [전체보기]
좁쌀 한 알
언디스퓨티드 챔피언
메디칼럼 [전체보기]
일하는 사람의 1차 의료, 근로자 건강진단
100세시대의 건강관리법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조식전쟁
미쉐린 가이드와 ‘부산의맛’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뇌력(腦力)을 키우는 다섯 가지 비결
뇌, 팩트 체크!
사설 [전체보기]
채상병 특검법 10번째 거부권…윤 대통령 책임 크다
고도제한 푼다는 부산시, 규제 완화가 능사 아니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우리의 가까운 미래를 위하여
사라지는 중간, 중산층을 위한 도시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의대 입학정원 갈등의 올바른 해법
우리 시대의 올바른 복지 원칙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회의 바다, 우리네 함장은 어디로 키를 잡을까
부산항, 글로벌 물류 허브 플러스 알파
이해인 수녀 '기도의 창가에서' [전체보기]
12월의 기도편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경제문제가 풀려야 인구문제가 풀린다
중국의 한국시장 시장교란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호모 사피엔스의 바다
세상을 뒤흔든 춤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한국교육의 새 지평을 여는 IB교육학회 창립
‘자신과의 경쟁’이 ‘경쟁 교육’ 대안이다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비례대표 제도는 죄가 없다
‘자객공천’ 유감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오페라 와인
와인이란
특별기고 [전체보기]
부산의 위대한 도전은 계속 된다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낭만오페라의 종언! 푸치니
정명훈과 도쿄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처음 보는 ‘무릉도원’
무호 이한복의 ‘운룡도’
CEO 칼럼 [전체보기]
우리는 역사적 사명을 띠고 태어났다
드론으로 변화할 부산의 미래
  • 국제크루즈아카데미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