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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칼럼] 의료경영 시대, 민간과 공공 구분이 없다

환경변화로 병원폐업 속출…인구 구조·수요에 대응하고 목적·비전 있어야 생존가능

전문가 의료경영 참여 절실

  • 국제신문
  •  |   입력 : 2022-10-18 19:40:45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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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신용불량자가 가장 많은 직종이 의사’라는 신문 기사를 읽은 적 있다. 지난 한 해 새로 개원한 의료기관의 수를 100으로 봤을 때 폐업한 수가 67이라는 것을 보면 의사들과 의료시장의 상황을 대략 짐작할 수 있다. 지난 코로나 기간 마스크 상시 착용으로 감기 환자가 급감해 이비인후과 의원의 개원 수와 폐업한 수가 동일한 수준이었고,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폐업한 수가 개원한 수보다 많았다고 한다. 특정 진료과의 사례이기는 하지만 이 같은 상황이 코로나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다양한 의료 환경의 변화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엮여 있어 이제는 무턱대고 병원을 개원했다가는 또 한 명의 신용불량자를 만들어 낼 법한 상황이다.

60년의 역사를 뒤로하고 파산한 침례병원은 규모와 의료 서비스 수준에 있어서 타 의료기관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던 부산을 대표하는 민간 의료기관이었다. 종합병원으로서 지역의 거점 병원 역할을 톡톡히 했던 병원이 경영악화로 문을 닫고, 현재까지 활용 방안에 대해서는 현실성 있는 대안이 추진되지 않고 있다. 병원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많았겠지만 결국 변화하는 의료 환경에서 살아남지 못하고 도태된 사례다.

공공 의료기관도 예외는 아니다. 공공 의료기관은 공익을 목적으로 정부의 재정적 지원이 있는 곳이라서 민간 의료기관보다 더 까다로운 기준에 의해 경영되고 평가돼야 하지만 그 기준 또한 모호한 것이 현실이다. 매년 공공 의료기관의 손실과 부채는 공공 의료기관 운영의 화두가 되고 있고, 그것이 빌미가 되어 폐쇄되는 경우도 있었다. 공공 의료기관은 적어도 민간 의료기관과 중복되지 않는, 민간에서 감당하지 못하는, 예를 들어 이번 코로나와 같은 ‘전염병 및 재난대비 의료 서비스’ 혹은 ‘의료취약계층을 위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서 그 역할과 목적(미션)을 찾아야 한다.

지난 코로나 ‘3차 대유행’ 때 코로나 확진 환자들이 구급차를 통해 부산이 아닌 타지역의 병원으로 이송되는 상황을 보면서 부산의 공공 의료 병상 수가 전국 평균의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는 현 상태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코로나가 종식된다 하더라도 앞으로 감염성 질환이 늘 도사리고 있고 응급환자들이 마땅히 갈 곳을 찾지 못하는 부산의 현 의료 상황에서 공공 의료 병상의 확충과 함께 경영 방향을 어디로 잡아야 할지 충분히 알 수 있다.

병원이 인구구조와 의료수요 등 다양한 의료 환경의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지 못하면 존립 자체가 흔들린다. 시대적 상황에 부합하는 병원의 목적(미션)과 목표(비전)가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지, 돈과 인력만 투입한다고 해서 무조건 경쟁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병원이 지속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일련의 경영활동들이 필수적이다. 의료 서비스의 방향과 경영전략을 세우고 실행에 따른 평가도 뒤따라야만 한다. 일반적으로 병원은 의사가 운영하는 곳이라 병원장은 당연히 의사라고 생각한다.

필자가 사회복지학 교수 자리를 떠나 의료법인의 경영자로 활동을 시작하였을 때만 해도 소위 의사가 아닌 병원장은 드물었지만 20년이 지난 지금은 다양한 배경을 가진 병원장들이 많아졌다. 비의료인 병원장이 다양한 구성원들과 소통을 해 나가는 것은 그리 쉽지 않지만 경영자로서 그 역할과 함께 변화하는 의료수요에 발 맞춰 의료 서비스의 방향과 전략을 강구해 나가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다.

노인인구의 지속적인 증가로 인해 고령자를 위한 의료 서비스의 수요가 급격히 늘면서 요양병원 수가 급증한 것을 보면 쉽게 짐작해 볼 수 있다. 부산의 187개 요양병원은 노인의료 서비스의 수요에 맞춰 최근 17년 사이에 설립되거나 전환된 것으로 짧은 역사 속에서 급속히 늘어난 요양병원과 의료법인의 증가는 급증한 노인 의료수요가 반영된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반대로 정신건강의학과의 경우 입원 병상을 줄이거나 폐과하는 병원이 늘고 있다. 대학 병원들은 전문의를 배출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정신과 병동을 유지하기는 하지만 부산을 비롯한 전국 대부분의 병원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입원 병상은 이미 지난 10여 년간 20% 이상 축소됐고, 아예 정신건강의학과를 없애는 병원들도 속속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의료기관은 민간과 공공 구분할 것 없이 의료수요와 정책의 변화에 발 맞춰 존립의 목적과 목표를 재설정할 수 있어야 생존할 수 있다. 또한 병원 구성원이 조직의 목적과 목표에 부합하는 의료 서비스 수준과 고객 만족도를 높여나가야만 그 병원의 미래가 있는 것이다. 오늘날은 어느 조직이든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목표를 설정해야 하고 환경을 고려하며 지역사회와 함께 사회적 가치 창출 활동을 투명하게 해 나가야만 하는 시대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다양한 전문가의 의료 경영 참여가 절실하다.

김종천 영파의료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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