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장병윤의 대안 모색] 정치인의 언어

  • 국제신문
  •  |   입력 : 2022-09-29 19:37:00
  •  |   본지 2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수십조 원이 드는 세금 먹는 하마 입법을 민생입법이라 기만하고 국민을 현혹하고 있다. 이건 정치가 아니라 뒷골목 양아치들 같은 폭치” (야당이 내놓은 7대 민생법안에 대해). “윤 외교 참사, 천공 스승의 가르침 때문인가 김건희 여사가 걷기 싫다고 한 건가?” “상갓집에 가서 조문은 하지 않고 육개장만 먹고 온 격”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조문 불발에 대해).

최근 정치 현안을 놓고 정치인이 내뱉은 언사들이다. 그것도 여야 의원의 발언들로 듣기 거북스럽다. 시정잡배나 쓸만한 언사를 명색이 선량이라고 하는 이들이 마구잡이로 쓰니 ‘막말 정치’란 지적이 전혀 이상스럽지 않다. 말은 한 사람의 생각과 사상의 반영이자 품성과 인격을 드러낸다. 그래서 자고로 말은 가려 하라 했고, 세 치 혓바닥을 함부로 놀리지 말라고 했다. 말 한마디로 사람을 죽이거나 살린다고도 했다. 이렇듯 말은 한 번 뱉으면 다시 주워 담을 수 없으니 조심스레 쓰라고, 오랜 경험을 반영한 경구들이다.

특히 한 사회를 이끌어가는 지도자들의 말이야말로 한 마디 한 마디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들이 사회적으로 차지한 무게감만큼 말이 주는 파장이 크기 때문일 터다. 한편으로는 지도자들의 말은 사회의 수준을 나타내기도 한다. 툭하면 너나없이 국격을 들먹이지만 자신들의 말 한마디가 그 잣대가 됨을 까맣게 모르는 듯하다.

지도자를 자처하는 정치인의 말투가 뒷골목 건달들이 쓰는 말이나 별반 다를 바 없다. 오히려 말속에 숨긴 비열한 암수들로 오염의 정도가 더 심하다. 막말을 내뱉으면 속이 시원할지는 모를 일이다. 혹은 그들을 지지하는 팬덤을 의식한 발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 정치인의 막말이 무서운 것은 그들 자신을 더럽힐 뿐만 아니라, 시민의 정서도 오염시킨다는 점이다.

세상이 각박해지면서 항간의 언어도 거칠어진다. 약육강식 승자독식의 처절한 경쟁 속에서 각자도생의 삶을 이어가는 민중의 삶이 말을 거칠게 만든다. 그에 더해 정치판의 막말 행렬이 시민의 언어를 오염시키고 정서를 황폐하게 만들고 있다. 정치와 관련한 시민의 발언은 정치인의 언사를 그대로 옮겨와 공격적이다. 차례상 앞에서 지지하는 정파를 둘러싼 입씨름으로 가족 간 우애가 깨어지는 것은 흔히 보는 명절 풍경이다.

정치인의 막말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그 말에 담긴 혐오와 분노, 적대감 때문이다. 평상의 언어로 의견을 내기보다 무례한 언사를 동원하는 것을 능사로 여긴다. 상대에 대한 적개심마저 보이는 정치인의 언사는 사회를 분열시키고 혼탁하게 만든다.

어느 사회, 어느 시대든 지도자들은 당대 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치유하고 조정하고 통합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마땅히 이성을 바탕으로 민심을 어루만지는 따듯함과 겸허함을 미덕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의 정치판 언어들이 갈수록 거칠어지고 살기를 띠어가니 개탄스럽지 않을 수 없다.

어린 시절 고향 마을에선 해마다 정월보름이면 당제를 지냈다. 마을의 안녕을 비는 주민의 집단 기원행위였다. 당제를 주관하는 이를 유사라고 하는데, 주민이 번갈아 역할을 맡았다. 유사로 지명된 이는 행동거지나 말본새를 신중히 했다. 평소보다 말수를 줄이고 시비에 연루되지 않도록 언행을 정갈히 했다. 유사가 이렇게 삼가며 신독한 것은 왜일까. 한 해 동안 마을의 안녕과 번성을 위한 기도의 집전자로서의 공동체에 대한 책임감 때문이 아닐까.

하물며 마을의 지도자가 그러할진대, 나라를 이끌어가는 위정자들이 벌이는 행태를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장삼이사 서민의 생각이나 언행보다도 저질스럽다.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의원들이 하는 꼴이 어떨 땐 세 살 먹은 아이보다 어리석고 주먹질을 일삼는 건달보다 야만스럽다. 그래서 우리 정치 전반이 후진적이고 퇴행적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

하루도 조용한 날 없이 입에 담기조차 역겨운 망언을 뱉어내고도 부끄러움조차 모르니 정치판이 이전투구 판이라는 소릴 듣는 것 아닌가. 지난 수도권 물난리 때 수해 현장에 나온 여당 중진의원이 비가 좀 더 왔으면 사진이 될 텐데 하는 망발을 거리낌 없이 했다. 또 어느 구청장은 그 북새통에 먹방 사진을 올려 원성을 샀다. 우리 정치인의 수준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오늘 우리의 삶터는 복합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당장 먹고사는 서민의 민생문제, 국제적 역학관계 속 한반도의 위상 등 현안이 산적해 있다. 크게는 기후위기라는 엄혹한 현실이 하루가 다르게 우리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이들 과제를 풀어내려면 공동체 구성원들의 마음을 모으고 실천적 대응을 이끌어야 한다. 분열이 아니라 대동의 정치가 전제돼야 한다.

혐오와 갈등을 조장하는 정치가 아닌 공감하는 정치, 현안 앞에 머리를 맞대 고민하는 신뢰의 정치, 그러한 정치가 우리 사회를 유지시키고 발전시키는 동력이 될 것임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대통합의 정치는 말로부터 시작된다. 야비한 정치적 언사로 세상을 분열시킬 게 아니라, 자중하면서 겸허하게 민심의 바다로 나가는 것이 첫걸음이다.

장병윤 한살림부산 이사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속보] 트럼프 펜실베이니아 유세 중 총격 발생
  2. 2정체전선으로 인한 강한 비...예상강수량 50~100㎜
  3. 3[속보] 트럼프 유세장 총격 범인 사망
  4. 4트럼프 펜실베이니아 유세 중 피격... 총격범 포함 2명 사망
  5. 5낙동강 생태공원 '알박기 차량' 사라진다
  6. 6'5살 관원 심정지' 30대 태권도 관장... 오늘 3시 영장심사
  7. 7경남도, 축제 바가지요금 근절…'3진 아웃제' 관리 매뉴얼 도입
  8. 8'40년 넘어 노후화' 창원 반송초, 미래형 학교로 새 단장
  9. 91128회 로또 복권 1등 63명…당첨금 각 4억 1992만 원씩
  10. 10함안 새차 ‘급발진’ 의심 사고…국과수 “가속 페달 작동 가능성”
  1. 1곽규택 의원-보좌관 협업으로 에어부산 분리매각 연일 목청
  2. 2“野가 여론 왜곡”vs“尹부부가 배후”…임성근 전 해병대 사단장 무혐의 공방
  3. 3이번엔 사천 의혹 등 ‘거짓말’ 충돌…극한 치닫는 원-한 갈등(종합)
  4. 4尹, 기시다와 정상회담 “북러 밀착, 글로벌 안보 심각한 우려”
  5. 5野 ‘노란봉투법·구하라법’ 등 당론 채택
  6. 6[뭐라노-이거아나] 필리버스터
  7. 7與 ‘尹탄핵 청문’ 권한쟁의심판 예고…野 “반대 청문도 환영”
  8. 8국힘 당권주자들 한목소리로 부산 발전 약속
  9. 9‘임성근 구명 로비’ 녹취록 파장…野 “尹 국정농단” 與 “李 방탄용”
  10. 10동북아물류플랫폼 등 부산 4대 사업 GB해제총량 예외 인정 받을까
  1. 11128회 로또 복권 1등 63명…당첨금 각 4억 1992만 원씩
  2. 2'나홀로 자영업자' 지난달 13만명↓…8년 8개월來 최대 감소
  3. 3유류세 인상에 기름값 지속 상승…휘발유 ℓ당 1700원 돌파
  4. 4새 폼팩터 UMPC 시장 후끈…'3040 키덜트' 설렌다
  5. 5부산 재건축 최대어 어디로…망미주공 ‘4파전 ’
  6. 6가덕신공항 공사 ‘공동도급 2→3社’ 입찰 조건 완화
  7. 7유커 감소·고환율에 직원·급여 줄이며 마른 수건 짜내기
  8. 8진해신항 컨부두 3번째 유찰…메가포트 차질 우려
  9. 9더위보다 뜨거운, 유통가 초복 마케팅
  10. 10CU, 초대형 아이스 아메리카노 출시
  1. 1[속보] 트럼프 펜실베이니아 유세 중 총격 발생
  2. 2정체전선으로 인한 강한 비...예상강수량 50~100㎜
  3. 3[속보] 트럼프 유세장 총격 범인 사망
  4. 4트럼프 펜실베이니아 유세 중 피격... 총격범 포함 2명 사망
  5. 5낙동강 생태공원 '알박기 차량' 사라진다
  6. 6'5살 관원 심정지' 30대 태권도 관장... 오늘 3시 영장심사
  7. 7경남도, 축제 바가지요금 근절…'3진 아웃제' 관리 매뉴얼 도입
  8. 8'40년 넘어 노후화' 창원 반송초, 미래형 학교로 새 단장
  9. 9함안 새차 ‘급발진’ 의심 사고…국과수 “가속 페달 작동 가능성”
  10. 10허경영 ‘신도 성추행 의혹’ 경찰 조사…“돈 뜯어내려는 것” 혐의 부인
  1. 1대한축구협회, 이사회 승인으로 홍명보 국가대표팀 감독 공식 선임
  2. 2해동고 40년 만에 ‘금빛 메치기’
  3. 3음주운전 빙속 김민석, 헝가리 귀화
  4. 4고별전도 못한 홍명보 감독
  5. 5반즈 화려한 귀환…박세웅 제 몫 땐 ‘7치올(7월에 치고 올라간다)’
  6. 6잉글랜드 2회 연속 결승행…스페인과 빅매치
  7. 7‘메시 氣’ 받은 야말, 유로 최연소 골…스페인 결승행 견인
  8. 8부산고·경남고 ‘외나무 다리’서 만난다
  9. 9베테랑 투수 의존 과한 롯데…젊은 선수들 분발해야
  10. 10사격 17세 반효진, 43세 이보나…파리행 태극전사 최연소·최고령
與당권주자 릴레이 인터뷰
“당정 소통이 당쇄신의 시작…반윤 앞세우면 공멸”
與당권주자 릴레이 인터뷰
“원내만으로 현안 못 풀어…대표되면 당 시스템 쇄신”
강동묵의 디톡스 [전체보기]
산재보험 60년, 이순(耳順)이기를 바란다
노동자 건강을 위한 국제사회의 경향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더 많이 두들겨 보아야 할 산복도로라는 돌다리
옛 부산세관 복원, 진정한 새로운 전통이 되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정부 R&D에서 지역이 소멸되었다
과학인증의 시대
국제칼럼 [전체보기]
길 들이기와 길 들지 않기
‘3요’와 칸 레드카펫을 빛낸 조연들
기고 [전체보기]
AI의 일상화와 창작
아빠 육아 참여, 선택이 아닌 필수
기자수첩 [전체보기]
영화에 대한 열렬한 환호와 예우…‘축제의 궁전’ 품격이 달랐다
영화의전당 대표 연임…소통 외치는 현장에 귀 기울여야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위선’ 일망정 ‘공감’과 ‘배려’를 보고 싶다
아직 명당 덕을 덜 본 것일까?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공존과 양립으로서의 국악 컬래버
디아스포라의 노래 영천아리랑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좋은 사람 되기
실력·인성 갖춘 축구 ‘레전드’ 정용환이 그립다
데스크시각 [전체보기]
가덕신공항과 박형준의 정치적 미래
도청도설 [전체보기]
맨발 걷기
윤나고황
메디칼럼 [전체보기]
미래 한국 의료는 어디로
일하는 사람의 1차 의료, 근로자 건강진단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대만과 밀크피시
조식전쟁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뇌력(腦力)을 키우는 다섯 가지 비결
뇌, 팩트 체크!
사설 [전체보기]
점입가경…‘김건희 문자’에 갇힌 국민의힘 전당대회
양동이로 퍼붓듯…극한 호우 대비 부울경 예외 없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빚 수렁’ 자영업자 위기 극복은
AI시대의 천국과 지옥, 그리고 민주주의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건강주치의 제도가 의료 개혁의 핵심인 이유
의대 입학정원 갈등의 올바른 해법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심해 유전 140억 배럴, 영일만과 산유국의 꿈
기회의 바다, 우리네 함장은 어디로 키를 잡을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푸틴의 행보와 러시아 경제
경제문제가 풀려야 인구문제가 풀린다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수영에서 ‘역사도시’ 부산을 보다
인문 정신은 언제나 곡선으로 간다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나만의 생각’을 길러주려면
한국교육의 새 지평을 여는 IB교육학회 창립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건강과 재물을 얻는 명당아파트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당원 중심주의’의 함정
비례대표 제도는 죄가 없다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호주 와인과 보랏빛 수영장
오페라 와인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바로크 음악
낭만오페라의 종언! 푸치니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꽃피는 부산항’에서
처음 보는 ‘무릉도원’
CEO 칼럼 [전체보기]
변화하는 모터쇼와 부산모빌리티쇼의 도전
위기가 기회로!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