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도청도설] 낙엽 같은 양성평등

  • 이경식 기자 yisg@kookje.co.kr
  •  |   입력 : 2022-09-04 19:44:35
  •  |   본지 2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달빛만큼 매혹적인 것이 있을까. 마음 속속들이 비출 듯한 밝은 달빛을 보노라면 거리로 나가지 않고 버틸 재간이 없다. ‘달을 닮은 사람들이 달 속에서 웃고 있네요//티 없는 사랑으로/죄를 덮어주는/어머니 같은 달빛//잊을 것을 잊고/순하게 살아가라/조용히 재촉하는/언니 같은 달빛//슬픈 이들에겐/눈물 어린 위로를 보내는/친구 같은 달빛’. 이해인 시인이 시 ‘달빛 인사’에서 비유했듯이, 어머니·언니·친구의 얼굴로 다가오는 달빛을 어찌 집 안에서 맞이할 수 있겠는가. ‘달빛기행’이란 이름의 밤길 걷기 행사가 전국적으로 유행하는 건 이런 연유에서일 것이다.

하지만 현실의 밤길은 시처럼 낭만적이지 않다. 최근 글로벌 수하물 보관 서비스 업체 겸 여행사인 ‘바운스’가 34개국을 대상으로 분석한 ‘2022년 여성 혼자 여행하기 안전한 나라’ 순위를 보면, 우리나라는 여자 혼자 밤길 걷는 안전도가 21위에 그쳤다. 지난해 6월 실시한 서울지역 1인가구 조사에서는 설문 대상자의 62.6%가 혼자 밤길 걸을 때 두렵다고 답했다. 2020년 통계청 사회조사에서도 여성의 49.8%가 밤길 걸을 때 불안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운스 조사에서 우리나라의 양성평등 지수와 여성 상대 폭력에 대한 인식 수준은 모두 32위로 꼴찌에 가까웠다. 그 결과 종합순위는 19위를 기록했다.

이런데도 정부의 양성평등 정책은 퇴행을 거듭하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지난 1일부터 오는 7일까지 양성평등주간 행사를 진행 중이지만,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다. 미성년자를 협박해 성착취 영상을 제작한 ‘제2의 n번방’ 사건이 발생했는데도, 정부는 불법 촬영물 삭제를 지원하는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 추가 설치 비용을 내년 예산안에 편성하지 않았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여가부는 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요구에 따라 성평등 문화추진단 사업을 전면 중단했다.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여전히 “여가부 폐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양성평등은 태풍 속 낙엽 신세나 다름없다. 2014년 양성평등법을 전면 개정해 일과 가정의 양립을 통한 실질적 남녀평등을 추구해왔으나, 윤 정부가 들어선 뒤 제동이 걸렸다. “성평등과 페미니즘이 그렇게 중요하면 자기 돈과 자기 시간 내서 하면 된다”는 반론을 만나면서다. 태풍처럼 몰아치는 정부·여당의 반대 기류에 양성평등 잎사귀는 이내 떨어질 듯 위태롭다. 오 헨리의 소설 ‘마지막 잎새’를 연상케 한다.

이경식 논설위원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우루과이, 가나에 2점차 승리…두팀 모두 16강 진출 실패
  2. 2벤투호 '도하의 기적'…'황희찬 결승골' 한국, 극적 16강 진출
  3. 3한국 12년 만의 월드컵 16강 진출…대~한민국 기쁨의 눈물바다
  4. 4장인화 수성이냐, 세대교체냐…부산시체육회장 선거 4파전
  5. 5산업은행 이전 로드맵 짠다…올해 초안 잡고 내년 완료
  6. 6영남 간호사 1만명 부산에서 간호법 제정 촉구 외치다
  7. 7신생아 낙상사고 낸 산후조리원, 하루 지나 부모에 알려
  8. 8여수~남해~통영~거제~부산 남해안 아일랜드 하이웨이 추진
  9. 9시의회 ‘매운맛 의정’에 朴시장은 뒤에서 웃고 있다?
  10. 10[월드컵 레전드 정종수의 눈] “경계 1호는 호날두 아닌 페르난데스…중원 잡아야 승산 ”
  1. 1시의회 ‘매운맛 의정’에 朴시장은 뒤에서 웃고 있다?
  2. 2서해피격 입 연 文 “정권 바뀌자 판단 번복…안보 정쟁화말라”
  3. 3안철수 존재감 알리기 ‘영남투어’
  4. 4김건희 여사 만난 캄보디아 아동 한국 입국해 수술 받는다
  5. 5“안전운임제 폐지 검토” 尹, 압박수위 더 높였다
  6. 6이상민 해임건의안 본회의 보고 사실상 무산
  7. 7"정치파업 악순환 차단" 벼르는 정부…노정관계 시계제로
  8. 8尹대통령 지지율 3%p 오른 32%…"도어스테핑 중단 책임" 57%
  9. 9[뭐라노] 산은 부산 이전 로드맵 짠다
  10. 10대통령 집무실·전직 대통령 사저 반경 100m 이내 집회·시위 금지
  1. 1산업은행 이전 로드맵 짠다…올해 초안 잡고 내년 완료
  2. 2남천자이 내달 입주… 부산 중층 재건축 신호탄
  3. 3부산항 진해신항 개발 닻 올린다…컨 부두 1-1 단계 금주 용역
  4. 4팬스타호 공연 매료된 일본 관광객 “부산 해산물 즐기겠다”
  5. 5수출액 1년새 14% 급감…가라앉는 한국경제
  6. 6트렉스타, 독일서 친환경 아웃도어 알렸다
  7. 7"화물연대 파업에 철강에서만 1조1000억 출하 차질"
  8. 8반도체 한파에 수출전선 ‘꽁꽁’…유동성 위기에 中企 부도공포 ‘덜덜’
  9. 9[차호중의 재테크 칼럼]‘1인 가구’와 시대변화
  10. 10부산 소비자 상담 급증세…여행·숙박·회원권 순 많아
  1. 1영남 간호사 1만명 부산에서 간호법 제정 촉구 외치다
  2. 2신생아 낙상사고 낸 산후조리원, 하루 지나 부모에 알려
  3. 3여수~남해~통영~거제~부산 남해안 아일랜드 하이웨이 추진
  4. 42일 열차도 서나…동투 전방위 확산
  5. 5스포원 이사장 사퇴…공기관 수장교체 신호탄
  6. 6최석원 전 부산시장 별세…향년 91세
  7. 7열차 운항 중단 대란은 막았다...철도 노사 밤샘 협상 타결
  8. 8[단독]기장 일광읍 상가 건축현장서 인부 2명 추락…1명 중태
  9. 9어린이대공원서 크리스마스 기분 만끽하세요
  10. 1070대 대리운전 기사 옆차 추돌해 전복
  1. 1우루과이, 가나에 2점차 승리…두팀 모두 16강 진출 실패
  2. 2벤투호 '도하의 기적'…'황희찬 결승골' 한국, 극적 16강 진출
  3. 3한국 12년 만의 월드컵 16강 진출…대~한민국 기쁨의 눈물바다
  4. 4장인화 수성이냐, 세대교체냐…부산시체육회장 선거 4파전
  5. 5[월드컵 레전드 정종수의 눈] “경계 1호는 호날두 아닌 페르난데스…중원 잡아야 승산 ”
  6. 6스페인 꺾은 일본, 16강 신바람...후폭풍에 독일 올해도 탈락
  7. 71경기 ‘10명 퇴장’…운명걸린 3차전도 주심이 심상찮다
  8. 8브라질, 대회 첫 조별리그 ‘3승’ 도전
  9. 9메시 막았다…폴란드 구했다
  10. 102골로 2승…호주 ‘실리축구’로 아시아권 첫 16강
우리은행
한국마사회
주민이 직접 설계하는 지방자치단체 구성
불신 큰 지방의회 권한 확대? 다수당 견제책 등 선결돼야
주민이 직접 설계하는 지방자치단체 구성
단체장 권한 집중 획일적 구조…행정전문관 등 대안 고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55보급창은 반드시 공원이 되어야 한다
이영희와 우영우, 그리고 우리들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표류하는 가덕신공항
기고 [전체보기]
북극협력주간, 새 북극정책 20년 준비할 때
재난적 의료비 지원 범위 확대를 바란다
기명칼럼 [전체보기]
앞으로 남은 4년 6개월
낙동강 오리알
기자수첩 [전체보기]
경찰 억울? 희생자 입장서 보라
화포천습지를 동식물 복원 중심지로
김갑수의 생각 [전체보기]
안전하게 내려오는 방법
민주당, 가망 있을까?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죽어도 자이언츠’를 보면서
출산율 0.73 부산에 수의대를 허하라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선인장 가시와 ‘나의 불안전 불감증’
민심, 그 숨은그림찾기의 비밀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토착화한 망자를 위한 노래
부산대첩과 군악 대취타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차라리 정권과 금융계 수장 임기 맞춰라
중요할 땐 사라지는 교육계 소통
도청도설 [전체보기]
킬리만자로의 눈
얼짱 축구선수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그까짓 거, 못 먹을 수도 있는 거죠
벼의 건조와 밥맛
사설 [전체보기]
자기 주장만 있는 예산 심의 국민이 용납 못한다
고리2호기 연장, 반쪽 공청회로 밀어붙일 일 아니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빨라야 위태롭지 않다
안전띠가 귀찮은 당신에게
아침숲길 [전체보기]
열심히 일한 당신, 쉼이 필요하다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의사 인력 확충의 올바른 방법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험난한 선진외교의 길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노아 방주의 실천적 교훈
에너지 가치사슬의 완성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위태로운 중국의 미래
한국, 세계의 중심국이 되다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부산을 그리다
중세 기후일탈과 대응을 현재에서 보다
장병윤의 대안 모색 [전체보기]
정치인의 언어
우리는 농업을 지킬 수 있을까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단석산 신선사의 목탁소리
대한민국의 미래, 부울경 메가시티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정치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
난국 탈출, 대통령의 공감과 감응부터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 한잔할래요?
와인은 외로워
특별기고 [전체보기]
내 고향은 부산입니더!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절대음감
베토벤의 머리카락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석촌 윤용구의 ‘노근란’
신명연의 ‘양귀비꽃’
CEO 칼럼 [전체보기]
의료경영 시대, 민간과 공공 구분이 없다
메타버스 ‘오시리아 플랫폼’
  • 신춘문예공모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