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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세상읽기] 부산 고교생 통일밴드를 아십니까?

  • 강동완 동아대 교수
  •  |   입력 : 2022-09-04 19:46:03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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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뙤약볕이 이제 멀리 달아난 것 같습니다.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이 계절의 변화를 실감케 하네요. 독자님들은 지난여름을 어떻게 보내셨는지요? 코로나에 장기 불황까지 겹쳐 여름휴가가 예전 같지는 않았겠지요. 그래도 잠시나마 추억과 휴식으로 재충전하셨으리라 생각됩니다.

저는 이번 여름에 부산지역 고등학생들과 한여름 밤의 꿈을 꾸었습니다. 부산시교육청이 주최한 고교생 바닷길 통일캠프에 다녀왔기 때문이지요. ‘예술로(路) 통일해(海)’라는 주제로 개최한 이번 캠프는 부산지역 고교생들이 통일밴드를 결성해 길거리공연으로 진행됐습니다. 전국 최초로 7번 국도 바닷길 버스킹 통일캠프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컸지요. 7번 국도는 부산에서 출발해 강원도 고성까지 이어지는 바닷길입니다. 분단으로 인해 길이 막혔으니 많은 분이 7번 국도의 종점이 강원도 고성이라고 생각하지요. 그런데 7번 국도의 종점은 바로 한반도 최북단인 함경북도 온성입니다. 부산에서 함경북도 온성까지 바닷길을 따라가는 여정은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뛰지 않으십니까. 바로 그 길을 이번 통일캠프의 장소로 선정한 건, 끊어진 길을 다시 이으며 통일의 마음을 오롯이 새기자는 취지였습니다.

통일캠프를 떠난 날짜도 세심하게 기획됐습니다. 바로 7월 27일이었는데요, 이날은 바로 1953년 7월 27일 6·25전쟁을 휴전한 날입니다. 동족상잔의 비극이 아직 가시지 않은 휴전일에 전쟁의 아픔을 기억하고 평화를 만들어 가고자 했지요. 첫 번째 공연장소가 학도병들의 숭고한 넋이 깃든 포항이어서 그 의미는 남달랐습니다. 공연과 함께 ‘분단으로 아파하는 한반도, 마음의 상처를 덮어주세요’라는 문구가 새겨진 반창고(상처용 밴드)를 시민에게 나눠주기도 했습니다.

밴드는 음악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아닌 일반 인문계 고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로 구성됐습니다. 공연 중에 다소 실수도 있었지만 음악적 기교가 아닌 아이들의 열정과 시민의 격려가 함께 어우러져 완벽한 무대가 됐습니다. 지나가던 발길을 멈추고 공연을 관람한 시민은 아이들의 등을 토닥토닥 쓰다듬어 주기도 했지요. 서로 다른 학교에서 모여 얼굴도 모르던 학생들이 함께 어우러져 하나의 화음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대견하고 기특했습니다. 마치 남북한도 통일의 화음으로 하나가 되기를 바라는 염원처럼 말이지요.

평소에는 통일에 대해 무관심하고 남의 일처럼 여겼지만 이제는 자신들이 통일의 주인공이라고 아이들이 외칩니다. 연주곡 가사에 “당신의 흔적이 지울 수 없이 소중해”를 평소에는 연인들 사이의 이야기로 들었는데, 이번에 통일과 평화를 주제로 공연을 준비하면서 “서로의 흔적을 안은 채 살아가는 이산가족분들의 아픔”으로 해석했습니다. 기성세대들은 우리의 청소년들이 통일문제에 무관심하다며 걱정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 아이들의 땀방울은 그런 걱정을 불식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이번 통일캠프를 기획하고 동행한 심혜미 부산시교육청 장학사는 학생들의 공연이 끝나자 눈시울을 적시며 말합니다. 아이들의 노래가 저 북녘 사람들에게도 가 닿았을 거라고요. 한 가지 간절한 바람이 있다면 이번 행사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합니다. 내년에는 탈북청소년도 참가해 남북한 출신 청소년들이 함께 노래하는 통일밴드로 확장하면 더욱 좋겠습니다. 통일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통일을 꿈꾸는 이들의 선물이니까요. 통일에 무관심하고 심지어 통일을 반대하는 아이들이 많다고 걱정하고 나무랄 게 아니라 아이들이 통일의 꿈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방법을 알려 주어야겠습니다.

독자님들 주변에 청소년이 있습니까? 아낌없이 칭찬해 주고 격려해 주시기 바랍니다. 바로 너희가 통일시대의 주역들이라고 말이지요. 이 아이들로 인해 통일 대한민국이 더욱 가까워지리라 확신합니다. 내년 여름 통일캠프가 벌써 기대됩니다. 다가오는 2023년 여름, 그때는 우리 모두가 좀 더 행복한 날들이 되리라 믿습니다. 아이들이 마음으로 노래하니까요. “손잡고 가보자 같이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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