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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부산 브랜드·슬로건, 그 막연함의 아쉬움

  • 차용범 언론인
  •  |   입력 : 2022-08-23 18:54:25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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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 어떤 특징 있는 ‘브랜드’를 갖고 있나? 지역마다 어떤 개성 있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나?

많은 국가·도시는 그 도시·지역을 경제·관광의 중심지로 만들기 위해 독자적 브랜드를 강조하고 있다. 도시·지역 역시 사람·제품처럼 여러 특성·개성의 혼합체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지역적 무한경쟁시대, 부산시와 자치 구·군은 스스로를 알릴 명쾌한 차별화를 꾀하고 있나?

도시 마케팅 이론대로라면, 한 도시·지역을 특출하게 만드는 것은 결국 차별적 특성이다. 중국 하면 ‘세계의 작업장’, 미국은 컴퓨터-비행기, 독일은 엔지니어링-맥주, 스위스는 은행-시계, 이탈리아는 디자인-의류 같은 것이다. ‘월드엑스포’를 개최한 중동의 두바이는 부산도 한때 벤치마킹을 꾀했을 만큼, 도시 마케팅에 성공한 모델이다.

‘City of Superlatives(최고의 도시)’-두바이가 자랑한 도시 슬로건이다. 그 도시는 그 슬로건에 자부심을 느낄 만큼 ‘세계 최고’의 빌딩·호텔, ‘세계 최대’의 쇼핑몰·인공섬을 축조했다. ‘세계 최초-최고-최대’ 브랜드를 널리 마케팅하며, 세계의 자본·인재·상품을 쭉쭉 빨아들인 것이다. 두바이의 최근 슬로건은 ‘꿈에는 한계가 없다. 마음대로 꿈꾸어라’.

한국, 또는 부산의 이미지는 무엇인가? 그 명쾌한 이미지가 있긴 있는 건가? 마케팅 전문가 잭 트라웃의 ‘촌철살인’이 있다. 한때 한국의 관광 브랜드 ‘Dynamic Korea’, 부산의 도시 슬로건 ‘Dynamic Busan’에 관한 평가다. “다이내믹? 무슨 뜻인지 명쾌하지 않다. 중국도, 일본도, 다른 현대도시도 다이내믹한데 어떻게 차별화할 건가?”, “‘Asian Gateway’, 어리석은 아이디어다. 중국 가려면 중국, 일본 가려면 일본 가는 거지….”

트라웃은 강조한다, “고객의 마음속은 전쟁터다. 국가 기업 제품 모두 같다. 메시지를 날카롭게 갈아서, 차별화해야지.” 그 ‘차별화’ 방식은? “드라마나 스토리를 창출하라”는 충고가 있다. 1등-개척자-최신-리더십 같은 이미지다. ‘구글’은 그 분야를 개척했다는 이미지로 성공, ‘검색한다’는 뜻의 동사로 쓰일 정도다. 1등도 아니고, 최선도 아니라면? 전통이나 유산(遺産)을 잘 활용해서 스토리나 이미지를 창출하는 것도 좋고….

민선 8기 출범과 함께, 부산시와 자치구·군도 나름의 비전과 브랜드·슬로건을 내걸고 있다. 저마다의 특징과 매력, 행정 서비스를 상징할 도구다. 우선 부산광역시의 슬로건 ‘다시 태어나도 살고 싶은 부산’. 그 감성적 공감력은 참 좋다. 단, 도시 경영의 구체성은 뚜렷하지 않다. 자치구·군은 어떤가. 지역적 특성을 드러내지 못한 비전, 메시지 없는 슬로건이 적지 않다. ‘딱! 살기 좋은 ○○’, ‘변화하는 ○○’, ‘新나는 ○○’, ‘Hu Nature ○○’, ‘See You ○○’, ‘Smile ○○’, ‘Vision ○○’, ‘With ○○’, ‘Bright ○○’….

글쎄, Smile, With, Vision, Bright, Hu Nature 같은 단어 혹은 조어(造語)에서 나름의 긍정적 이미지를 읽긴 하겠지만, 과연 그 지역의 환경 변화를 지향한 차별화에 성공한 걸까? 부산신항과 신공항 예정지를 안은 관문지역이 왜 Bright한지, ‘변화’를 내건 지역은 무엇을 어떻게 바꾸겠다는 건지, ‘Vision’을 내건 지역의 비전은 정녕 뭔지…. 그건 자치구정의 궁극적 지향일 순 있겠지만, 혹 꿈의 부재, 상상력의 부족을 드러낸 건 아닐까.

도시 브랜드와 슬로건을 찾는 일이 그리 쉽기야 하겠나. 그럼에도 도시·지역은 현대 도시경쟁의 핵심 지표며 팬데믹·기상재앙 같은 미래를 살펴, 그곳의 이해관계자가 선호할 브랜드며 슬로건을 찾아가야 하지 않겠나. 특히 선출직 단체장이면, 지역에의 이해와 나름의 행정철학을 담은 정책 브랜드를 제시하는 건 당연하지 않을까.

그들이 말하는 ‘살기 좋은 도시’ 역시, 어떤 걸 말하는 걸까? 환경친화적인? 일자리가 많은? 교통이 편리한? 걷기 좋은? 이 물음에 대한 답 역시 녹록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그 답 찾기를 소홀히 한다면, ‘풀뿌리 민주주의’의 본뜻은 어디에서 찾나.

두루 ‘좋은 도시’에의 뚜렷한 철학과 함께, 제 위상과 비전을 알리며 안팎의 공감·호감·지지를 얻어갈 차별적 특성, 그 ‘무엇’을 찾아가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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