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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우리에게 ‘자유’란 무엇인가?

  • 국제신문
  •  |   입력 : 2022-08-21 19:51:45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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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우리나라 국회는 장시간 노동에 따른 노동자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근로기준법을 개정했다. 법정근로시간은 1일 8시간, 1주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노동자와 회사가 합의하면 주 12시간까지 연장근무가 가능하다. 이런 조건에서 다음과 같은 가능성을 상상해보자. 어떤 게임회사 사장이 “게임 하나 개발하려면 일주일에 120시간 바짝 일하고 이후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고 일부 노동자와 1주 법정근무시간 40시간, 연장근무시간 80시간, 총 근무시간 120시간으로 하는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검찰은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이 사장을 기소했다. 그러자 그는 이는 사적자치 원칙 중 계약자유의 원칙을 침해한 것이므로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 판단하고 헌법재판소에 제소했다.

헌법재판소는 어떤 결정을 내릴까? 다음 두 가지 경우를 상정해볼 수 있다. 하나는 자유의 본질을 외부의 간섭이나 억압에서 해방된 상태로 규정한 것에 근거를 둔다. 한 개인이 국가나 정부 또는 법과 제도의 간섭에서 벗어날수록 자유가 확대된다고 판단한다. 국가권력은 언제든지 자의적으로 개인의 자유를 간섭하거나 억압할 수 있어 신뢰하기 어렵다. 따라서 개인의 경제적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정부 권력을 분산하고 적용범위를 제한해야 하므로 이 제소 건은 인용된다.

다른 하나는 자유의 본질은 자치라는 민주주의 원칙에 근거를 둔다. 시민이 주권자로서 자발적으로 정치에 참여해 자신들에게 적용될 법과 제도를 스스로 결정한다고 판단한다. 정부 또는 외부의 간섭에서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법과 제도를 뛰어넘는 개인의 경제적 자유를 보장하면 시민자치라는 또 다른 정치적 자유를 훼손하므로 이 제소 건은 기각된다.

전자의 경우 19세기 이래 고전적 자유주의, 현재는 미국 보수주의를 대변하는 자유지상주의 또는 신자유주의의 자유관이다. 프리드먼에 의하면 정부는 개인의 경제적 자유를 억압하는 주체이기 때문에 그 기능은 오직 국방, 치안질서 유지와 개인 간 계약의 자유 확대에 한정돼야 한다. 정부는 규제 풀고 조세 낮추고 공기업을 민영화해 경제적 자유를 확대하고 사회질서와 안정을 위한 최소한의 역할에 그쳐야 한다. 이 자유는 사유재산권을 바탕으로 시장경쟁을 통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합리적 행태로 나타난다. 이러한 자유가 궁극적으로 사회의 자율적인 협력체제를 구축함으로써 정치적 자유 실현의 토대를 제공해 ‘물 흐르듯이’(낙수효과) 공공선이 실현된다. 그러나 이런 자유관에 따른 레이건·부시·트럼프 정부의 정책은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다고 평가된다. 한국의 이명박·박근혜 정부도 마찬가지다. 경제성장이나 고용지표도 전임정부보다 못했고 재정적자 확대와 사회적 양극화의 현격한 심화로 나타났다.

후자는 1929년 대공황을 극복한 케인즈주의, 현재는 미국 진보주의를 대변하는 사회자유주의 자유관이다. 샌델에 의하면 시민의 정치참여는 인간에게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진정한 자유이기 때문에 공공선이 훼손될 때는 정부의 개입과 규제는 용인돼야 한다. 신자유주의는 개인의 경제적 자유를 우선시함으로써 정보격차와 소득격차 등 경쟁 조건이 다른 자본가와 노동자 간, 부자와 빈자 간의 불평등을 정당화하고 시민의 자치역량을 약화시켜 정치적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 시장실패에 따른 시장의 불완전성, 독과점에 의한 시장의 횡포, 비화폐적 가치를 시장이 화폐가치로 환산함으로써 나타나는 도덕적 부패와 인간적 가치 상실을 염두에 두고 경제적 자유는 언제나 시민적 자치라는 자유의 개념에서 숙고돼야 한다. 이런 자유를 토대로 경제적 자유와 시장경제를 구축할 때 시민의 실질적인 자유와 권리를 안정되게 추구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자유관도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서 정부의 무능과 경직성이 얼마나 사태를 악화시켰는지를 경험했다.

윤석열 정부 취임 100일을 맞이했다. 8·15 경축사의 자유는 어떤 개념에 근거할까? 경제적 자유를 빌미로 재벌기업과 부자를 ‘충분히’ 잘 살게 한 후 재정 여력이 있으면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고 소득 양극화를 해결하겠다라고 밖에 읽히지 않는다.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 더 기울어질 미래를 저지하기 위해 정치적 자유의 이름으로 시민자치 역량을 발휘할 때다.

유일선 한국해양대 국제무역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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