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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근본적인 물 대책 일깨우는 ‘논밭 덮친 녹조’

500㎞ 낙동강 상·하류 뒤덮은 역대급, 전·현 정부 엇갈린 정책 탓 해법 막연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2-08-10 19:55:03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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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장 500㎞에 이르는 낙동강이 녹색으로 변했다. 역대급 ‘녹조’ 탓이다. 하류의 물금·매리 취수장은 물론 상류의 영주댐에까지 녹조가 번진 건 이례적이다. 하류의 논밭에는 수프처럼 끈적끈적한 녹색 강물이 흘러든다. 벼도 물도 녹색 일색이다. 낙동강의 녹조에는 사람의 간과 생식에 해로운 독성물질이 국제 기준치 이상 함유돼 있다. 그 물로 재배한 쌀과 채소에서 이미 독성물질이 검출된 상태다. 하지만 대책은 막연하다. 현 정부는 전 정부가 녹조 예방을 위해 마련한 ‘보 해체·개방’ 정책을 폐기할 방침이다. 그러면서 보 존치에 따른 녹조 예방 방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백년하청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낙동강 하류의 김해 대동선착장 일대에는 녹조가 너무 심해 막대기로 휘저어도 맑은 물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부산 시민의 취수원인 물금·매리에는 지난 6월 23일부터 녹조 경계 경보가 발령됐다. 환경단체의 조사 결과, 녹조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 ℓ당 최대 8600㎍ 검출됐다. 이는 미국 연방환경보호청(EPA)이 정한 물놀이 금지 기준(8㎍)의 1075배에 달하는 수치다. 환경부와 부산시는 “낙동강 원수가 아닌 수돗물에서는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다. 지난 3월 환경운동연합이 낙동강 하류 물로 기른 쌀을 분석해보니 ㎏당 최대 3.18㎍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프랑스 식품환경노동위생안전청(ANSES) 생식독성기준(성인 0.108㎍)의 약 30배가 되는 수치여서 녹조 독성물질이 우리 밥상에 침입한 것이나 다름없다.

더 큰 문제는 녹조를 막을 방안이 묘연하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명박 정부 때 설치한 보가 주요 원인이라고 판단해 보를 해체하거나 개방하는 정책을 추진해왔다. 반면 윤석열 정부의 환경부는 “수질·생태·이수·치수 등 다양한 항목을 종합·과학적으로 분석해 보 활용성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보 존치를 전제로 한 계획이어서 문 정부의 보 해체·개방 정책을 폐기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낙동강 유역 주민의 안전한 식수원 확보 계획마저 여의치 않아 더 걱정이다. 경남 ‘합천 황강 복류수’와 ‘창녕 강변여과수’ 개발로 확보한 하루 90만t의 물을 중동부 경남과 부산에 각각 48만t, 42만t씩 공급하기로 했으나, 지방선거 후 새로 구성된 경남도의회의 반대로 제동이 걸렸다.

올해는 남부 지방의 가뭄으로 녹조가 더욱 심하다. 가뜩이나 느린 유속에 수량까지 부족하니 녹조가 창궐할 수밖에 없다. 모름지기 물은 원활하게 흘러야 한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강물뿐만 아니라 정부의 관련 정책도 정체돼 있다. 보를 만들었다가 허물기로 했다가 이젠 다시 존치하겠다니, 물이 썩기 전에 정책이 먼저 썩을 판이다. 탁상공론을 거두고 현장에 나와 타들어가는 농심과 민심을 헤아리기 바란다. 정부의 현장 행정이 다랭이논에 비 오길 기다리듯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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