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통영은 매력적이다. 육지와 바다, 섬과 바람이 어우러진 자연 풍광이 빼어난 데다 전통문화가 살아있는 곳이다. 다양한 장르에 걸쳐 20세기 문화를 풍요롭게 한 걸출한 인물을 배출했다. 근대산업문화 흔적이 21세기와 공존하는 고장이다.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모인다. 각별한 역사 스토리와 예술가 정신을 버무린 여러 축제도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지난 6일 삼도수군통제영을 중심으로 제61회 통영한산대첩축제의 막이 올랐다. 때맞춰 지난달 말 영화 ‘한산:용의 출현’이 극장가 스크린을 장식한 터라 통영의 여름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탓에 3년 만에 찾아온 전통축제가 화제성 짙은 영화 작품과 맞물려 더 빛 나는 분위기다. 축제는 오는 14일 끝난다.
이번 한산대첩축제의 주제는 ‘장군의 눈물’. 키워드 ‘눈물’의 메시지에는 울림이 있다. 통영한산대첩문화재단 측은 “전쟁 기간 어머니와 아들의 죽음, 선조의 견제와 휘하 장수들과 부하들의 죽음, 그리고 피폐해진 나라와 힘없는 백성들의 고통과 죽음을 지켜보면서 남모르게 흘렸을 ‘눈물’이다”고 했다. 장군의 눈물을 고통과 슬픔을 넘어 ‘위대한 눈물’로 해석한 대목이 이채롭다. 한산대첩은 임진왜란 당시 조선 수군이 왜군과 벌인 바다 싸움 중 가장 큰 승리다. 한산대첩 승전일(1592년 8월 14일)을 전후해 매년 8월 열리는 축제가 시대 흐름을 반영한 통영의 역사성을 높이고 있다. 1962년 시작한 축제는 이순신 장군의 정신을 받들고 있다. 현실은 지역 관광산업 활성화와 문화예술 도시 발전에 방점이 찍혀 있을 게다. 실제 행사 기간 통영은 밤 늦은 시간에도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앞서 지난 3월 25일부터 4월 3일까지 열린 통영국제음악제는 통영이 낳은 작곡가 윤이상의 정신을 받들어 탄생한 음악예술 축제다. 올해는 ‘다양성 속의 비전’을 주제로 파격적인 퍼포먼스가 여럿 선보였다. 클래식 공연은 물론 소리꾼 이희문의 무대와 영화 ‘디 오케스트라’ 상연을 프로그램에 삽입했다. 고전과 낭만, 현대의 색채를 균형 있게 아우르겠다는 주최 측 의도가 잘 드러났다. 1999년 ‘윤이상 음악의 밤’에 이어 2000년과 2001년에 열린 ‘통영현대음악제’를 모태로 해 2002년 공식 닻을 올린 통영국제음악제는 스무 살 연륜이 쌓였다. 매년 주제가 다른 페스티벌시즌을 비롯해 아시아 음악 인재를 지원하는 아카데미시즌, 윤이상국제콩쿠르를 시행하는 콩쿠르시즌이 봄 여름 가을 진행된다. 동·서양 전통의 조화와 자연 간의 화합을 추구한 윤이상의 음악세계를 새롭게 풀어내고, 젊은 인재 발굴과 육성에 주력하는 미래 지향성이 돋보인다.
지난 3월 18일부터 5월 8일까지 마련된 통영국제트리엔날레는 ‘섬·바람’을 주제로 전통과 미술 음악 무용 연극 미디어아트 등을 한데 묶은 복합장르 축제의 장이었다. 강석주 전임 시장의 선거공약이었던 통영옻칠비엔날레가 용역 과정을 거쳐 3년마다 여는 통합형 예술축제(트리엔날레)로 이름과 내용이 바뀌었다. 먼저 출발한 한산대첩축제(역사)와 국제음악제(인물)를 묶어 트리엔날레(자연)가 통영만의 특성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3대 축제 중 하나가 될 수 있었다. 반면 올해 첫 번째 트리엔날레는 통영의 자연과 예술을 펼쳐보이는 데는 모자란 구석이 많았다는 의견이다. 예산 80억 원에다 기업과 각종 단체 후원금까지 보태져 적지 않은 돈이 투입된 대형 축제의 성과를 점검할 때다.
통영한산대첩문화재단은 산하에 추진단을 꾸리는 등 의욕적으로 트리엔날레를 출범시켰다. 하지만 개막 이전부터 추진단장과 예술감독 간 알력과 전문성 논란 등이 문제가 됐다. 행사 기간에도 이런저런 잡음이 불거졌다. 트리엔날레는 한산대첩축제 예산 11억3000만 원보다 7배 많은 비용을 들이고도 뒷말만 남긴 행사로 기록될 판이다. 올해 3개 시즌 통틀어 23억9000만 원의 예산이 책정된 국제음악제와 비교해 “가성비가 떨어진 축제였다”는 지적이 많다. 행사 진행 인사들만 바빴고, 트리엔날레 주인공인 예술인과 관람객은 뒷전으로 밀린 것은 아니었는지 따져볼 일이다.
통영에서는 ‘역사’와 ‘인물’을 바탕으로 한 축제가 지역 이미지와 위상을 높이는 등 무형적인 시너지 창출 효과를 내고 있다는 평이다. 지역 경제에도 활력을 불어넣는 유형적인 효과도 만만찮다. 덧붙여 타지와 차별화한 ‘자연’을 밑바탕으로 한 축제가 안착한다면 금상첨화다. 섬과 섬을 잇는 트리엔날레 첫 무대가 많은 숙제를 안고 막을 내린 게 아쉬운 까닭이다. 축제의 배경을 문화예술의 장으로 풀어낼 사람들의 역량이 덜 여물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자연과 사람이 어떻게 더불어 살 것인가’. 통영국제트리엔날레의 세 가지 모토 중 하나다. 3년 뒤 다음 행사를 생각한다면 되씹어볼 말이다.
강춘진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