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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대통령의 휴가

  • 이은정 기자 ejlee@kookje.co.kr
  •  |   입력 : 2022-08-01 19:07:18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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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한 휴식은 생활에 활력을 준다. 대통령에게도 휴가는 격무에서 벗어나 심신을 가다듬는 재충전의 기회다. 미국과 유럽의 정상들은 휴가를 제대로 즐긴다. 국내외 문제가 산적한 상황에서도 어김없이 휴가를 떠난다. 16년간 집권했던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는  2013년부터 이탈리아 북부 산악 휴양지의 같은 호텔에서 소탈하게 3주간의 휴가를 보낸 것으로 유명하다. 미국도 대통령은 여름에 3~4주 장기 휴가를 떠난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8년 재임기간 동안 총 28차례 휴가를 갔다. 날짜로 따지면 217일에 달한다.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대개 7월 말에서 8월 초쯤 3일에서 5일 정도 휴가를 보낸다. 주로 새로운 국정을 구상하거나 산적한 현안에 대한 답을 찾는 시간으로 활용한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3년 청남대 휴가 후 금융실명제를 실행해 ‘청남대 구상’이라는 말이 나왔다. 국정상황과 여론을 의식하다 보니 마음 놓고 쉴 수도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관저에서 대부분의 휴가를 보냈다. 임기 마지막 해인 2007년에는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태 수습으로 여름휴가를 취소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4년에는 세월호 참사, 2015년에는 메르스 여파로 관저에서 휴식을 취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취임 첫해 휴가부터 일정대로 가지 못했다. 휴가 하루 전날인 2017년 7월 28일 밤 북한이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을 발사했기 때문이다. 문 전 대통령은 2019년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2020년 집중호우, 2021년 코로나19로 휴가를 취소하며 3년 연속 휴가를 가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일할 때 열심히 하고 휴가 땐 푹 쉬자는 생각”이라며 지난 1일부터 5일간 지방으로 여름휴가를 떠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에선 경제·민생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는 데다 국정수행 지지율이 20%대에 머무는 데 한가롭게 휴가냐는 뒷말이 나왔다. 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집권당 내부사정이 복잡하고 민생경제에 위기의 파도가 밀려오는데 윤 대통령과 안철수 의원이 한가하게 휴가를 즐겨 답답하다”고 비판했다. 

여론이 좋지 않자 지방에서 휴가를 보내려던 윤 대통령이 서울에 머무르며 정국 구상을 하기로 했다고 한다. 거창한 구상보다는 끊임없이 터져나온 인사 잡음과 부인 김건희 리스크 등에 대한 성찰이 먼저다. 국민의힘 소속 김태흠 충남도지사가 한 말이 명언이다. “정치는 한 방에 훅 가는 것이다. 민심은 무섭다.”

이은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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