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한 휴식은 생활에 활력을 준다. 대통령에게도 휴가는 격무에서 벗어나 심신을 가다듬는 재충전의 기회다. 미국과 유럽의 정상들은 휴가를 제대로 즐긴다. 국내외 문제가 산적한 상황에서도 어김없이 휴가를 떠난다. 16년간 집권했던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는 2013년부터 이탈리아 북부 산악 휴양지의 같은 호텔에서 소탈하게 3주간의 휴가를 보낸 것으로 유명하다. 미국도 대통령은 여름에 3~4주 장기 휴가를 떠난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8년 재임기간 동안 총 28차례 휴가를 갔다. 날짜로 따지면 217일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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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대통령들은 대개 7월 말에서 8월 초쯤 3일에서 5일 정도 휴가를 보낸다. 주로 새로운 국정을 구상하거나 산적한 현안에 대한 답을 찾는 시간으로 활용한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3년 청남대 휴가 후 금융실명제를 실행해 ‘청남대 구상’이라는 말이 나왔다. 국정상황과 여론을 의식하다 보니 마음 놓고 쉴 수도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관저에서 대부분의 휴가를 보냈다. 임기 마지막 해인 2007년에는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태 수습으로 여름휴가를 취소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4년에는 세월호 참사, 2015년에는 메르스 여파로 관저에서 휴식을 취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취임 첫해 휴가부터 일정대로 가지 못했다. 휴가 하루 전날인 2017년 7월 28일 밤 북한이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을 발사했기 때문이다. 문 전 대통령은 2019년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2020년 집중호우, 2021년 코로나19로 휴가를 취소하며 3년 연속 휴가를 가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일할 때 열심히 하고 휴가 땐 푹 쉬자는 생각”이라며 지난 1일부터 5일간 지방으로 여름휴가를 떠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에선 경제·민생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는 데다 국정수행 지지율이 20%대에 머무는 데 한가롭게 휴가냐는 뒷말이 나왔다. 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집권당 내부사정이 복잡하고 민생경제에 위기의 파도가 밀려오는데 윤 대통령과 안철수 의원이 한가하게 휴가를 즐겨 답답하다”고 비판했다.
여론이 좋지 않자 지방에서 휴가를 보내려던 윤 대통령이 서울에 머무르며 정국 구상을 하기로 했다고 한다. 거창한 구상보다는 끊임없이 터져나온 인사 잡음과 부인 김건희 리스크 등에 대한 성찰이 먼저다. 국민의힘 소속 김태흠 충남도지사가 한 말이 명언이다. “정치는 한 방에 훅 가는 것이다. 민심은 무섭다.”
이은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