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보병과 더불어

  • 국제신문
  •  |   입력 : 2022-06-21 19:08:49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호국의 달 6월을 맞아 기억해야 할 우리의 음악 이야기를 하나 하려고 한다. 6·25 당시 시인 유치환은 북진하는 보병3사단에 종군기자로 지원한다. 시인은 전쟁의 참상을 지켜보며 그 소감을 시로 남겼고, 이때 쓴 시를 묶어서 1951년 ‘보병과 더불어’란 시집을 발간한다. 다음 해 작곡가 이상근(1922~2000)은 이 시집에서 네 편을 발췌해 칸타타 ‘보병과 더불어’를 작곡한다. 그리고 이 작품은 초연을 위해 당시 고려교향악단 지휘자였던 김생려에게 악보가 넘겨졌고, 어수선한 전쟁의 와중에 그만 이 악보는 분실되고 말았다. 생전에 이상근 선생은 이 악보의 분실을 안타까워했다.

유치환 시에 이상근이 곡을 붙인 ‘보병과 더불어’ 원본 악보의 표지.
그런데 54년이 지난 후 2006년 이 악보가 어떤 고문서 수집가에게 우연히 발견된 것이다. 이 곡의 범상치 않음을 알아본 이 수집가는 작곡가의 고향인 경남 진주시에 연락했고 드디어 이 작품이 세상에 빛을 보게 됐다. 그리고 관계자들이 착실한 준비 끝에 그해 6월 진주와 부산에서 드디어 역사적인 초연이 있었다. 서양음악사에서나 나올 법한 이 극적인 이야기는 그 후기가 또 있다. 이 작품이 전쟁 중에 작곡된 유일한 대규모 음악작품으로서 그 예술적 가치와 한국전쟁 사료로서의 가치를 동시에 인정받아 2020년 8월 12일 음악작품으론 처음으로 문화재청이 지정하는 국가등록문화재 791호로 확정된 것이다. 우리의 클래식 음악계에도 전례가 없는 일이다.

애국심에 불탄 시인과 작곡가가 만난 이 작품은 결국 역사에 기록될 운명이었던가. 어긋났던 거대한 운명의 톱니바퀴가 이제야 맞춰진 느낌이다. 이상근은 진주 출신으로 진주와 마산을 거쳐 윤이상의 후임으로 부산고 음악교사로 오게 된다. 이후 여러 대학을 거치며 부산대 예술대학 학장으로 퇴임했다. 대한민국 작곡상과 예술원상을 받았으며 윤이상 나운영 등과 함께 2세대 한국 작곡계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음악기자 이장직은 “KBS교향악단에서 한국작곡가 중 가장 많은 작품이 연주된 작곡가”라고 말하고, 음악학자 김원명은 “이상근에 버금가는 음악인이 언제 다시 부산에 나타날지 아무도 기약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부산과 대구에서 제자를 키우면서 소위 영남악파의 태두로 여겨진다. 주요 작품에는 교향곡 6곡이 있다. 특히 부산을 주제로 한 작품으로는 부산시 개항 100주년 기념 칸타타 ‘분노의 물결’과 1986 서울아시안게임 축하곡으로 1992년 부산포 승전 400주년 때 재연된 오페라 ‘부산성 사람들’이 있다.

올해는 마침 그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18세에 작곡한 첫 작품 가곡 ‘해곡’이 문교부 공모에 당선돼 음악교과서에 실리면서 작곡가의 길을 가게 된 이상근은 이후 일본과 미국 유학을 통해 배운 서구의 현대음악과 기법을 최일선에서 도입했다. 그러나 그의 음악적 목표는 한국음악의 세계화였다. 평생 한국의 전통과 서구의 음악기법을 융합하는 데 천착했다. 그의 음악정신은 제자들로 구성된 작곡동인 향신회를 중심으로 지금도 이어지며, 특히 고향 진주에서는 이상근 국제음악제를 통해 그의 음악이 잊혀지지 않고 있어 다행이다. 호국의 달을 맞아 부산의 시인과 작곡가가 만든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음악 ‘보병과 더불어’를 소개했다.

“어젯밤 어둠이 밀려든 고을을 버리고 오늘도 또다시 가야만 하노니 닭도 울기 전 오전 세시 새벽달 은갈구리 서슬 푸르른 아래…고요히 북신의 가르키는 쪽 원수의 뒤를 쫓아 나아가노니….”(보병과 더불어 중 ‘전진’)

하순봉 작곡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뉴스 분석] 서부산 ‘쇼핑몰 삼각편대(롯데·신세계·현대百)’ 시너지…유통상권 팽창 예고
  2. 2일본 신칸센 멈추고 주민 대피령…삿포로·아오모리 등 혼비백산
  3. 3“원전 밀집 부울경, 전력 다소비 수도권…전기료 차등 마땅”
  4. 4“전력 열세에도 적 심장부 돌진…충무공 정신이 난제 풀 열쇠”
  5. 5영화의 바다 별들 다시 뜬다…BIFF, 10일간의 항해 시작
  6. 6잦은 흥망성쇠, 척박한 생존환경…음모·술수가 판쳤다
  7. 7‘역대 최대’ 부산미술제 14일 개막…직거래 아트페어도
  8. 8거포 가뭄 한국, 홈런 펑펑 미·일 부럽기만 하네
  9. 9[서상균 그림창] 레드…그린 카펫
  10. 10[이원 기자의 드라마 人 a view] ‘수리남’의 하정우
  1. 1“원전 밀집 부울경, 전력 다소비 수도권…전기료 차등 마땅”
  2. 2외신 “북한 풍계리 주변 활동 증가”
  3. 3[뉴스 분석] “지금 임금으론 생활 어렵다” vs “매일 출근도 아니면서…”
  4. 4메가시티 합의 못 했지만, 부울경 초광역 사업 첫삽은 뜬다
  5. 5尹 대통령 "北 4000㎞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 결연한 대응 직면"
  6. 6부산시의회, 박형준 핵심 공약 '영어상용도시' 사업 제동
  7. 7"엑스포 득표전, 사우디에 안 밀린다"
  8. 8오늘 국감 시작...법사위 '文 감사', 외통위 '순방' 격전 예상
  9. 9여가부 폐지, 재외동포청 신설 추진...與 정부조직 개편안 검토
  10. 10북한 중거리 탄도미사일로 괌 타격 능력 과시
  1. 1[뉴스 분석] 서부산 ‘쇼핑몰 삼각편대(롯데·신세계·현대百)’ 시너지…유통상권 팽창 예고
  2. 2주가지수- 2022년 10월 4일
  3. 3현대백화점, 에코델타시티 유통부지 매입…아울렛 서나
  4. 4이마트 트레이더스 유료 멤버십 도입한다
  5. 5초대형 운송 납기 엄수, 소량 화물도 소중히…포워딩(해상 운송)의 전설
  6. 6“부산지역 공공임대주택에 고가 외제차 적지 않다”
  7. 7"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한국만 재생에너지 목표치 하향"
  8. 8한국산 전기차 보조금 '뚝' 끊긴 美 시장, 9월 아이오닉5 판매량도 '뚝'
  9. 9HJ중공업, 거제 선박블록공장 가동 ‘상선사업 날개’
  10. 10전문가 70명 참석 ‘해양산업리더스 서밋’ 성료
  1. 1'3金 낚시론''이게 뭡니까' 김동길 교수 별세
  2. 2오늘의 날씨- 2022년 10월 5일
  3. 3“해외동포 등 전국체전 참가선수 불편없게 도울 것”
  4. 4부산대 여자기숙사 드론 알고 보니 외주업체 야간 촬영
  5. 5김해시 의생명산업 중심 도시로
  6. 6"학교용지부담금 분양 시점 학생수 고려해야"
  7. 7부산도시철 양산선 2024년 7월부터 시운전
  8. 8부산시교육청, 김석준 전 교육감 검찰에 고발
  9. 9놀이마루에 교육청? 학생·시민공간 대안 논의는 없었다
  10. 10생명지킴 전화기 고장…구포대교 극단적 선택 예방 시설 허술
  1. 1거포 가뭄 한국, 홈런 펑펑 미·일 부럽기만 하네
  2. 2필라델피아 막차 합류…MLB 가을야구 12개팀 확정
  3. 3권순우, 세계 23위 꺾고 일본오픈 16강
  4. 4처량한 벤치 신세 호날두, 내년 1월엔 맨유 떠나나
  5. 5김수지 ‘3주 연속 우승’ 도전…상금 1위까지 두 토끼 잡는다
  6. 6이대호 고군분투했지만…가을의 기적은 없었다
  7. 7손흥민, UCL 첫골 쏘고 토트넘 조 1위 이끈다
  8. 8‘또 해트트릭’ EPL 홀린 괴물 홀란
  9. 9국내 넘어 세계무대서 맹활약, 한국 에어로빅계 차세대 스타
  10. 10김하성, MLB 첫 가을야구 진출 축포 ‘쾅’
우리은행
주민이 직접 설계하는 지방자치단체 구성
단체장 권한 집중 획일적 구조…행정전문관 등 대안 고민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복지환경위원회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이영희와 우영우, 그리고 우리들
제1부두서 부산비엔날레가 열린다고?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표류하는 가덕신공항
기고 [전체보기]
효율성과 안전성이 입증된 세계적 흐름
바이오융합 방위산업으로 국가산업 구조 개혁
기명칼럼 [전체보기]
다시, 시민의날 곱씹는 이순신 정신
네옴시티와 행복도시
기자수첩 [전체보기]
표현도 가지각색, 부산 팬들의 뜨거운 롯데 사랑
김해시 현안, 전 시장 일이라도 수습을
김갑수의 생각 [전체보기]
민주당, 가망 있을까?
당신들의 세상이 아니다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출산율 0.73 부산에 수의대를 허하라
4차 산업혁명과 전쟁 가능한 ‘보통국가’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민심, 그 숨은그림찾기의 비밀
영화관을 지켜낼 수 있을까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새로운 음악생태계 모색
유형과 무형의 문화유산이 만날 때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부산 조정대상지역 이번엔 해제될까
부산 역사 담은 롯데타워 되길
도청도설 [전체보기]
가을축제
등 번호 10번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영암 어란
기장군 말미잘탕
사설 [전체보기]
정부 마중물 예산서 확인한 메가시티 불씨 중요성
북한 미사일은 본격적인 전략 도발, 선 넘지 말아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인구가 많아야 부자국가다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험난한 선진외교의 길
우크라이나 전쟁과 한반도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노아 방주의 실천적 교훈
에너지 가치사슬의 완성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한국, 세계의 중심국이 되다
푸틴, 리더의 함정에 빠지다
장병윤의 대안 모색 [전체보기]
정치인의 언어
우리는 농업을 지킬 수 있을까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대한민국의 미래, 부울경 메가시티
새 대통령에 거는 기대, 두잉(Do-ing)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난국 탈출, 대통령의 공감과 감응부터
민주당, ‘닮은꼴’ 영국 노동당에 배울 점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외로워
인 비노 베리타스, 그리스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국민 언니’의 원조 강수연 배우를 떠나보내며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베토벤의 머리카락
‘보리밭 사잇길로’ 윤용하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신명연의 ‘양귀비꽃’
민화에 대한 수상한 시선
  • 2022골프대회
  • 맘 편한 부산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