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도청도설] 녹색의 모순

  • 이경식 기자 yisg@kookje.co.kr
  •  |   입력 : 2022-06-16 19:39:17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녹색은 생명과 부활을 상징한다. 부활의 신인 고대 이집트 오시리스신의 몸이 녹색인 건 그래서다. 서양 중세의 십자가에 매달린 그리스도의 몸이 녹색인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만물과 인간은 녹색 지향적으로 진화했다. 하지만 그 진화의 근저에는 역설이 존재한다. 녹색을 대표하는 식물은 오히려 녹색을 싫어한다. 햇빛을 흡수해 에너지를 생산하지만, 녹색 햇빛은 반사한다. 식물의 몸이 녹색인 까닭이다. 모든 햇빛을 다 받아들인다면 검은색이 되었을 것이다. 녹색을 띠는 이유가 녹색을 기피해서라니, ‘녹색의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산다는 게 모순 투성이여서 일까. 인간 세상에도 녹색의 모순이 많다. 한반도 면적의 9.8배에 달하는 그린란드(녹색 땅)가 그 하나다. 대부분 지역이 방하로 덮여 연평균 영하 30도를 기록하는 데다, 일부를 제외하곤 녹색 풀이 나 있는 땅을 볼 수 없다. 바이킹의 그린란드 정착기를 다룬 ‘사가’(saga·북유럽 산문체 이야기)에 따르면, 초기 정착민들이 이주를 유도하기 위해 빙하의 땅에 그린란드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연중 우리나라 가을 날씨 같은 기후가 이어지는 아이슬란드(얼음 땅)의 정착민들이 이주를 막기 위해 지명을 아이슬란드로 정했다는 것과 대조적이다.

그랬던 유럽이 또다시 녹색의 모순을 실토했다. 유럽연합(EU)의회 경제통화상임위원회와 환경보건식품안전상임위원회는 지난 14일 원자력발전에 대한 투자를 ‘그린 택소노미’(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경제활동 분야)에서 제외할 것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유럽인민당 등 EU의회 5개 교섭단체가 원전 포함 그린 택소노미를 반대하고 있어 본회의에서도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그럴 경우 에너지 수급체계에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2월 2050년까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운영계획을 제시해야 한다는 등의 조건을 달아 원전을 그린 택소노미에 포함하는 법안을 채택한 바 있다.

윤석열 정부도 원전을 그린 택소노미로 분류한다는 국정과제를 마련한 터라 EU의회 결정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신재생에너지 생산 비중이 낮아 갈수록 늘어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어렵고, 그 때문에 원전이 필요하다는 건 이해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원전에 ‘그린’이란 안전 표지를 붙일 수는 없다. 공자 말씀처럼 모든 일에는 실상에 맞는 명칭을 부여해야 한다. 정명(正名)을 통해 명분을 바로 세워야 그린 택소노미의 미래가 가능하다.

이경식 논설위원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尹 “北 실질적 비핵화 전환한다면 경제·민생 획기적 개선"
  2. 2이준석 “욕설 ‘XX’는 저 때리라는 지령…尹 성적은 25%”
  3. 3‘적광 스님 폭행 사건’ 회자..."조계종 조폭영화 되풀이"
  4. 4정체전선 빠르게 남하…부산·경남 남해안 150㎜ 이상 물폭탄
  5. 5때리고 욕설까지…스님에게 집단 폭행 당한 조계종 노조원
  6. 6[리얼미터] 尹 지지율 30% 재진입 “바닥 찍었나”
  7. 7장애인도 ‘일반 하이패스 단말기’로 고속도로 통행료 감면
  8. 8‘해양관광진흥법’ 제정, 부산 경제 회생으로 이어질까
  9. 9김프 노리고 시세차익…금융당국 추가 수사 불가피
  10. 10또 다시 한강 둔치서 20대 남성 실종
  1. 1尹 “北 실질적 비핵화 전환한다면 경제·민생 획기적 개선"
  2. 2이준석 “욕설 ‘XX’는 저 때리라는 지령…尹 성적은 25%”
  3. 3[리얼미터] 尹 지지율 30% 재진입 “바닥 찍었나”
  4. 4尹 “한일관계 회복” 손짓한 날 日 총리는 야스쿠니 봉납
  5. 5홍준표“더 이상 이준석 신드롬은 없어”
  6. 6윤 대통령 "긴축, 재정 건전 운용"...14개 공사 구조조정 시사
  7. 7광복절 경축사에 담길 내용은…대북 ‘담대한 계획’ 포함될까
  8. 8이준석 '양두구육' 일파만파...비난 일자 '코끼리'프레임 인용
  9. 9강훈식, 중도사퇴...박용진 “경선 지금부터 시작”
  10. 10尹 '담대한 구상' "비핵화 협상 초기부터 과감한 지원"
  1. 1장애인도 ‘일반 하이패스 단말기’로 고속도로 통행료 감면
  2. 2‘해양관광진흥법’ 제정, 부산 경제 회생으로 이어질까
  3. 3김프 노리고 시세차익…금융당국 추가 수사 불가피
  4. 47월 국내 자동차 수출액 역대 첫 50억 달러 돌파
  5. 5삼성 내달 하반기 공채 공고...GSAT로 1만6000명 채용 노려라
  6. 6선사는 사상최대 실적…화주는 유류비 폭탄에 발동동
  7. 7부산 신선채소 가격 한달새 16%↑…폭우로 추가인상 우려
  8. 8부채 줄인 공공기관 임직원에 성과급 더 준다
  9. 9이재용 복권 삼성 지배구조는?..."스웨덴 발렌베리 모델 관심"
  10. 10삼성 갤럭시Z 폴드4·플립4 등 사전판매 예약 16일부터 일주일간
  1. 1‘적광 스님 폭행 사건’ 회자..."조계종 조폭영화 되풀이"
  2. 2정체전선 빠르게 남하…부산·경남 남해안 150㎜ 이상 물폭탄
  3. 3때리고 욕설까지…스님에게 집단 폭행 당한 조계종 노조원
  4. 4또 다시 한강 둔치서 20대 남성 실종
  5. 5오늘 부울경 무더위…오후 늦게 정체정선 영향 한풀 꺾여
  6. 6통영 한산도 비진도 욕지도 메타버스에서 만난다
  7. 7안경 찾다가 그만… 영도 중리해변서 파도에 휩쓸린 20대 구조
  8. 8코로나 위중증 한달새 8배 폭증…검사 거부 '숨은 감염자'도 확산
  9. 9사천시, 삼천포권역 중심상권 빛거리로 조성
  10. 10거제사랑상품권 추석 명절 앞두고 10% 특별 할인 판매
  1. 1투타의 아름다운 조화…롯데 전 날 패배 설욕
  2. 2Mr.골프 <10> 티샷에 유틸리티를 들었다?
  3. 3예열 마친 손흥민, 시즌 첫골 정조준
  4. 4돌아온 털보 에이스, 첫 단추 잘 끼웠다
  5. 5‘월클 점퍼’ 우상혁 아쉬운 2위…바심과 ‘빅2’ 입증
  6. 62022 카타르 월드컵 미리 보는 관전포인트 <1> 사상 첫 겨울·중동 월드컵
  7. 7언더독의 후반기 반란, 롯데만 빠졌다
  8. 8한국 골퍼 4인방 PGA 최강전 도전장…LIV 이적생 플레이오프 출전 불발
  9. 9대중제 골프장 캐디피 10년 새 40%↑
  10. 10오타니 ‘10승-10홈런’…루스 후 104년 만의 대기록
제9대 부산시의회 출범
달라진 것·과제
제9대 부산시의회 출범
인적 구성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이영희와 우영우, 그리고 우리들
제1부두서 부산비엔날레가 열린다고?
기고 [전체보기]
해양레저·관광 도시 부산의 당면 과제
방치된 조현병 환자는 국가 책임이다
기명칼럼 [전체보기]
“그만” 할 때까지 설득하라, ‘15분 도시’
고구마밭 단비, 고구마 민심에 사이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윤희근 경찰청장 내정자께
임용령, 공정성 강화 개정 필요
김갑수의 생각 [전체보기]
민주당, 가망 있을까?
당신들의 세상이 아니다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4차 산업혁명과 전쟁 가능한 ‘보통국가’
Cui bono(누구에게 이익이 돌아가는가)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영화관을 지켜낼 수 있을까
캐릭터 상수와 ‘어쩌나 정치인’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유형과 무형의 문화유산이 만날 때
길들여 진다는 것에 대하여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부산 역사 담은 롯데타워 되길
반문(反文) 만으론 안된다
도청도설 [전체보기]
의료 불균형
‘banjiha’(‘반지하’)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기장군 말미잘탕
곡성 멜론
사설 [전체보기]
부산도 집중호우 대비 근본부터 바꾸자
부산창업청 알맹이 채울 준비 빈틈없길
세상읽기 [전체보기]
인구가 많아야 부자국가다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향후 5년, 새 정부의 과제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험난한 선진외교의 길
우크라이나 전쟁과 한반도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에너지 가치사슬의 완성
역사라는 오답 노트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푸틴, 리더의 함정에 빠지다
중국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
장병윤의 대안 모색 [전체보기]
우리는 농업을 지킬 수 있을까
탈핵으로 가는 길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새 대통령에 거는 기대, 두잉(Do-ing)
승마와 자기 경영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난국 탈출, 대통령의 공감과 감응부터
민주당, ‘닮은꼴’ 영국 노동당에 배울 점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인 비노 베리타스, 그리스와인
와인 마케팅의 미래
특별기고 [전체보기]
‘국민 언니’의 원조 강수연 배우를 떠나보내며
오시리아 테마파크 개장을 앞두고 /김용학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보리밭 사잇길로’ 윤용하
보병과 더불어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민화에 대한 수상한 시선
청운 강진희의 ‘화차분별도’
  • 낙동강 일러스트 공모전
  • 유콘서트
  • Entech2022
  • 2022극지체험전시회
  • 제21회 국제신문 전국사진공모전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