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황정수의 그림산책] 청운 강진희의 ‘화차분별도’

  • 황정수 미술평론가
  •  |   입력 : 2022-06-14 19:01:51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근대기 한국에 온 유럽인이나 미국인의 눈에 비친 조선은 어땠을까? 세련된 양복을 입고 과학 문명을 향유하던 외국인의 눈에는 불편한 기와집이나 초가집에 살며 갓 쓰고 한복을 입고 살던 한국 사람들의 모습은 새로운 세상처럼 보였을 것이다. 궁궐에 사는 임금의 삶이나 상류층 양반들의 삶조차도 그들에게는 미개한 사회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 이때의 모습을 묘사한 서양인의 글과 당시 한국의 풍속을 그린 서양화가들의 작품이 남아 있어, 당시 외국인이 관심을 가졌던 한국의 풍경이나 풍습을 알 수 있다.

강진희 ‘화차분열도’. 간송미술관 소장
이와 반대로 서양을 방문한 한국인의 눈에 서양의 풍경은 어떤 모습으로 다가왔을까도 궁금한 일이다. 외국과의 외교가 익숙지 않은 근대기의 현실은 한국인에게 외국에 나갈 기회를 많이 주지 않았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미국을 방문해 그곳의 풍경을 그린 청운(菁雲) 강진희(姜璡熙, 1851~1919)의 그림이 전승돼 많은 이의 관심을 받고 있다. 강진희는 본래 일본어 전공의 역관이었지만 영어도 잘했는지 1887년 박정양(朴定陽)이 주미 전권공사로 부임할 때 수행 비서이자 통역관으로 함께 미국에 간다.

강진희는 일본을 거쳐 미국에 가며 많은 새로운 문물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역관의 임무로 일본을 다녀오며 메이지 유신으로 변화된 일본의 모습을 보았지만, 신세계 미국의 모습은 일본과는 또 다른 세상이었다. 그동안 보아온 중국이나 일본의 문물과는 차원이 달랐다. 정치제도·거주문화·편의시설 등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유럽의 영향을 받은 많은 건물이나 처음 보는 특이한 다리·철교·증기기관차 등 그의 눈에 비친 도회지의 모습은 별세계나 다름없었다.

미국의 문물 중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여러 객차를 달고 달리는 ‘증기기관차’였다. 그는 이 신기한 물체를 그림으로 남기고자 한다. 마침 종이가 마땅치 않아 그곳에서 파는 종이를 구해 숙소에 돌아와 먹으로 그림을 그린다. 간결한 필치로 왼쪽 아래편에 서양식 5층 집을 그리고, 중간 부분에 강물 위를 가로지르는 철교와 기차를 그린다. 그다음 강 건너 들녘에 쏜살같이 달리는 증기기관차를 또 한 번 그린다. 처음 본 풍경을 그린 탓인지 철교와 기차의 구체적인 모습이 정교하지 못하다. 강물에 띄운 배도 어색한 것으로 보아 실제 현장을 보면서 그린 것은 아니고, 그동안 보았던 것을 상상하며 그린 것으로 보인다.

강진희는 이 그림에 ‘화차분별도(火車分別圖)’라는 이름을 붙인다. 미국 종이에 먹으로 그리다 보니 종이에 먹이 잘 스며들지 않아 먹 맛을 느끼기 어렵고, 산수화를 그리던 작가가 아니라 묘사가 정확하지 못하다. 내용 또한 그림은 조선 그림이로되 내용은 서양 것이다 보니 그 조화가 매우 편치 않다. 그럼에도 먹으로 대충 그린 듯한 붓질에서 조선 문인화의 향취가 난다. 이 묘한 그림 속에는 한국의 한 지식인이 이국적 정서 가득한 먼 외국 땅에 가서 느꼈을 문화적 충격이 그림 속에 절절히 담겨 있어 별격의 감동을 느끼게 한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재개발 대어 ‘광안3’ 삼성물산이 꿰찼다
  2. 2[부산 법조 경찰 24시] ‘최장수 부산청장’ 우철문, 차기 경찰청장 기대감
  3. 3가덕도신공항 여객터미널 설계안 ‘라이징 윙스’ 선정(종합)
  4. 4부산 유엔평화센터 건립 본격화
  5. 5첫 장맛비 40㎜에 부산 옹벽 와르르, 가로수도 우지끈(종합)
  6. 6檢, 일동서 돈 받은 혐의 前 양산시 공무원에 징역 3년 구형
  7. 7정현수 사사구 남발…선발투수 데뷔전서 조기 강판
  8. 8나이 잊게한 손맛과 성취감…20만 어르신 파크골프 ‘홀인’
  9. 9내달 2일 ‘블랑써밋74’ 1순위 청약…998세대 본격 분양
  10. 10‘산은 부산행’ 우군 늘었다…개혁신당도 법 개정 공조(종합)
  1. 1여야 원 구성 또 결렬…與 7개 상임위 수용여부 24일 결정
  2. 2대대적 물갈이 예고…부산시의회 인기 상임위 경쟁 치열
  3. 3음주보다 벌금 낮은 마약·약물 운전…與 김도읍 처벌 강화 법안 대표발의
  4. 4한 “수평적 당정” 나 “당정 균형” 원 “尹과 원팀” 출마 일성
  5. 5與 “협상 중단”…野 “더는 못 미뤄” 25일 본회의 강행 예고
  6. 6결심 굳힌 이재명…‘또대명’ 명분이 고민
  7. 7‘채상병 특검법’ 野 내달초 본회의 처리 방침(종합)
  8. 8‘탑건’에 나온 美 항모 루즈벨트함 부산에 입항…국내 최초
  9. 9채상병 특검법, 야당 단독 법사위 통과…재발의 22일만 초고속
  10. 10"우키시마호 진실 드러날까"…정부, 일본에 승선자 명부 요구
  1. 1재개발 대어 ‘광안3’ 삼성물산이 꿰찼다
  2. 2가덕도신공항 여객터미널 설계안 ‘라이징 윙스’ 선정(종합)
  3. 3내달 2일 ‘블랑써밋74’ 1순위 청약…998세대 본격 분양
  4. 4‘산은 부산행’ 우군 늘었다…개혁신당도 법 개정 공조(종합)
  5. 5월성4호기 저장수 2.3t 바다 누설…원안위 “인근 해수 세슘 검출 안돼”(종합)
  6. 6CES 부산통합관, 내년 덩치 키운다
  7. 7김형균 부산TP 원장, ‘2+1 임기’ 뒤 첫 연임
  8. 8MZ 입맛 잡은 롯데칠성 ‘크러시’
  9. 9“김산업 고도화 정부의 더 많은 지원 필요”
  10. 10‘그냥 쉰 청년’ 40만 육박…한계 드러난 취업지원 맞춤정책
  1. 1[부산 법조 경찰 24시] ‘최장수 부산청장’ 우철문, 차기 경찰청장 기대감
  2. 2부산 유엔평화센터 건립 본격화
  3. 3첫 장맛비 40㎜에 부산 옹벽 와르르, 가로수도 우지끈(종합)
  4. 4檢, 일동서 돈 받은 혐의 前 양산시 공무원에 징역 3년 구형
  5. 5나이 잊게한 손맛과 성취감…20만 어르신 파크골프 ‘홀인’
  6. 6다문화가정도 저출산…미취학아동 감소 전망
  7. 7“결혼하면 전세금까지 쏩니다” 중매 팔 걷은 사하구 파격제안
  8. 8전세사기범 126명 신상 공개…평균 19억 떼먹어
  9. 9올 6월 폭염일수 2.4일…제일 더웠던 2018년 제쳐
  10. 10업주, 기계 끼어 숨진 직원 안전 소홀 책임…2심도 집행유예 2년
  1. 1정현수 사사구 남발…선발투수 데뷔전서 조기 강판
  2. 2김하성 10호 홈런…3연속 두자릿수 포
  3. 3호날두 골 대신 골배달, 대회 통산 8도움
  4. 4김민규 2년 만에 한국오픈 정상 탈환…박현경 4차 연장서 윤이나 꺾고 우승
  5. 5부산시장배 세계합기도선수권 성황
  6. 6롯데 지시완 최설우 김서진 전격 방출 통보
  7. 7김태형 감독의 승부수…“선발투수 한명 불펜 기용”
  8. 8태권도 큰 별 박수남 별세, 향년 77세…유럽서 활동
  9. 9전차군단 독일 헝가리 꺾고 16강 선착
  10. 10BNK 이소희·안혜지 농구대표팀 승선
우리은행
후보가 후보에게 묻는다
부산 서동
4·10 총선 지역 핫이슈
원도심 숙원 고도제한
강동묵의 디톡스 [전체보기]
노동자 건강을 위한 국제사회의 경향
소규모사업장 중처법, 투약 중단이 필요한가?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더 많이 두들겨 보아야 할 산복도로라는 돌다리
옛 부산세관 복원, 진정한 새로운 전통이 되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연대(連帶)의 중요성과 과학자의 역할
준설, 유일한 치수대책은 아니다
국제칼럼 [전체보기]
길 들이기와 길 들지 않기
‘3요’와 칸 레드카펫을 빛낸 조연들
기고 [전체보기]
‘남북호’, 부산항의 헤리티지와 원양산업 미래
갑진년 김해시의 ‘값진 주민과의 대화’
기자수첩 [전체보기]
영화에 대한 열렬한 환호와 예우…‘축제의 궁전’ 품격이 달랐다
영화의전당 대표 연임…소통 외치는 현장에 귀 기울여야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아직 명당 덕을 덜 본 것일까?
노무현이 옳았다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신문은 살아 있고, 칼럼은 말을 건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공존과 양립으로서의 국악 컬래버
디아스포라의 노래 영천아리랑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천덕꾸러기’ 북항재개발 이대로는 안된다
소통을 이기는 무기는 없다
데스크시각 [전체보기]
가덕신공항과 박형준의 정치적 미래
도청도설 [전체보기]
노줌마존
‘디지털 치료 허브’ 부산
메디칼럼 [전체보기]
일하는 사람의 1차 의료, 근로자 건강진단
100세시대의 건강관리법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대만과 밀크피시
조식전쟁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뇌력(腦力)을 키우는 다섯 가지 비결
뇌, 팩트 체크!
사설 [전체보기]
가덕도신공항 딴지걸 일 없도록 차근차근 추진을
산복도로 빈집 6000채 도시재생 새 모델 될 수 있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다시 아날로그의 세계를 생각한다
포위된 정치, 제22대 국회에 대한 기대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건강주치의 제도가 의료 개혁의 핵심인 이유
의대 입학정원 갈등의 올바른 해법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회의 바다, 우리네 함장은 어디로 키를 잡을까
부산항, 글로벌 물류 허브 플러스 알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푸틴의 행보와 러시아 경제
경제문제가 풀려야 인구문제가 풀린다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인문 정신은 언제나 곡선으로 간다
호모 사피엔스의 바다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나만의 생각’을 길러주려면
한국교육의 새 지평을 여는 IB교육학회 창립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건강과 재물을 얻는 명당아파트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당원 중심주의’의 함정
비례대표 제도는 죄가 없다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오페라 와인
와인이란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바로크 음악
낭만오페라의 종언! 푸치니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꽃피는 부산항’에서
처음 보는 ‘무릉도원’
CEO 칼럼 [전체보기]
가덕도신공항 경제권
우리는 역사적 사명을 띠고 태어났다
  • 유콘서트
  • 국제크루즈아카데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