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는 추위나 더위, 사막의 모래, 유해 물질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용도로 사용됐다. 그러다 신분을 감추는 가면무도회나 탈춤 등 유희와 예술 활동으로 영역을 넓혀 갔고, 범죄에 악용되기도 한다. 기록에 의하면 마스크는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에 전쟁 때 유해물질로부터 호흡기를 보호하기 위해 사용됐고, 감염 예방의 용도로 14세기 중반 페스트 의료진이 새부리 모양의 가면 마스크를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후 질병의 감염확산 예방 용도로 일반인에게 마스크 착용이 권장된 것은 1차 세계대전보다 훨씬 많은 수의 사망자를 기록한 스페인독감 때이고, 이때 만들어진 방역지침의 틀이 고스란히 코로나19로 이어졌다.

코로나19 정책 변화로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해제된 지 어느덧 한 달이 지났다. 그러나 실제 거리에서는 대다수가 여전히 마스크를 착용하는 모습이다. 감염 재확산에 대한 불안감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까닭이다. 최근 마기꾼(마스크+사기꾼) 마해자(마스크+피해자) 등 마스크와 관련된 신조어가 생겨났는데 외모적인 부분과도 상당한 관련이 있다. 마기꾼은 마스크 착용 전후의 외모 차가 너무 커서 사기꾼 수준이라는 의미다. 민낯 드러내기를 민망해하고 어색해서 마스크를 벗지 못하는 사람을 지칭하는데, 영어에도 마스크 피싱(mask fishing)이라는 비슷한 말이 있다. 마해자는 마스크가 얼굴을 가려 오히려 피해를 본다는 의미로 마기꾼의 반대되는 의미다.

이렇게 마스크가 외모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이 크다 보니 미국에서는 마스크가 호감도에 미치는 효과에 대해 흥미로운 실험을 하기도 했다. 동일 인물의 마스크 착용 전후 사진을 실험자에게 보여주고 호감도 조사를 했더니, 마스크 착용 후를 더 매력 있게 평가했다. ‘마기꾼 효과’가 실제로 존재함이 증명된 셈이다. 우리 뇌는 이미 주어진 정보를 바탕으로 부족한 정보를 추측한다고 한다. 얼굴의 절반을 마스크로 가리면 시각적으로 눈 주변부가 집중되고, 그 정보를 토대로 가려진 부분을 각자의 이상향으로 상상하기 때문에 실제 모습보다 마스크 착용 후를 더 매력적으로 본다는 것이다.

또한 마기꾼 효과는 마스크에 대한 인식 변화에도 한몫한다. 미국 유럽은 마스크가 범죄에 많이 이용되다 보니 마스크에 매우 부정적이었다. 특히 미국은 축제 교육 종교행사를 제외하고 공공장소에서 신원을 감추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동일한 범죄라도 마스크 착용 시 가중처벌할 수 있는 근거를 복면금지법 (anti-mask law)으로 규정한다. 마스크에 대한 인식이 이렇다 보니 팬데믹 초기 미국인은 마스크 착용에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2년 넘게 지속되면서 마스크 착용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있었을 것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에서는 보건용으로 마스크를 착용했는데, 여기에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한 배려와 같은 긍정적인 인식이 있다. 코로나19 이후 마스크 착용은 감염 예방 개인 위생 공공 시민의식 준수라는 인식과 함께 면도나 화장 표정 관리를 안 해도 되고 마기꾼 효과로 얼굴이 더 매력적으로 보이기까지 하니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없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여전히 마스크를 착용 중이다.

지난달은 평소보다 팔자주름 목주름 입술필러 사각턱 주걱턱 무턱 돌출입 등 유독 얼굴 하관과 관련한 성형 문의가 눈에 띄게 증가했는데 마스크를 완전히 벗기 전에 미리 성형을 받고 싶다는 것이 상담 이유였다. 민낯을 보이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 적응 기간이 필요할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무리하게 성형수술을 감행할 필요는 없다. 2년 동안 누려왔던 마기꾼 효과는 잠시 잊고, 이제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을 되찾아야 할 때가 됐다. 코로나19 재감염 유행이 더는 일어나지 않고, 마스크 속에 가려졌던 다양한 표정과 밝은 미소를 하루빨리 거리에서 볼 수 있는 진정한 일상회복을 기대해 본다.

윤성호 파라디아성형외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