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이라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무엇인가요?”

필자가 비장애인들과 소통할 때 자주 묻는 질문이다.

서로 생각하는 내용은 다르겠지만 주로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표현과 단어들은 다음과 같다.

“불편을 겪는 사람” “배려해야 될 대상” “소외된 계층” 등.

다양한 견해들을 자유롭게 말하는 와중에도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단어들은 유사하다. 장애를 하나의 개성이나 특징으로 바라보기보단 구분과 구별의 영역이 되고 시혜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현실이 참으로 불편하고 씁쓸하다.

일부 비장애인들은 장애인 당사자들이 권익증진을 외치는 이유가 배려 받고 싶고 조금이라도 더 많은 혜택을 누리기 위함이 궁극적인 목적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한 장애인단체의 대표로서 그리고 장애인 당사자로서 단언컨대 오판임을 자신한다. 장애인들이 가장 우선적으로 바라는 갈망은 그러한 권익 쟁취이기 전에 이 사회와 통합되고 융화되는 삶을 만들어 가고 싶은 것이다.

얼마 전 서울지하철 이동권 투쟁을 보면서 여러 각도의 시각과 해석이 언론을 통해 기사화되었다. 그중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장애인들이 본인의 이권을 쟁취하기 위해 혈안이 된 이기적 집단으로 화두가 된 것이었다. 장애인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가슴으로 공감하고 이해했다면 그런 표현이 나왔을까? 정말 그들은 엘리베이터 한 대가 역사에 더 설치되는 것에 급급해서 시위하며 절규를 하였을까?

가시적인 모습은 그렇게 비쳤을지 모르나 사실 뿌리 깊은 내면 외침은 사회 안에 자연스럽게 동화되어 평범한 삶을 누리고 싶다는 열망이었을 것이다. 남들과 다르지 않은 삶을 살고 싶은 간절함이 우리에게는 삶의 또 하나의 목표이고 원대한 꿈이다. 더디지만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많이 재고되고 긍정적인 방향점을 찾아 서서히 움직이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 속도는 장애인들의 치열한 삶에 비하면 전혀 발맞추지 못하고 있다.

이 세상에 누구도 장애인이 되고 싶어 장애를 갖게 된 사람은 없다. 더불어 스스로를 불쌍한 존재로 치부하거나 주야장천 배려의 대상으로만 낙인 받고 싶어 하지도 않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장애인들이 가장 가치를 두는 삶은 자립된 주체로서의 일반화된 삶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이 사회는 비장애인들의 선심으로 장애인들의 삶이 만들어져 가는 듯한 느낌은 지울 수 없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공감하고 조화를 이룰 때 더욱 아름다운 그림을 만들어 갈 수 있다.

예컨대 장애인 편의시설을 생각해 보자. 과연 장애인 편의시설은 장애인들의 이동권만을 보장하기 위하여 설치된 전유물일까? 지하철 승강장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면 휠체어 장애인 이상으로 비장애인 승객들이 더 반가워한다. 사실 지체장애인들은 극소수이고 노약자분들과 일반 이용객들이 주 이용자다. 경사로 역시 휠체어보다는 관절이 불편한 어르신들과 유모차가 더 많은 발자취를 남기고 있다. 저상버스가 도입된 이래, 승하차 시 넘어지는 사고율이 훨씬 감소한 것도 우리는 익히 잘 알고 있다. 노란 점자 블록은 어떠한가? 시각장애인들이 이동할 때 발 촉각을 활용한 보행의 지표이기도 하지만 이곳저곳에서 우리 모두의 안전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지 않은가?

장애인이 편하면 우리 사회의 모두가 편리함을 누릴 수 있다. 장애인의 요청을 성가심으로 받아들이기 전에 나의 삶도 풍요롭게 만들기 위한 또 하나의 기반으로 생각해보면 어떨까? 여전히 장애인을 일방적인 시혜의 대상 또는 도움만 줘야 하는 사람으로만 생각했다면 지금부터라도 사고의 전환을 호소해 본다.

장애인도 이 사회의 온전한 구성원으로 여기며 함께 발맞춰 갈 때 비로소 우리가 그토록 바라는 풍요로운 사회,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사회도 성큼 다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