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국제칼럼] 윤 당선인이 준 ‘관피아’ 규명 기회 /이경식

공직·로펌 회전문 인사, 역대 정부 끊이지 않아

퇴직공직자 80% 이상 관련 기업체에 재취업…국민공익 해치는 독소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한덕수(73) 국무총리 후보자의 이력을 보며 두 번 놀랐다. 통상산업부 차관(김영삼 정부), 청와대 경제수석(김대중 정부), 국무총리(노무현 정부), 주미대사(이명박 정부) 등 보수·진보 정권을 넘나들며 요직을 두루 거친 화려한 관록에 먼저 놀랐다. 그리고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에서 21억 원이 넘는 대가를 받고 두 차례 고문으로 일했다는 데 또 한 번 놀랐다.

하지만 그 성격은 다르다. 전자가 대단한 능력자라는 감탄이라면, 후자는 공직자로서의 윤리의식이 의심되는 충격이다. 김앤장 근무와 공직 업무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최근 시민단체 ‘투기자본감시센터’는 한 후보자를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그가 2002년 11월부터 8개월간 김앤장에 근무할 당시 미국 투기자본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사들인 뒤 되팔아 4조7000억 원의 시세차익을 챙기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공직과 김앤장을 오가는 고위 공직자의 ‘회전문 인사’는 오래된 문제다. 김대중 정부의 최경원 전 법무부 장관, 노무현 정부의 박정규 전 민정수석, 이명박 정부의 한승수 전 국무총리, 박근혜 정부의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 문재인 정부의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등 역대 정부마다 인사의 회전문은 돌았다. 김앤장에 몸담은 공직자는 법조인은 물론 한 후보자 같은 비법조인도 수두룩하다. 김앤장의 공직자 출신 비법조인 고문은 현재 87명에 이른다고 한다.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유력 부처 출신자가 고루 포진해 있다. “김앤장은 한국의 그림자 정부”라는 지적이 나오는 건 지나친 게 아니다.

그들이 김앤장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공직 인맥을 바탕으로 재판이나 행정 처리를 돕는 역할일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김앤장이 고액의 고문료를 주고 그들을 고용할 이유가 없을 테니 말이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김앤장의 영향력은 여전할 듯하다. 어쩌면 더 커질지도 모른다. 외교부 장관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박진 국민의힘 의원도 김앤장 고문 출신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도 김앤장 소속 변호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회전문 인사 대상이 될 수 있는 ‘공직 예비군’이다.

로펌의 공직자 영입은 김앤장만이 아니다. 황교안 전 총리는 법무법인 ‘태평양’의 고문으로 17개월 일하며 약 16억 원의 수입을 올렸다.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은 법무법인 ‘율촌’의 상임 고문으로 있을 때 월 3000만 원씩 약 10억 원을 받았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문제의식을 갖지 못한다. 한 후보자는 고액 대가 논란이 있다는 기자의 질문에 “그건 기자님 생각”이라고 했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금융감독위원장 퇴직 후 1년간 김앤장에서 6억 원의 고문료를 받은 것을 문제 삼자 “김앤장에도 못 가게 하면 공직자는 어쩌란 것이냐”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국민 눈높이를 벗어난 별세계에 사는 듯하다.

로펌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퇴직공직자의 기업 재취업이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 경실련이 2016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취업심사를 받은 경제 부처 퇴직공직자 588명을 조사한 결과, 82.5%(485명)가 취업 가능 또는 승인 판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4급 이상 공직자는 퇴직 후 3년 이내에 퇴직 전 5년간 소속된 부서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이나 이익단체 등에 취업할 수 없다. 취업하려면 심사에서 업무 관련성이 없다는 확인이나 취업할 만한 특별한 사유가 있다는 승인을 받아야 한다. 2016년 14.9%였던 특별승인 비율은 지난해 52.4%로 3배 이상 급증했다.

‘관피아’(관료+마피아)의 기승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퇴직공직자가 기업에 재취업해 자신과 업체의 사익을 위해 공익에 배치되는 검은 세력을 형성한다는 얘기다. 권경(權經) 유착의 모태다. 그 폐해는 심각하다. 지난달 채석장의 토사 붕괴로 노동자 3명이 숨진 경기도 양주시 삼표산업이 단적인 예다. 토석 채취 인허가권을 가진 산림청 직원 2명이 퇴직 후 이 업체에 재취업해 고문으로 활동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들이 근무한 시기에 삼표산업은 양주채석장의 토석 채취 허가기간을 연장하고, 그 일대를 채석단지로 지정받기도 했다.

윤 당선인은 능력을 중시한다. 지역·세대·젠더 문제도 능력으로 돌파하려 한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같은 생각이다. 최근 장애인단체와 이 대표의 갈등에서 보듯, 사회적 약자의 처지를 배려하지 않는 능력주의는 분열의 요인이 된다. 능력을 우선시하면 관피아와 권경 유착은 묻힐 우려가 크다. 공직과 로펌의 회전문 인사가 끊이지 않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마침 반전의 기회를 만났다. 한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다. 윤 당선인이 마련해준 관피아 규명 기회다. 실기해선 안 된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황령산 전망대사업’ 30일 심의…환경훼손 논란 잠재울까
  2. 2‘메가시티 프리미엄’ 사라졌다, PK사업 예산 35조 날릴 판
  3. 3사진작가 된 교장샘 "귀촌 뒤 60여 국 출사, 로망 이뤘죠"
  4. 4“22년째 쪽잠, 휴게소 끼니…그렇게 일해 月300만 원 남짓”
  5. 5산업은행 이전 조직개편 단행…부산금융센터에 사무실
  6. 6업무개시명령 첫 발동…화물연대 “노동 계엄령”
  7. 7‘온천천 알짜단지’ 연산동 한양아파트 재건축 시동
  8. 8朴시장 공약 ‘15분도시’ 예산 줄삭감…하하센터 조성사업 28억 전액 깎여
  9. 9가나전 멀티골 조규성…유럽이 부른다
  10. 10부산 3명 체포·김해지부 압수수색…지도부 삭발투쟁 맞불
  1. 1‘메가시티 프리미엄’ 사라졌다, PK사업 예산 35조 날릴 판
  2. 2朴시장 공약 ‘15분도시’ 예산 줄삭감…하하센터 조성사업 28억 전액 깎여
  3. 3이재명에 쏟아진 당 내부 비판…지도부 대여전략 질타도
  4. 4화물연대 업무개시명령 초읽기…野 “반헌법적”
  5. 5"부울경 메가시티 무산으로 관련 예산도 날릴 판"
  6. 6민주당 부산시당 10대 혁신안 발표…'총선 앞으로'
  7. 7민주 30일 이상민 해임안 발의…당정 “국조 보이콧” 으름장
  8. 8尹대통령 "오늘 시멘트 분야 운송거부자 업무개시명령 발동"
  9. 9민주 ‘대통령실 예산’ 운영위 소위 단독 의결…43억 ‘칼질’
  10. 10검찰 “서해 피격사건 은폐”…서훈 前 실장에 구속영장
  1. 1산업은행 이전 조직개편 단행…부산금융센터에 사무실
  2. 2업무개시명령 첫 발동…화물연대 “노동 계엄령”
  3. 3‘온천천 알짜단지’ 연산동 한양아파트 재건축 시동
  4. 4레미콘 공급 끊겨 일부 공사장 ‘올스톱’
  5. 5‘명령서 적시 송달’이 관건…1차 불응 운행정지·2차 면허취소
  6. 6“숨은 부산 이야기, 실외 미션게임으로 알려 보람”
  7. 7국민연금공단- ‘1인 1연금’ 복지국가 선도…저소득층 노후소득 보장 강화
  8. 8주가지수- 2022년 11월 29일
  9. 9부산도시공사- 스마트시티 아침부터 열공…‘메타 오시리아’ 2024년 첫선
  10. 10주택도시보증공사- 낙후 복지시설 리모델링…IT 인재 키우고 취업까지 주선
  1. 1‘황령산 전망대사업’ 30일 심의…환경훼손 논란 잠재울까
  2. 2사진작가 된 교장샘 "귀촌 뒤 60여 국 출사, 로망 이뤘죠"
  3. 3“22년째 쪽잠, 휴게소 끼니…그렇게 일해 月300만 원 남짓”
  4. 4부산 3명 체포·김해지부 압수수색…지도부 삭발투쟁 맞불
  5. 5“부산엑스포가 펼칠 인류 공존 프로젝트 동참해달라”
  6. 6오늘의 날씨- 2022년 11월 30일
  7. 7“임금합의 해놓고 소송” 택시회사, 노조간부 사기로 고발
  8. 8정부, 시멘트 2500명 대상 업무개시명령 집행
  9. 9檢, '재산 축소 신고' 오태원 부산 북구청장 기소
  10. 10파업 불참 화물차에 달걀·쇠구슬·욕설 날아들었다
  1. 1가나전 멀티골 조규성…유럽이 부른다
  2. 2포르투갈 꼭 잡되 이왕이면 다득점으로
  3. 3벤치도 화려한 브라질 “네이마르 없어도 16강쯤이야”
  4. 4[조별리그 프리뷰] 메시 vs 레반도프스키…함께 웃거나 한 명만 웃거나
  5. 5한시간 내 구장 간 이동 가능, 모든 경기 즐길 수 있는 축제
  6. 6[월드컵 레전드 정종수의 눈] “동점골 이후 지나친 흥분 패인…역습 한방에 너무 쉽게 무너져”
  7. 7포르투갈 감독 “한국 이기고 조 1위 목표”
  8. 8카타르 월드컵 주요 경기- 12월 1일
  9. 9포르투갈 16강 진출 확정, 한국 16강 경우의 수는?
  10. 10혼돈의 조별리그…16강 진출팀 아무도 모른다
우리은행
주민이 직접 설계하는 지방자치단체 구성
불신 큰 지방의회 권한 확대? 다수당 견제책 등 선결돼야
주민이 직접 설계하는 지방자치단체 구성
단체장 권한 집중 획일적 구조…행정전문관 등 대안 고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55보급창은 반드시 공원이 되어야 한다
이영희와 우영우, 그리고 우리들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표류하는 가덕신공항
기고 [전체보기]
북항재개발 성공은 부산시장에 달렸다
부산소극장연극페스티벌, 새로운 10년
기명칼럼 [전체보기]
앞으로 남은 4년 6개월
낙동강 오리알
기자수첩 [전체보기]
경찰 억울? 희생자 입장서 보라
화포천습지를 동식물 복원 중심지로
김갑수의 생각 [전체보기]
안전하게 내려오는 방법
민주당, 가망 있을까?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죽어도 자이언츠’를 보면서
출산율 0.73 부산에 수의대를 허하라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선인장 가시와 ‘나의 불안전 불감증’
민심, 그 숨은그림찾기의 비밀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토착화한 망자를 위한 노래
부산대첩과 군악 대취타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차라리 정권과 금융계 수장 임기 맞춰라
중요할 땐 사라지는 교육계 소통
도청도설 [전체보기]
중국 ‘백지 시위’
이병주 문학 콘서트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그까짓 거, 못 먹을 수도 있는 거죠
벼의 건조와 밥맛
사설 [전체보기]
물류대란 우려 속 첫 업무개시명령…파국은 막아야
소방관 정신·신체 건강 관리할 실질 대책 마련하라
세상읽기 [전체보기]
안전띠가 귀찮은 당신에게
노포의 가치
아침숲길 [전체보기]
열심히 일한 당신, 쉼이 필요하다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의사 인력 확충의 올바른 방법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험난한 선진외교의 길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노아 방주의 실천적 교훈
에너지 가치사슬의 완성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위태로운 중국의 미래
한국, 세계의 중심국이 되다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부산을 그리다
중세 기후일탈과 대응을 현재에서 보다
장병윤의 대안 모색 [전체보기]
정치인의 언어
우리는 농업을 지킬 수 있을까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단석산 신선사의 목탁소리
대한민국의 미래, 부울경 메가시티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정치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
난국 탈출, 대통령의 공감과 감응부터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 한잔할래요?
와인은 외로워
특별기고 [전체보기]
내 고향은 부산입니더!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절대음감
베토벤의 머리카락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석촌 윤용구의 ‘노근란’
신명연의 ‘양귀비꽃’
CEO 칼럼 [전체보기]
의료경영 시대, 민간과 공공 구분이 없다
메타버스 ‘오시리아 플랫폼’
  • 신춘문예공모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