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양국은 민족국가의 틀이 형성된 이래 5000년 동안 다른 곳으로 이동하지 않고 지금의 위치에서 서로 협력하고 싸우면서 이웃으로 지내왔다. 해방 이후 한일 간의 협력은 전통적으로 정치적·역사적인 문제가 있어도 이를 온건하게 조절하고 경제적인 문제로 확산되는 것을 적절하게 조절해 왔지만 문재인 정부 하에서는 경제 전반으로 갈등구조가 크게 확대됐다. 역사적인 현안인 위안부 문제,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 독도 영유권 문제뿐만 아니라 최근의 최대 현안인 강제징용 배상판결에서 반발한 일본 측의 IT 관련 수출규제 등 현안사항이 산적돼 국교정상화 이래 양국 관계는 정상회담조차 갖지 못하는 최악의 관계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해양수산 분야에서도 한일 관계는 최악의 상황이다. 예를 들어 1999년 체결된 신한일어업협정은 입어 조건이 타결되지 못해 2016년 7월 1일 이후 양국 어선은 각각 상대국 수역에서 전면 철수, 7년째 조업을 할 수 없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지만 해결의 실마리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수협중앙회 수산경제연구원에 의하면 우리 업계의 일본수역 조업불가에 따른 직접손실은 입어 중단 기간 45개월 동안 2323억 원에 달하고 어획물을 활용한 가공 유통 무역 등 관련 업계에까지 미친 손실을 감안하면 실로 엄청나다.
한일어업협정의 결렬로 인해 우리 수산업이 일본보다 5배나 더 큰 타격을 받았다는 것을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들은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신어업협정이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그래야만 우리의 실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일본수역 입어 중단 상황이 장기간 지속되면 우리 수산업계에 큰 타격을 줄 것이 명확하기에 양국의 현안을 조정해 상호 입어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 장기간 중단 상태인 어업협상을 재개하기 위해 양국의 협상 담당자들이 만나야 하지만 현 정권하에서 전혀 진척이 없다.
한일어업협정의 조속한 타결이 현재진행형이라면 현 정권하에서 진행된 공정위의 해운업계에 대한 과징금부과는 미래진행형이다. 앞으로 진행되는 결과에 따라서는 우리 해운의 경쟁력 기반이 돼 온 한일항로의 판을 뒤엎게 될 것이다. 일본 정부의 국제해운물류정책의 핵심은 자국 항만의 지위향상이다. 즉 부산항의 하부 항만으로 종속돼 버린 자국 항만의 지위를 되찾으려 한다. 과거 1980년대 동아시아 허브항만의 지위를 회복하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는 중소선사를 중심으로 일본의 53개 항만을 부산항과 거미줄처럼 연결해 부산항을 글로벌 허브항만으로 기능하게 했지만 공정위의 한일정기선사에 대한 조사와 그 결과에 따른 과징금 부과는 필연적으로 일본 정부의 한국 해운선사에 대한 제재로 이어질 것이고, 부산항을 중심으로 한 네트워크의 붕괴를 가져올 것이다.
해양수산 분야에는 양국이 힘을 합쳐 극복해야 할 범지구적인 과제도 많다. 먼저 한일 양국이 세계 건조량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해양조선 분야에서는 탈탄소 대응이나 자율운항선박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시대의 글로벌 스탠더드 제정 등에서 양국은 경쟁보다는 협력해야만 한다. 두 번째로 해운 분야에서는 북극항로의 상업화에 따른 북극 관계국들과의 협의, 해적 문제를 포함한 항행안전의 확보,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정기선 해운 규제에 대한 공동대응, 우리가 힘을 기울이는 해운재건 5개년 계획에 따른 정기선업계의 재편, IMO의 환경규제에 따른 LNG벙커링항만의 네트워크 구축 등에서 서로 협력해야만 한다.
세 번째로 해양환경이나 수산업에서도 기후온난화에 따른 동남해 수산자원의 효과적인 공동관리와 해양오염 관리, 동아시아 해역 전체에 걸친 초미세 해양플라스틱 문제의 해결, 중국어선의 불법조업 공동대응 등 양국이 함께 힘을 합쳐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양국의 해양수산 분야에서 우호협력 관계를 지속해서 유지하며 상호호혜의 정신으로 윈윈(Win-Win)하는 방안을 강구해 나가야 한다. 나아가 신정부는 바다를 매개로 새로운 한일 협력관계의 모범사례를 만들어야 한다. 신정부의 주도로 한일 양국이 관련 업계와 지자체가 포함된 해양문제 해결을 위한 라운드테이블을 주기적으로 가지면서 역사를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를 열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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