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ve Canem 카베 카넴. 번역하여 ‘개를 조심하라!’ 로마인들은 문 앞의 바닥에 이 글귀를 새겨놓았다. 폼페이의 고대 로마 유적에서 발굴된 개 조심이 가장 유명하다. 집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몸을 낮추어 달려들 기세인 듯도 하고, 반대로 장난칠 준비를 하는 듯도 하다. 개들을 악과 거짓의 상징으로 쓰고 있는 성서의 ‘개 조심’과 달리 고대 그리스 로마의 개 조심은 애매하다.

고대 그리스 로마 세계에서 주인에게 충직했던 미담을 이야기할 때 개를 빼놓을 수 없다. 아르고스라는 충직한 개가 있었다. 오디세우스를 따라 사냥터를 누비던 날쌔고 잘생긴 개였다. 주인은 고향을 떠나 트로이아의 전쟁터에서 10년을 보내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모험과 탐험에 빠져 10년을 더 허비했다. 오디세우스가 거지 몰골로 고향 집에 돌아왔을 때 그를 알아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가히 믿기지 않는 오랜 세월을 살아낸 아르고스만이 주인을 알아보고 귀를 쫑긋 세웠다. 돌보는 이가 없어 노새들과 소들의 똥 더미 위에 누워 있어야 했지만, 충견은 주인을 잊지 않았다. 몸을 일으켜 주인에게 다가갈 기력조차 없던 아르고스는 간신히 꼬리를 흔들 뿐이었다.

사람들 생각에 사납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짐승도 개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무시무시하고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는 개, 그렇게 사나운 아가리를 세 개씩이나 가진 개 케르베로스를 저승의 문 앞에 세워놓았다.

덧붙여 로마의 시인 호라티우스는 저승 문지기의 공포스러움을 극대화했는데, 케르베로스의 목덜미에 복수 여신들의 백 마리 뱀들이 머리를 쳐들고 흉측한 숨결을 토하고 있었고, 뱀들마다 세 갈래 혓바닥을 날름거리며 독을 뿜고 있었다고 노래한다.

저승의 문턱을 넘은 사람들이 그 서슬에 놀라고 겁에 질려버려 단 한 명도 다시 이승으로 돌아올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는 사실은 저승의 개가 얼마나 사납고 섬뜩하고 무서운 문지기인가를 증명한다. 저승의 왕에게는 충직한 개가 아닌가?

물론 주인에게 달려들어 주인의 살점을 물어뜯고 불충과 포악을 드러낸 개들도 있다. 사냥꾼 악타이온의 개들인데, 주인을 못 알아보았기 때문이다. 사냥꾼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악타이온은 숲에서 길을 잃었다. 그는 헤매다가 숲의 여신 디아나의 성역에 이르렀고, 마침 목욕 중이던 여신의 나체를 인간이 보았다. 여신보다 더 크게 놀란 사냥꾼은 여신의 물세례를 받고 황급히 되돌아 나왔다.

그때까지 사냥꾼은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알지 못했다. 다만 도망치는 발이 전에 없이 갑자기 빨라져 이상하다고만 여겼다.

그때 오수(午睡)의 시간이 끝났다. 휴식을 마치고 돌아온 사냥개들은 때마침 디아나의 숲에서 도망쳐 나오는 사슴을 발견하였다. 사슴이 본래는 주인 악타이온이라는 것을 개들은 알 수가 없었다. 한참 동안 도주와 추격의 팽팽한 경합이 이어졌다. 추격자들은 도망자를 잡을 수 없었고, 도망자는 추격자들을 따돌릴 수 없었다. 몇 마리 영리한 것들은 앞질러가서 도망가는 길목을 지켰다.

드디어 사슴이 쓰러졌다. 달려드는 개들의 이빨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상처를 입혔고, 가냘픈 사슴의 여린 살갗을 파고 들었다. 주인을 못 알아보고 사납게 공격하는 개들에게 사슴은 말을 했어야 했다. 내가 너희들의 주인이다.

주인을 못 알아보고 덤벼드는 사고도 있었지만, 뭐니 뭐니 해도 개는 지혜로운 짐승이다. 개가 철학자의 자질을 가지고 있다고 철학자들의 제왕 플라톤은 말한다. 그는 국가의 수호자들이 개와 같아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개처럼 예민하고, 개처럼 영리하고, 개처럼 용맹한 존재가 없으니, 수호자들은 적을 추격할 때나, 적을 식별할 때나, 적과 맞서 싸울 때에나 용감하고 대담한 개와 같은 능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적에게는 용맹하고 사납고 무서운 존재지만, 주인에게는 더없이 다정하고 온순하고 순종적인 개처럼, 수호자들 또한 시민과 친구들에게는 친절하고 다정하고 충직해야 한다. 하나의 영혼에 어떻게 완전히 상반된 두 가지 성향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아무튼 이렇게 적과 친구를 구분할 줄 알고, 앎과 모름을 바탕으로 적과 친구에게 다르게 행동할 줄 안다는 것은 지혜를 말해주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개를 지혜롭고 용맹하고 충성스러운 짐승으로 보았던 고대 그리스 로마 세계의 ‘개 조심 Cave Canem’은 맹견주의가 아닐 가능성이 있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이 귀한 전시물을 보호하기 위해 ‘손대지 마시오’라고 써 붙인 것처럼, 집에서 기르는 소중한 애견을 보호하기 위해 방문객들에게 ‘우리 개를 밟거나 차지 마시오’라는 경고일 수도 있다. 어느 쪽으로든, 여러분, 개를 조심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