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접전 끝에 불과 0.73%포인트의 득표율 차이로 윤석열 후보가 제20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대선이 진영 간의 대립으로 끝나기는 해도 그 과정에서 각 후보 나름의 공약 중심으로 국민을 설득하는 시간이 선거운동의 중심에 있었다. 그러나 이번 대선은 현직 검찰총장이 여권과 충돌해 야당 대통령 후보로 출사표를 내고, 여야 후보 네거티브 공방이 대선판을 끝까지 흔들다 보니 각 당의 공약이 머릿속에 남아있지 않아서 아쉬웠다. 지난 9일 대선은 치러졌고, 당선자가 확정됐기 때문에 다음 정권은 우리나라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 갈지에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중앙선관위에 제출한 10대 공약에는 해양수산정책이 보이질 않지만, 12개 세부 분야로 나누어진 경제분야 공약 중 해양수산정책으로 ① 친환경 안전한 해양수산업 육성 ② 어업인 소득과 삶의 질 향상 ③ 연안재해 및 해상사고 사전 예방 ④ 해운, 조선산업 성장을 통한 신해양강국 재도약 ⑤ 확고한 해양영토 주권 수호의 5개 세부 공약이 제시됐다.
총선이나 지방선거와는 달리 대선에서는 큰 어젠다 중심으로 공약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긴 하지만 검찰개혁 부동산 공정성 등 사회적 갈등이 이슈가 되다 보니 부동산 문제를 제외하고는 정책의 구체성이 다소 떨어진다. 해양수산정책은 중점적인 정책 방향성을 알기도 어려울 정도로 아주 평범한 원론적인 얘기만 언급하고 있어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인수위 차원에서라도 새 정부 5년간 해양수산 분야에서 무엇을 중점적으로 추진해서 성과를 낼지에 대한 진지한 검토와 토론이 필요할 것 같다. 이런 차원에서 해양수산정책의 4번째 어젠다인 해운, 조산산업 성장을 통한 신해양강국 재도약에 대해서 한 가지만 언급하고 싶다.
우리 해운산업과 조선산업은 1970년대 수출입국 시책과 중화학공업 육성책의 결실로 그 규모에 있어서는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해 왔다. 그러나 2016년 한진해운 도산사태와 조선산업 불황 등을 겪으면서 우리 해운산업과 조선산업이 규모 면에서나 생산능력 면에서는 세계 최상위권에 속하지만, 재무구조와 경영능력면에서는 매우 취약하다는 점을 알게 됐다. 지금도 해운과 조선 분야는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 등을 통한 사실상 공적자금의 지원에 의해서 운영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얼마 전, 해수부 장관이 대규모 공적자금의 지원으로 회생한 HMM에 대해 언급하면서 정부의 해운 재건사업은 공적자금의 3배 이상을 회수한 성공적인 작품으로 평가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외형적으로 보면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비정상적인 운임 폭등에 의한 일시적 효과가 아닐까 한다.
또 육상 물류의 정상화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선박의 회전율이 떨어지고, 친환경 선박의 수요 등이 겹치면서 조선업도 유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여전히 HMM 등 대형해운회사와 조선업체들이 법정관리나 해양진흥공사 등의 공적자금에 의존해서 운영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특히 HMM의 경우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는 자금 차입이 어려워서 전환사채 형태로 상당한 규모의 공적자금이 지원된 상태로 알려져 있다. 채무가 주가와 연동돼 있어서 사상 유례없는 영업이익이 발생하고 있어도 추가 인상분만큼 채무부담액도 높아진다면 재무구조 개선은 기대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전 세계 상선대의 선복 과잉이 여전하다고 볼 때, 코로나 팬데믹이 종식되고 물류가 정상화될 경우 재무구조개선 등 경영합리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다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사상 유례없는 영업이익을 부채 상환의 기회로 삼고,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계기로 만들어 주는 지혜를 발휘할 시기라고 본다. 어려울 때마다 정부가 공적자금으로 해운·조선업에 직접 지원을 이어가기보다는 스스로 일어서서 경쟁해 나갈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코로나 팬데믹이 우연히 그런 기회를 만들어 주고 있다.
해운기업도 이익과 손실 모두 주주가 감당해야 하는 상인이라는 가장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을 상기하고, 해운기업과 조선기업 모두 정부의 손에서 벗어나서 시장으로 돌려주는 혜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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