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감행됐다. 대부분의 국제 및 외교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공격 1주일 전까지만 해도 “러시아의 군사적 행동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지만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이후 세계 경제는 엄청난 불확실성의 늪으로 빠져 들고 있다. 대표적인 문제가 유가 폭등이다. 러시아는 세계원유시장의 13% 이상을 책임지고 있고, 천연가스는 20%를 공급하는 자원 대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에 대해 금수조치를 내렸다. 경제제재를 통해 러시아를 협상 테이블로 나오게 한다는 건데, 역설적으로 국제유가는 뛰어 올라 장중 배럴당 130달러(WTI기준)까지 찍었다.

탄소중립으로 간다지만 우린 아직 석유 에너지원 시대를 살고 있다. 유가가 오르면 비철금속 등 모든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결국 공산품까지 영향을 미쳐 대대적인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초래한다. 그런데 과거 경험상 이렇게 공급 쪽 문제로 유가가 오르고 물가가 올라버리면 예외 없이, 100% 확률로 스태그플레이션(경기 불황 속 물가만 지속적으로 오르는 상황)으로 빠져 들었다. 소득 증가가 물가 오르는 것을 쫓아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2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이미 연 7.9%가 나왔다. 여기서 조금만 더 가버리면 마이너스 성장이 나올 수 있다.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가 스태그플레이션이란 부메랑으로 되돌아 오고 있는 형국이다.

그런데, 필자는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가 경제사적으로 두 가지의 변곡점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석유시대의 완벽한 종언이고 둘째는 다극화시대의 시작이다.

먼저 석유의 종언을 보자. 지구온난화에 대한 지적은 1972년 로마클럽 보고서에서 처음 등장했다. 이후 50년간 인류는 탈 탄소, 석유에서 신재생 에너지로의 전환 노력을 계속했다. 하지만 속도는 매우 느렸다. 왜일까? 누가 뭐래도 ‘가성비’ 측면에서 석유를 능가할 에너지원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린 힘들 때마다 석유를 찾고 또 찾았다. 아예 미국은 앞으로 200년 이상은 더 쓸 만큼 묻혀있다는 셰일 원유 발굴에 총력을 기울이기도 했다. 솔직히 지금 미국이 셰일원유와 셰일가스만 다시 개발해주면 모든 문제는 단박에 해결된다. 하지만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멈칫거리고 있다. 이쯤에서 석유와 완벽한 이별을 하기 위해서이다. 석유시대는 국제유가가 오르고 또 올라서, 너무 올라서 세상 사람들에게 버림 받을 때 마무리가 되는데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는 그걸 만들고 있다. 러시아에게 휘둘리는 석유와 천연가스, 그래서 우리를 힘들게 만드는 에너지, 이걸 각성한 사람들은 태양광 원전 수력 풍력 수소에너지를 더 찾게 될 것이고 이 분야에서 엄청난 기술 진보가 나올 것이다. 그리고 이런 과정 속에 석유시대는 완벽한 마무리를 할 것이라고 통찰해본다.

둘째 다극화 시대의 시작을 보자.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느꼈다. ‘대체 미국은 뭐하는 거지?’라고. 미국은 세계 3차대전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이번에 군사행동 카드를 초반부터 버렸는데 그렇다고 러시아 경제제재에 리더십을 발휘한 것도 아니다. EU(유럽연합)를 비롯한 서방세계는 이번에 저마다 다른 행동을 취했다. 독일은 러시아 금융제재인 ‘스위프트 배제’에 대해서도 막판까지 반대했고 러시아산 원유 및 천연가스 금수조치에 침묵하고 있다. OPEC 산유국들도 말을 듣지 않는다. 러시아는 중국과 연합전선을 펼치고도 있다. 이런 상황, 어쩌면 미국 스스로 만든 것이다. 스스로 패권을 내놓고 큰 형님의 자리에서 내려오겠다는 행동을 해왔으니 말이다. 그래서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세계는 ‘미국-유럽연합-아시아’ 등 다극화 시대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이런 예측이 맞느냐 틀리느냐를 보려면 지금부터 한 가지만 확인하면 된다. ‘달러의 흐름’이다. 미 달러화는 패권과 석유를 등에 업고 가치를 유지했다. 세상 모든 원유거래는 달러로만 해야 하는 ‘페트로 달러’인데 석유가 끝난다면 달러 힘도 약해질 것이다. 또한 미국 패권이 약해진다면 당연히 달러화의 힘도 약해져야 한다. 당장 올 2분기부터 ‘달러 약세’ 흐름이 나오는지는 확인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