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 재개 가능성을 시사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어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주재로 열린 정치국 회의에서 미국 대응 방향과 관련해 “선결적, 주동적으로 취했던 신뢰 구축 조치들을 전면 재고하고, 잠정 중단했던 모든 활동들을 재가동하는 문제를 신속히 검토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신뢰 구축 조치’는 북미관계 개선과 한반도 비핵화 등을 합의한 2018년 6월의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잠정 중단 활동’은 그 해 4월의 핵·ICBM 실험 모라토리엄(유예) 선언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 메시지를 존 바이든 미 대통령이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시작하는 시간에 전격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경고인 셈이다.
북한의 이번 발표는 북미관계를 일촉즉발의 대립 상태였던 2017년으로 되돌릴 수 있는 위기를 내포하고 있다. 그 해 8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북한의 ICBM 시험발사에 반발해 “미사일을 계속 발사하면 전 세계가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에 직면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화염과 분노’는 북한이 미국에 ICBM을 쏘기 전에 선제타격한다는 말이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결코 일어나선 안 될 비극이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을 고려할 경우, 한국전쟁의 재발은 물론 동북아로의 확전까지 우려되는 극단적 파괴행위여서다. 더는 국제사회가 좌시하지 않을 테고, 김정은 정권 또한 무사하지 못하리라는 건 두말할 나위가 없다. 북한이 시험하는 국제사회의 인내는 한계에 이르렀다.
미국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바이든 정부는 북한과 대화할 수 있는 문을 열어 놓되, 미사일 발사 등 나쁜 행동은 제재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그 이상의 대화 유인책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한미 연합군사훈련, 전략무기 실험·배치 등 북한 정권이 위협을 느끼는 행동은 지속하고 있다. 북한이 올해 들어 벌써 4차례나 미사일을 쏘는 등 도발하는 이유다. 갈등은 상대가 있기 마련이다. 북미 싱가포르회담이 성사되기 전에 한미 연합훈련 잠정 중단과 북한 핵·ICBM 실험 모라토리엄이 동시에 이뤄졌던 일을 상기해봐야 한다. 대화와 평화는 무력이 아닌 평화적 방법으로만 도모할 수 있다.
북한은 미국에 경고장을 날리면서도 “핵·ICBM 실험 재개”라는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대미 협상의 여지를 남겨두려는 의도로 읽힌다. 미국은 도발에 제재를 가하되, 보다 적극적인 대화 유인책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오바마 정부에서 부통령으로 재직할 때처럼 현상 유지를 바라는 ‘전략적 인내’와 유사한 정책을 펴다간 상황만 악화시킬 뿐이다. 북한의 핵무력 수준은 전력적 인내 시기에 급상승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북미·남북관계 개선에 정치생명을 걸어야 한다. 지난 5년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는 없지 않은가. 미중 등 국제사회를 설득해야 한다. 베이징 동계 올림픽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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