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지 ‘네이처’에 따르면 세계 최악의 근시 국가는 바로 대한민국이다. 19세 서울 학생 중 96.5%가 근시다.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중국 홍콩 대만 일본) 아이들의 근시율은 90%에 육박한다. 1970년대 학교를 다닌 세대의 근시 유병률은 10~20%였고, 실제로 한국에서 지금도 근시가 가장 적은 세대는 59~69세다.

그림 = 서상균 기자

근시는 가까운 물체는 뚜렷하게 잘 보이지만, 멀리 있는 물체는 잘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근시의 원인은 물체의 상이 망막 앞쪽에 생기기 때문인데 안구가 정상적인 안구보다 길거나, 각막 표면의 곡률이 너무 커서 생기게 된다. 사람이 처음 태어났을 때는 눈의 안축장이 짧아 초점이 망막 뒤에 맺히는 원시 상태가 대부분이고, 생후 1년간 눈 길이가 급격히 자라면서 거의 정상에 이르게 되고, 그 뒤부터 눈 길이와 굴절력이 균형을 유지하게 된다. 근시는 이 균형이 깨진 상태라고 보면 되고,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이 되면 멈추는 경향을 보인다.

근시의 원인으로 예전에는 유전적 요인을 많이 생각했지만 최근엔 환경적인 부분도 연구된다. 신경 전달 물질 등의 기능을 하는 체내 유기 화합물인 ‘망막 도파민’은 주로 낮 시간에 분출되는데 실내 인공조명에만 노출될 경우 성장기 아이의 망막 도파민 생성 사이클이 파괴된다는 것이 연구결과다. 햇빛에 노출되는 시간이 줄어들수록 눈 속 도파민 양의 부족으로 안축장이 길어지며 근시가 된다는 것이다. 성장기 아이는 최소 1만 룩스 밝기의 조명에서 하루 3시간 이상 노출되어야 근시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한다. 1만 룩스는 화창한 여름 낮에 선글라스를 끼고 있거나 나무 그늘 아래에 있을 때 밝기다. 그래서 연구진이 주목하는 건 아이들의 야외 활동이다. 밖에 나가 넓은 공간에서 뛰어놀면 그만큼 게임기나 컴퓨터 책 읽기와 같은 근접 작업의 시간이 줄어들고 밝은 햇빛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져 안구 건강에 유익하고 근시의 유병률을 줄일 수 있다.

영국이나 미국은 15세 학생이 일주일에 숙제를 하며 보내는 시간이 5, 6시간이다. 중국 상하이의 15세 학생은 평균 14시간이고, 우리나라는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더구나 재작년부터 코로나 시국으로 인해 아이들의 야외활동은 줄어들고 비대면 실내 화상수업을 시행해 상황이 더 걱정스럽다. 동아시아 국가 아이들의 근시 비율이 너무 높은 것을 유전적 요인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는 미국에 있는 아시아계 아이들의 근시 비율이 40% 이하인 것으로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근시는 녹내장이나 망막박리 등의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근시가 무한정 많아지는 지금의 현상은 어떻게든 차단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공부가 중요하다고 해도 체육시간을 없애가면서 공부를 한다거나 쉬는 시간도 없이 책을 계속 보는 것은 삼가야 하고, 몇 시간씩 계속 TV나 컴퓨터를 보는 것도 자제하도록 해야 한다.

그렇다고 근시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40세 이후에는 눈의 조절력이 떨어지며 노안이 오게 되는데, 이때 적당한 근시는 안경을 벗으면 가까운 거리가 잘 보이므로 돋보기를 쓰지 않거나 쓰더라도 남보다 늦게 얇은 돋보기만 써도 되니 말이다.

최근 대선을 앞두고 필요 없는 변명이나 말을 하고 엉뚱한 행동을 할 때 근시안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다거나 근시안적으로 생각한다고 비난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아! 이 땅의 수많은 근시에 대한 모독이다.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행동이나 말에 대해 근시를 들먹이는 것은. 근시는 가까운 거리는 정시보다도 더 잘 본다. 엉뚱한 행동이나 말에 근시를 빗대어 많은 근시들을 모독하지 마시라.

센텀소중한눈안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