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음악가의 수입

  • 하순봉 작곡가
  •  |   입력 : 2021-12-28 19:20:35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작곡가 바그너는 ‘파리객사’란 음악단편소설을 쓴 적이 있다. 그 내용은 한 야심 찬 독일 음악가가 성공을 위해 파리에 갔다가 결국은 생활고로 인해 비참한 삶을 마치고 만다는 그런 이야기이다. 이 소설은 사실 19세기 화려한 파리음악계의 실상을 고발하는 것으로 바그너 자신의 자전적인 이야기이기도 하다. 독일에서 도피해간 바그너는 파리에서 성공을 노렸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다. 전 유럽에서 부나방처럼 몰려든 음악가들 속에 천하의 바그너도 그냥 천덕꾸러기일 뿐이었다. 18세기 런던도 파리 못지않게 일자리를 찾기 위해 많은 음악가가 몰려들었는데 페스팅이란 음악가는 어느 날 길거리에서 떠도는 옛 동료의 아이들을 보고 음악가를 위한 상조회를 제창했다. 헨델이 기부한 막대한 기부금을 기금으로 하여 이 제도는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이러한 상조회는 빈에서도 ‘미망인과 고아를 위한 음악협회’란 이름으로 만들어졌다. 악단들은 급료에서 공제하고 연금을 만들고 크리스마스나 겨울시즌에 ‘땔감 마련을 위해’란 취지로 자선음악회를 열기도 했다. 지금의 자선음악회는 그 유래가 깊은 것이다.

만하임악파로 유명했던 독일 중부도시 만하임.
당시 음악가 중 최고의 직업은 궁정음악가였다. 지금 같으면 시립악단이다. 그래도 당시 궁정음악가들의 급료나 사회적 신분은 대략 중하였다고 한다. 독일에는 슈타트파이퍼란 시에 고용된 음악가들이 있었는데 길드조직이었다. 이들은 도시의 탑 위에서 성문의 개폐를 음악으로 알리기도 하고 도시의 공식행사나 무도회, 시민의 관혼상제등의 음악을 담당했다. 이 조직은 음악교육도 하였다. 바흐의 부친도 이 슈타트파이퍼 출신이다. 이들의 역할이 커지면서 그 보수도 올라가 나중엔 궁정음악가들과 큰 차이가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왕정제가 점점 무너지면서 음악가들은 자연히 프리랜서가 될 수밖에 없었고 다들 일자리를 찾아 대도시로 몰려들게 되었다.

독일의 중부도시 만하임은 고전시대 소위 만하임악파로 유명했던 도시인데 이 악단의 구성원은 동유럽의 보헤미아 출신들이 아주 많았다고 한다. 이렇게 일자리를 찾아 국경을 넘나드는 게 당시 음악가들에겐 다반사였다. 이탈리아는 대표적인 음악가 수출국이었다. 그들은 북유럽 러시아까지 진출했다. 루이14세의 총애를 받은 궁정음악가 장 밥티스트 륄리가 대표적인 이탈리아 출신 음악가이다. 그나마 악단에 속하지 못한 개인들은 길거리 연주로 생계를 이어 갔는데 오늘날 유럽의 길거리 연주도 그 유래가 오래된 셈이다.

당시 음악가들의 부업이 또 흥미롭다. 소나티네로 유명한 클레멘티는 피아노 판매와 악보 대여, 악보 출판을 주로 했다. 프랑스의 작곡가 플레이엘은 피아노제조업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본의 궁정악단 호른주자이자 베토벤의 친구였던 짐록도 재빠르게 출판사를 차렸다. 지금까지 유명한 짐록출판사이다. 의외의 부업은 악보필사이다. 지금이야 컴퓨터 때문에 없어진 직업이지만 당시엔 관현악의 총보를 보고 각 연주자의 개별악보를 옮기는 작업은 꼭 필요한 일이었다. 철학자 루소는 작곡도 했고 음악사전을 집필하기도 한 음악가였다. 그는 생계를 위해 악보필사를 했는데 “이 일은 큰 벌이는 아니지만 수입은 확실하다. 일은 충분하다. 열심히 하면 먹고사는 일은 문제가 없을 것이다”고 했으니 의외의 벌이였던 모양이다. 한스 애빙은 ‘예술가는 왜 가난한가?’란 저서에서 “예술의 신화가 과잉공급을 낳고 여기에서 가난의 악순환이 나온다”고 그 원인을 밝히고 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점이 없는 음악가들의 삶을 보며 왠지 그런 이야기는 공허하기 짝이 없다. 땔감을 걱정하는 자선음악회가 열리고 있는 이 세모에 생활인으로서의 음악가를 생각해 본다.

작곡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대단지 동시다발 입주하자 부산진구 ‘매물 폭탄’ 비명
  2. 2근무복 입고 식당서 소주 한 병…부산교통공사 직원 2명 징계 의결
  3. 3그립습니다…영화의 숲에 뿌리 내린 ‘강수연 팽나무’
  4. 4부산록페 3년 만에 찾았는데…휴대폰·음향 먹통에 분통만
  5. 5영도캠핑장 개장 후 첫 예약부터 ‘삐그덕’… 캠핑객 분통
  6. 6근교산&그너머 <1300> 울산 무학산 둘레길
  7. 7조선업 호황에…친환경 해양플랜트 전시회 부산서 열린다
  8. 8다시 마주한 BIFF…3년 만에 ‘완전 정상화’ 개막
  9. 9월파 피해 큰 민락동 일대…대비책은 감감무소식
  10. 10윤 대통령 지지율 20%대 추락...응답자 70% "비속어 사과하라"
  1. 1윤 대통령 지지율 20%대 추락...응답자 70% "비속어 사과하라"
  2. 2부울경 5G 가입자는 ‘봉’…28㎓망 96% 수도권 편중
  3. 3도산사건 처리시간 부산이 서울의 2배…재판 불균형 해소를
  4. 4북한 또 탄도미사일 위협...한·미·일 연합훈련, 한반도 긴장↑
  5. 5부산 오페라하우스 업무협약 10개월, 수발신 공문 '전무'
  6. 6법원, 정진석 비대위 효력 인정 …‘이준석 가처분’ 기각
  7. 7북한 탄도미사일 섞어 쓰기 왜?..."한반도 전쟁 염두?"
  8. 8김두겸 울산시장 "그린벨트 해제해 기업 유치, 특혜 시비 감수할 터"
  9. 9고교생 만화 ‘윤석열차’ 놓고 정치권 공방 격화
  10. 10尹 "강력한 한미동맹으로 국민안전 챙길 것"
  1. 1대단지 동시다발 입주하자 부산진구 ‘매물 폭탄’ 비명
  2. 2조선업 호황에…친환경 해양플랜트 전시회 부산서 열린다
  3. 3부산 전통시장 점포 절반은 온누리상품권 사용 불가
  4. 4에어부산, BTS 부산 콘서트 때 전세편 띄운다
  5. 5올해 부산지역 아파트 평균 전세가율 81.6% 달해
  6. 6‘국토부 정밀감사’ HUG 권형택 사장 사의 표명
  7. 7어민 10명 중 8명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절대 안된다”
  8. 8산업은행에 이어 부산시도 산업은행 부산 이전 지원단 출범
  9. 9부산 기업 10곳 중 9곳 “오픈이노베이션이 뭔가요?”
  10. 10빗썸앱 ‘원화 간편입금’ 넣은 베타 서비스 출시
  1. 1근무복 입고 식당서 소주 한 병…부산교통공사 직원 2명 징계 의결
  2. 2부산록페 3년 만에 찾았는데…휴대폰·음향 먹통에 분통만
  3. 3영도캠핑장 개장 후 첫 예약부터 ‘삐그덕’… 캠핑객 분통
  4. 4월파 피해 큰 민락동 일대…대비책은 감감무소식
  5. 5통역사 준비하고 환경 정비하고…부산시, 전세계 아미 맞이 ‘분주’
  6. 62030부산엑스포, 부산-서울 손 잡았다
  7. 7재산상속 갈등 빚던 친누나 살해한 50대 남동생 체포
  8. 8“부울경 더 강력한 특별연합 형태로 메가시티 결성을”
  9. 9한전 역대 최대 적자에도 직원들 '법카'로 '오마카세' 사먹어
  10. 10양산문화재단 출범 지연 왜?
  1. 1최나연 “사랑하지만 미웠던 골프 그만하려 한다”
  2. 2철벽방패 김민재, 무적무패 나폴리
  3. 3AL 한 시즌 최다 62호 쾅…저지 ‘클린 홈런왕’ 새 역사
  4. 4제103회 전국체육대회 7일 울산에서 팡파르
  5. 5거포 가뭄 한국, 홈런 펑펑 미·일 부럽기만 하네
  6. 6권순우, 세계 23위 꺾고 일본오픈 16강
  7. 7필라델피아 막차 합류…MLB 가을야구 12개팀 확정
  8. 8처량한 벤치 신세 호날두, 내년 1월엔 맨유 떠나나
  9. 9김수지 ‘3주 연속 우승’ 도전…상금 1위까지 두 토끼 잡는다
  10. 10이대호 고군분투했지만…가을의 기적은 없었다
우리은행
주민이 직접 설계하는 지방자치단체 구성
단체장 권한 집중 획일적 구조…행정전문관 등 대안 고민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복지환경위원회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이영희와 우영우, 그리고 우리들
제1부두서 부산비엔날레가 열린다고?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표류하는 가덕신공항
기고 [전체보기]
효율성과 안전성이 입증된 세계적 흐름
바이오융합 방위산업으로 국가산업 구조 개혁
기명칼럼 [전체보기]
다시, 시민의날 곱씹는 이순신 정신
네옴시티와 행복도시
기자수첩 [전체보기]
표현도 가지각색, 부산 팬들의 뜨거운 롯데 사랑
김해시 현안, 전 시장 일이라도 수습을
김갑수의 생각 [전체보기]
민주당, 가망 있을까?
당신들의 세상이 아니다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출산율 0.73 부산에 수의대를 허하라
4차 산업혁명과 전쟁 가능한 ‘보통국가’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민심, 그 숨은그림찾기의 비밀
영화관을 지켜낼 수 있을까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새로운 음악생태계 모색
유형과 무형의 문화유산이 만날 때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부울경 메가시티와 박형준 부산시장
부산 조정대상지역 이번엔 해제될까
도청도설 [전체보기]
풍자의 위기
가을축제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영암 어란
기장군 말미잘탕
사설 [전체보기]
“사우디에 안 밀린다”는 엑스포 유치전 더 힘내야
부산 ‘영어상용도시’ 앞서 남용 대책 먼저 살피길
세상읽기 [전체보기]
토끼와 빨래
인구가 많아야 부자국가다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험난한 선진외교의 길
우크라이나 전쟁과 한반도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노아 방주의 실천적 교훈
에너지 가치사슬의 완성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한국, 세계의 중심국이 되다
푸틴, 리더의 함정에 빠지다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중세 기후일탈과 대응을 현재에서 보다
장병윤의 대안 모색 [전체보기]
정치인의 언어
우리는 농업을 지킬 수 있을까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대한민국의 미래, 부울경 메가시티
새 대통령에 거는 기대, 두잉(Do-ing)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난국 탈출, 대통령의 공감과 감응부터
민주당, ‘닮은꼴’ 영국 노동당에 배울 점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외로워
인 비노 베리타스, 그리스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국민 언니’의 원조 강수연 배우를 떠나보내며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베토벤의 머리카락
‘보리밭 사잇길로’ 윤용하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신명연의 ‘양귀비꽃’
민화에 대한 수상한 시선
  • 2022골프대회
  • 맘 편한 부산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