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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그럼…금수현·이상근 기념관은? /오광수

지역 출신 걸출한 음악가 금수현·이상근이란 자산

이들의 발자취 담을 공간, 기념관 건립 사업 논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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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1. 지난달 19일 부산 서구 부민동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아동전용극장인 ‘한형석 자유아동극장’ 복원 사업 착공식이 열렸다. 자유아동극장은 독립운동가이자 예술가·교육자이던 한형석(1910∼1996)이 해방 이후 부민동에 정착하면서 사비를 털어 1953년 8월 세웠다. 자유아동극장은 한국전쟁 중 부모를 잃은 아이들을 보듬은 공간이었다. 아동극과 그림극, 영화 등을 2년간 500여 차례 선보였다. 복원된 자유아동극장의 1층에는 한형석기념관과 쉼터, 2층에는 아동극장(160석) 등이 들어선다. 한형석 관련 아카이빙 추진 소식도 들린다.

#장면 2. 지난 8월 부산시청 회의실. ‘동백아가씨’(노래 이미자) ‘해운대 엘레지’(노래 손인호)의 작곡가 백영호(본명 백영효, 1920∼2003) 기념사업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백영호는 자신의 음악 인생 55년간 4000여 곡을 발표했다. 가수 이미자의 노래 가운데 백영호가 만든 곡만 100곡이 넘는다. 유족이 보관하고 있는 백영호의 유품들을 전시하고 활용하는 방안도 논의됐다고 한다. ‘백영호 기념관’ 건립에 관한 목소리도 커진다. 백영호는 부산 서구 서대신동에서 태어났다. 출생지만 부산이 아니다. 백영호 작품의 뿌리 역시 부산이다.

지역에서 나고 자라고, 일터로 삼은 문화예술가. 그들의 진한 발자취를 어떤 공간에 담아 기리는 것은 정말 환영할 일이다. 그래서 두 장면을 보며 떠오르는 게 있다. 작곡가이자 음악교육가 금수현(1919∼1992), 다작의 작곡가 이상근(1922∼2000)의 기념관은 왜 없을까.

먼저 금수현. 그는 1947년 지은 가곡 ‘그네’의 작곡자로 널리 알려졌다. 작곡 분야뿐만이 아니다. 한글학회 회원 금수현은 한글 전용과 바로 쓰기 운동에 앞장섰다. 한글로만 쓰인 명함을 만들어 일본인에게 건넨 일화는 유명하다. 금수현은 부산에서 음악교사로 일하던 해방 전후 서양 음악 용어의 한글화에 발 벗고 나섰다. 나라의 기틀이 채 잡히지 않았던 해방기 우리 음악계는 일본어(한자)로 번역된 서양 음악 용어를 그대로 쓰고 있었다. 금수현은 1945년 음악 용어를 순우리말로 바꾼 악전책(‘음악말’)을 펴내 당시 문교부 편수국장이던 한글학자 외솔 최현배에게도 보냈다. ‘쉼표(휴부·休符)’ ‘높은음자리표(고음부 기호·高音部 記號)’, ‘다섯줄(오선·五線)’ 등이 이때 나왔다. 금수현은 이를 집대성해 1960년 ‘표준음악사전’을 편찬했다. 1957년 문교부 편수관을 맡았을 때는 한글학회의 맞춤법을 표준으로 삼자고 주장해 관철시켰으며, 외래어 표기의 통일, 한글의 로마자 표기법 정리, 전국 간판의 한글화 등을 주장하거나 주도적으로 관여해 실현시켰다. 금수현은 경남음악협회의 초대 회장 때 ‘음악주보(音樂週報)’ 발간을 주도했고 1970년 음악 잡지 ‘월간 음악’을 창간하고 음악상을 제정했다.

이상근은 어떤가. 그는 20세기 한국의 음악계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가곡과 합창곡, 실내악곡, 관현악곡, 오페라 등 다양한 장르에서 빼어난 작품을 썼다. 이상근은 부산 음악의 ‘여명기’에 작곡가로 활발하게 대외 활동을 하면서도 대학교수로서 후학 양성에 열정을 쏟았다. 그는 1953년부터 작고한 2000년까지 부산을 떠나지 않고 부산 문화예술의 성장과 함께했다. 부산을 음악 인생의 구심점으로 삼은 것이다. 그의 주요 활동 무대는 부산을 비롯해 경남 마산과 대구 등지. 그래서 이상근은 ‘영남 음악계의 파수꾼’을 자처했고 그렇게 살았으며 그렇게 평가받았다. 오페라 ‘부산성 사람들’에는 이상근의 음악관이 집약돼 있다. 1986년 초연된 ‘부산성 사람들’에서 눈에 띄는 장면은 한국적 어법과 ‘부산 또는 경상도스러움’이다. 선율은 우리의 전통음악과 맞닿아 있다. 레시타티브(오페라에서 대사를 말하듯 노래하는 형식)의 상당 부분은 부산이나 경상도 지역의 억양으로 채웠다. 서양 음악의 뼈대에 한국적인 살을 붙인 것이다. 그는 비평과 평론, 음악 해설 등으로 지휘봉 대신 펜을 들고 대중과 소통했다. 부산에 연주회장다운 공연시설이 없던 시절 국제신문의 기고문에서 이를 지적하고 개선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가요평론가 이동순 한국대중음악힐링센터 대표는 국제신문에 연재한 ‘이동순의 부산 가요 이야기 <34> 작곡가 백영호 음악의 고향’ 편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한 예술가의 생애에서 고향이 차지하는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의 모든 작품의 모태는 바로 고향이라는 터전에서 빚어졌고, 고향의 모든 저력이 어머니의 품처럼 그를 길러준 것이다. 그러므로 그 예술가의 유품과 발자취가 전시될 기념관은 반드시 작가의 고향에 설립되어야 마땅하다’. 금수현과 이상근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을 기리는, ‘기억의 공간’을 만드는 일은 ‘문화예술의 도시’ 부산의 또 다른 밑거름이 된다.

편집국 부국장·걷고싶은 부산·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 상임이사 inmin@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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