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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국민은 보고 있다 /손균근

역대급 비호감 대선에 냉소, 전 대통령 사면도 정략접근

코로나 지원책 구두선 안돼…대선 나라 살리는 경쟁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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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4년(인조 2년) 음력 2월 11일 한양 도성의 백성이 안령(무악재)으로 몰려들었다. 북방을 지키던 이괄이 반역죄로 몰리자 병사를 이끌고 도성을 점거했다. 이날 이괄과 인조의 군대가 무악재에서 건곤일척의 승부를 벌였다. 이 전투에서 이괄이 패배했고, 공주로 도주했던 인조는 환궁했다. 역사에 기술된 이괄의 난이다. 관군과 이괄의 반란군 사이의 전투에서 백성이 어느 편도 들지 않고 ‘싸움구경’을 했다는 점이 이채롭다. 군사부일체를 주창한 성리학적 체제 하에 왕이 반군의 공격을 받는 상황에서 백성은 그저 구경꾼의 입장만을 취한 것이다. 이를 단순히 반정으로 집권한 인조에 대한 반감만으로 보기 어렵다. 두 차례의 왜란으로 피폐해진 백성의 고통을 외면한 조정에 대한 불신이 깔려있었다고 보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다. 물론 쿠데타의 후유증을 다시 걱정해야 하는 민초들은 반군도 그리 달갑지 않았을 것이다. 피비린내 나는 전투를 구경하는 백성의 모습을 상상하면 냉소와 분노가 읽힌다.

내년 대선전을 보는 국민의 시선이 당시 백성과 다르지 않은 것 같다. 후보들에 대해 도통 믿을 수가 없다는 푸념이 나온다. 후보자 본인의 입장 바꾸기나 실언이 반복되고, 후보 가족 관련 의혹도 꼬리를 문다. 이런 대선 판에서 코로나19를 극복하고 미래 한국의 청사진을 그려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그들만의 대선은 국민을 주권자가 아니라 관전자로 내몬다. 오죽하면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는 말이 나올까.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문제도 그렇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면 이유로 ‘국민 통합과 화합’을 거론했다. 헌정 사상 초유의 탄핵과 수감으로 이어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은 국가지도급 인사에 유독 관대한 법 집행으로 보는 불편한 시각도 있다. 하지만 고령의 전직 대통령이 장기간 입원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건강이 나빠져 취해진 조치라는 점을 납득하지 않을 국민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항상 정치권이 시끄럽다. 박 전 대통령을 구속한 수사팀장이었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늦었지만 환영한다”고 했다. 그러면 될 일을 국민의힘 내부에서 박 전 대통령 사면을 ‘정치적 사면’이라거나 ‘보수분열 공작’이라고 굳이 폄훼한다. 그러면 박 전 대통령을 계속 가둬두라는 것인가. 여당의 태도도 개운치 않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선대위 대변인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했다. 앞서 “시기상조”를 언급한 입장에서 대통령의 고유한 사면권 행사로 수용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면 될 일을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는 “사면관련 후폭풍은 청와대 책임”이라는 말이 나왔다. 그러면 박 전 대통령 사면에 반대한다는 것인가. 여당은 골수 지지층을 달래기 위해 사족을 붙였다. 야당은 박 전 대통령이 윤 후보를 공격할 위험성을 경계하는 내심을 ‘정치공작’이란 말로 표현했다. 지나치면 탈이 난다. 사면을 정략으로 접근하면 갈등의 골이 깊어진다.

대선은 여야 간 전쟁이지만 목표는 국민을 편하게 하고 나라를 반듯하게 하는 것이어야 한다. 먼저 코로나로 지친 민심을 보듬었으면 한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정부의 ‘쥐꼬리 지원’으로는 버틸 수 없다며 거리로 나온다. 엄살이 아니다. 통계로도 확인된다. 한국은행이 최근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9월 말 현재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887조5000억 원이다. 지난해 9월보다 14.2% 늘었다. 자영업자 1인당 대출은 평균 3억5000만 원에 달한다. 비자영업자(9000만 원)보다 4배 가까이 많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만 힘든 게 아니다. 전체 가계대출도 지난 3분기 말 1844조9000억 원으로 1년 전(1681조8000억 원)보다 크게 늘었다.

청와대가 선진국 수준의 지원 필요성을 언급하지만 거기까지다. 임기 말에 접어든 청와대의 영이 서지 않은 지 꽤 됐다. 곳간 열쇠를 쥔 기획재정부는 꿈쩍도 안한다. 여야 정치권이 50조 원, 100조 원 지원 얘기를 내놨지만 구두선에 불과하다. 여당이 정부를 움직이지 못하니 지원시기나 규모를 입에 올리는 게 민망했는 지 요새는 그마저도 쑥 들어갔다. 야당은 대선 전 지원에 대해 여당의 ‘매표행위’로 비난한다. 이러니 파격적 지원이란 말을 꺼낸 진의를 의심할 수 밖에 없다.

여야 후보와 정치권은 지금이라도 코로나 민생을 챙기는 특단의 대책을 세워주기 바란다. 지원 대상이나 수준을 둘러싼 시각차이는 복지논쟁에서 유승민 전 의원이 주장한 ‘중부담 중복지’ 수준에서 타협할 수도 있을 것이다. 후보의 과거사와 후보 가족의 지난 일을 따지는 것보다 이 일이 더 중하다. 여야 정치권과 후보들이 국민의 삶을 지키는 모습을 보일 때 정치회복이 가능하다. 그래야 비호감 대선이란 비아냥을 털어낼 수 있다.국민을 살리는 경쟁은 지나쳐도 된다.

서울본부장 kkshon@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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