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은 다 같이 나누면 모두가 즐겁다. 그래서일까, 지인이나 친구에게 좋은 일이 생기면 축하의 자리를 함께 하는 일이 많다. 근데 그냥 가기엔 뭔가 찜찜하다. 혹시 필요한 거라도 있을까 싶어 연락을 하면 대개는 부담 갖지 말고 편하게 오라고 한다. 물론 때로는 짓궂은 말을 하는 이도 있다. ‘마음은 가볍게, 두 손은 무겁게’라는 식이다. 당연히 우스갯소리일 터다.
선물은 작은 정성의 표현이라고 한다. 단 전제가 있다. 주는 이나 받는 이가 부담스럽지 않아야 한다. 과한 선물은 모두에게 마음의 짐이다. 특히 이권 및 청탁과 연결되거나 공직사회가 엮이면 엄청난 범죄가 된다. 지난 2016년부터 ‘김영란법’이라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이 시행된 배경이다.
하지만 명분은 타당하나 나름의 융통성을 발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여전히 많다. 농수축산업계의 주장이 대표적이다. 설과 추석 때 선물가액을 10만 원으로 제한하니 업계가 큰 어려움에 처해있다는 것이 요지다. 사정이 이러니 정부도 고심이 깊어진다. 명절 때가 되면 국민권익위원회는 전원위원회를 열어 한시적으로 선물가액을 규정보다 배로 높여야 하는지를 결정하느라 바쁘다. 지난해 추석과 올 설에는 이런 예외 규정이 적용됐지만 지난 추석에는 성사되지 못했다.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29일 국회 정무위원회는 얼마전 발의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청탁금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여기에는 설·추석 기간에 한해 농수산물과 농수산가공품 선물의 가액 범위를 현행 10만 원에서 20만 원으로 올린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권익위는 앞으로 해당 개정안의 시행령 개정 작업을 통해 ‘설·추석 전 30일부터 이후 7일까지’로 구체적 기간을 명시할 예정이다.
청탁금지법 개정안은 다음 달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되면 내년 설부터 바로 적용된다. 농수축산업계는 당연히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반면 일부에서는 개정안이 청탁금지법의 입법 취지를 부인하는 것이라고 목소리 높여 비판한다. 반대 여론이 있다고 해서 그 때마다 이리저리 손질을 하면 법 제정의 의미가 사라질 수 있다는 이유다.
정부나 국회가 농수축산업계의 간절함을 ‘나 몰라라’ 하기 어렵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최종 결정은 국회의 몫.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 있다. 어떤 결론을 내든 김영란법의 뿌리를 흔들어선 안 된다는 원칙이다.
염창현 세종팀장 haore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