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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여경무용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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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에 첫 편이 나온 할리우드 영화 ‘폴리스 아카데미’는 80년대 대표적인 코믹영화이다. ‘섹스앤더시티’의 주연배우인 킴 캐트럴이 주인공으로 나온 추억의 작품이다. 이 시리즈는 미국의 어느 대도시에 부임한 여시장이 돌연 경찰관 응모 자격을 대폭 완화한다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시작한다. 적성과 능력도 검증되지 않은 어중이떠중이들이 경찰로 임관되는 과정을 다뤄 우리에게 큰 웃음을 줬다.

   
이런 무능하고 무책임한 경찰이 영화가 아닌 현실에 있다면 끔찍한 일이다. 그런데 생명을 위협하는 폭력 범죄에 경찰이 무기력하게 대응해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킨 사건이 실제로 발생했다. 지난 15일 인천 남동구에서 층간소음 갈등 현장에 출동한 모 지구대 소속 여성경찰(순경)이 칼을 든 가해자를 놔두고 현장을 이탈해 피해자가 칼에 찔려 중상을 입었다. 이 문제를 놓고 해당 경찰에 대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국민청원이 20만 명을 넘겼다. 인터넷커뮤니티에서는 현장에 있던 여경의 대응을 비판하며 ‘여경무용론’까지 불거졌다. 경찰 채용 과정에서 여성 지원자의 체력시험 기준이 남성 지원자에 비해 턱없이 낮다는 문제 제기부터 범죄·치안 현장에서 여경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불만까지 나오고 있다.

정치권도 이에 편승해 젠더갈등을 부추기는 양상이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경찰을 선발할 때 성비를 고려해선 안 된다”며 이번 사건이 선발과정에 원인이 있는 것처럼 말해 논란이 일었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은 “남경과 여경의 문제가 아니라 현장 출동 경찰의 기본자세와 관련한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경찰의 범죄현장 이탈 등 부실 대응 문제를 성별 문제로 바꿔 여경무용론을 제기하는 것은 지나친 논리 비약일 수 있다. 이번 사건 당시 빌라 밖에 있던 남성 경찰관도 내부로 진입했다가 여경과 함께 현장을 이탈한 정황이 뒤늦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경찰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의 원인을 훈련부족으로 꼽고 있다. 이들 경찰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매달 2시간씩 이뤄지는 ‘물리력 대응 훈련’을 모두 온라인으로 이수했다고 한다. 체포·호신술, 사격술, 테이저건 사용법 등을 온라인으로 교육받다 보니 제대로 훈련이 됐을리없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몸집만 커진 경찰이 민중의 지팡이 역할은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이 나온다. ‘성별’이 문제가 아니라 경찰의 교육 훈련을 강화하고 조직 내 팽배한 무사안일주의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때다.

이은정 논설위원 ejle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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