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은 짐승의 가죽을 울려 소리를 내는 악기로 신화적인 상징성을 가진다. 영험하고 신성한 상징성을 지녀 집집마다 액은 물리고 복을 빌어주는 법고돌림의 의식에서 북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전쟁에서도 싸움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로 필수품이었다. 자신의 억울함을 푸는 데도 북이 사용됐다. 조선시대 신문고(申聞鼓)다. 북은 사용하는 곳과 듣는 사람에 따라 그 종류가 매우 다양했다. 제례악 국가의례 연향 군악 굿판에 사용하는 북 절북 농악북 소리북 등등. 그 장중한 북의 울림은 인간에게 신비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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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준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울림의 탄생’의 한 장면. 임선빈(오른쪽) 명인과 아들 동국 씨가 대북을 만들고 있다.
씨네소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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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지난달 개봉한 ‘울림의 탄생’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 GV(Guest Visit)에 참석했다.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30호 악기장(북 메우기) 임선빈 명인의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는 삶이 곧 예술이며, 최고의 북소리를 찾아가는 구도의 시간을 담고 있다. 선천성 소아마비와 청각장애를 앓는 그는 60년 동안 오로지 북을 만들며 최고의 반열에 올랐다. 생계를 위해 작품이 아닌 상품을 주문받고 만드는 일이 일상이었던 그에게 다큐멘터리 영화를 찍겠다는 이정준 감독이 찾아오면서 일생의 숙원이었던 대북을 제작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11살 처음 들었던 그 북소리를 따라 평생 간직했던 꿈의 실현 과정이 영화에서 펼쳐졌다. 아름답기만 할 것 같은 대북의 제작과정은 북의 가죽 처리에서부터 북통 제작, 가죽 씌우기, 단청 채색까지 어렵고 힘든 작업의 연속이었다. 가죽을 못으로 고정한 뒤 북통 위에 올라가 발로 밟아 늘인 다음 다시 조여 못질하는 고된 과정을 거친다. 이후 다시 손가락을 타고 가슴까지 전해오는 진동을 느끼는 마지막 북 조이는 과정은 오로지 명인의 감각으로만 가능하리라.
영화를 보는 내내 명인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많은 것을 감내해야 하는 현실이 너무도 혹독하다고 느꼈다. 나라가 인정하는 장인임에도 작품보다는 상품을 만들어 팔며 생계를 유지해야 하고, 그 북의 정성과 가치보다는 단가를 낮춰 싸게 사려는 야속한 사람 속에서 전수조교로 그 옆을 묵묵히 지키는 아들 동국 씨의 안타까운 마음이 영화에 녹아 있다. 그동안 명인은 1988년 서울올림픽 개막식 북, 청와대 춘추관과 통일전망대에 설치한 북 등 많은 제작에 참여했지만 평생 숙원이었던 대북을 협업이 아닌 단독으로 제작, 2018년 평창패럴림픽 개막식 스타디움을 크고 깊은 북소리로 울려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었다. 하지만 정작 그 북을 공익을 위해 기꺼이 기증한 임선빈 명인에 대한 이야기는 어디에도 없었다. 평창패럴림픽 측은 개막식 팸플릿에 임 명인의 이름을 넣어주기로 한 약속조차 지키지 않았고, 개막식 현장에서 그 사실을 알게 된 부자는 섭섭함을 감추고 담담하게 돌아서며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모습으로 영화는 막이 내린다.
영화가 끝난 후 이어진 감독과의 대화에서는 임 명인 평생의 역작인 대북을 직접 보고 싶다는 관객 질문이 가장 많았다. 감독은 “그 북의 행방에 대해서는 아는 사람이 없다. 저도 알고 싶다”고 말했다.
소리연구회 소리숲대표·음악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