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부산 어느 도시철도 역에서 전철을 기다리는데 승강장 유리벽에 붙은 ‘시가 있는 도시철도’ 작품이 눈길을 끌어당겼다. 제목 ‘안전벨트’. “전동차를 탄 오누이//초등생 누나가/제 무릎 위에 앉힌/유치원 동생을/두 팔로/꼬옥/껴안으면서/말한다//안전벨트 했다”(전문) 어릴 적 추웠던 어느 날, 자기도 추우면서 외투를 홀랑 벗어 발발 떨고 있던 내 어깨 위에 덮어주던 형 생각이 났다.
우연히 만난 동시 ‘안전벨트’는 최계락(1930~1970) 시인의 동시를 닮았다. 맑은 순간이 있을 뿐, 꾸밈도 설명도 없애거나 줄였다. 최계락 시인의 동시 ‘꼬까신’은 다음과 같다. “개나리 노오란/꽃그늘 아래/가즈런히 놓여 있는/꼬까신 하나/아기는 사알짝/신 벗어 놓고/맨발로 한들한들/나들이 갔나/가즈런히 기다리는/꼬까신 하나” 어려운 말도 외국어도 없이 따스하고 맑다.
동시 ‘안전벨트’를 쓴 김춘남은 2018년 ㈔최계락문학상재단(이사장 최종락)과 국제신문 주최 제18회 최계락문학상을 받은 부산의 동시인이다. 문학상은 앞서간 큰 문인의 높은 성취를 기리고, 뒷 세대 문학인의 창작 활동을 격려하는 것이 취지이고 목적이다. 최계락 시인의 문학정신이 그의 이름을 딴 문학상을 고리로 뒷 세대 문인과 우리 사회에 좋은 영향을 주고 있음을, 도시철도에서 만난 동시 한 편은 느끼게 해주었다.
최계락 시인은 1930년 경남 진주시(당시 진양군) 지수면에서 태어나, 진주고 시절부터 ‘낙화’의 시인 이형기와 더불어 소년 문사로 유명했다. 국제신문 문화부장·정경부장·사회부장·편집부국장으로 일하며 부산 예술·문화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다. 그는 ‘꼬까신’ ‘외갓길’ ‘꽃씨’ 같은 빼어난 동시를 써 한국 문학의 지평을 높이고 넓혔다. 그의 이름은 한국 문학사에서 뚜렷하고 우뚝하다.
올해 제21회 최계락문학상 시상식이 오늘 오후 6시 국제신문 4층 강당에서 열린다. 수상자는 조해훈 시인, 오선자 이수경 동시인이다. 이수경 오선자 동시인은 어린이·청소년에게 문학을 가르치며 동심·시심을 심고 가꾸어온 점에서 최계락 문학의 마음을 잇는 시인들이다. 조해훈 시인은 시와 삶에서 최계락 시인과 무척 닮은 예술가로 꼽힌다.
최계락 시인은 “꽃씨 속에는 노오란 나비 떼가 숨어 있다”고 동시 ‘꽃씨’에서 썼다. 수상자들이 최계락 시인의 시 정신을 이어 세상에 문학의 ‘꽃씨’를 더 많이 심고 가꾸어주기 바란다.
조봉권 기획에디터 bgjo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