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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조세정책은 이념대결의 도구가 아니다 /손균근

대선, 조세공약 대결 양상…여야 이념 잣대 비난 공세

미래 대비하는 논쟁 필요, 국가채무·복지 감안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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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대선에서 여야간 ‘세금 전쟁’이 시작됐다. 발화점은 부동산 보유세지만 거래세나 소득세, 부가세 등으로 확전될 조짐이다. 조세정책이 대선의 향방을 가를 핵심 전장이 될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기본소득토지세(국토보유세) 카드를 꺼냈다. 과표구간에 따라 최대 2%의 토지세를 걷어 기본소득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는 “토지보유 상위 10%에 못 들면서 손해 볼까 봐 기본소득토지세를 반대하는 것은 악성 언론과 부패 정치세력에 놀아나는 바보 짓”이라며 “국토보유세수는 전 국민 균등 배분”이라며 강조했다. 토지보유 상위 10%는 세금을 더 내지만 하위 90%는 기본소득으로 받는 돈이 더 많다고 강조한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전면 재검토를 들고 나왔다. 윤 후보는 “종부세 대상자들에게 종부세는 그야말로 세금 폭탄일 수밖에 없다”며 “(제가 대통령이 되면) 내년 이 맘 때면 종부세 폭탄 맞을까 봐 걱정 안 해도 되게 하겠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종부세 폐지로 읽히는 분위기이다.

두 후보 측은 서로를 향해 ‘표퓰리즘’이라고 비난한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의 구상을 ‘반 시장적’이라고 공격하고, 민주당은 윤 후보의 정책을 ‘부자감세’라고 비판한다. 대선의 조세정책 논쟁이 ‘진영대결’의 핵심소재가 되고 있다. 두 진영 모두 지지그룹을 조세공약으로 묶어놓고 산토끼를 잡으러 가겠다는 전통적 득표전략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조세정책 전문가들이 “표나 이념을 의식한 공약”이라고 지적하는 이유이다.

사실 정치에서 세금 문제는 일종의 ‘금기’였다. 세금은 국민이 민감하게 반응한다. 감세든, 증세든 비판적 여론으로 흐르는 경우가 많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6월 도입된 종부세 논란이 대표적이다. 종부세는 국민 상위 1% 정도인 부동산 부자들이 내는 세금이다. 절대 다수의 국민은 사실 과세대상이 아니어서 세금을 올리든 내리든 별 상관이 없을 것 같지만 종부세의 변천사를 보면 큰 일이 벌어지는 양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가장 최근에 개정·시행된 게 지난 9월이다. 1가구 1주택자의 종부세 과세 기준을 9억 원에서 11억 원으로 상향했다. 부동산 값이 너무 올라 종전의 과세기준인 9 억 원을 초과하는 주택이 늘어난 것을 고려한 감세조치다.

감세를 반길 것 같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부자감세’라는 볼 멘 아우성이 터져나왔다. 반대편에서는 ‘부자 징벌세’라면서 과세 기준을 더 올려야 한다고 맞서 논란이 뜨거웠다.

박근혜 정부는 2013년 8월 세법개정을 추진하면서 사실상의 증세계획인 연말정산 소득공제 개편안을 내놨다가 사흘만에 거둬들여야 했다. 당시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춘추관에서 세법개정 방향을 설명하면서 “거위가 아프지않을 정도로 살짝 깃털을 빼내는 것”이라고 했다가 낭패를 당했다. 사실 조 수석의 ‘거위 깃털’ 발언은 프랑스 루이 14세 때 재무장관을 지낸 장 바티스트 콜베르의 경구를 차용한 것인데,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세금을 더 내는 것을 좋아하는 국민은 없다. 그래서 정치권은 선거에서 세금을 건드리는데 대해 지나칠 정도로 신중하게 접근해왔다.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가 맞붙은 2007년 대선 때도 조세공약은 감세경쟁 수준이었다.

그런데 2012년 대선부터 증세(진보)와 감세(보수) 정책이 정면 충돌했다. 이 대선에서 감세를 내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당선 됐고, 2017년 19대 대선에선 증세를 공약한 문재인 후보가 승리했다. 이 과정을 통해 정치권은 조세정책의 ‘표 결집력’을 학습했다. 문재인 정부는 보수정부 시절 시행했던 대기업과 고소득자에 대한 비과세 감면 축소 등 증세정책을 추진했다. 양극화의 골을 메우겠다는 취지였다. 이 정책은 코로나 19라는 돌발변수 속에 기업의 활력을 갉아 먹었다는 비판에 시달린다.

자본주의 선도국이라는 미국에서 추진되는 고소득 부자들에 대한 자본소득세율 인상에 대해 정치권이 ‘부자 징벌세’ 라거나 ‘반시장적’이라고 몰아세우는 사례는 거의 없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기업 유치를 위해 관련 세금을 깎아주거나 면제하는데 대해서도 ‘부자 감세’나, ‘대기업 특혜’로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지 않다고 한다.

조세정책은 우리 현실에 맞는 선택을 하면 될 문제이다. 한국은 코로나 19의 여파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불어난 국가 채무도 고려해야 한다. 저출생고령사회 진입에 따른 복지대책도 절실하다. 정치적 이해를 배제할 순 없더라도 이념문제로 확대해서 이로울 게 없다.

서울본부장 kkshon@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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