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황정수의 그림산책] 수운 유덕장의 ‘묵죽도’

  • 황정수 미술평론가
  •  |   입력 : 2021-11-02 19:37:35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조선시대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수묵화 소재 중의 하나가 대나무를 그린 ‘묵죽화(墨竹畵)’이다. 수많은 화가들이 대나무 그리기를 즐겨, 누가 잘 그렸는지를 따지기도 어려울 정도이다. 보통 조선 중기의 탄은(灘隱) 이정(李霆, 1554-1626)과 조선 후기의 수운(峀雲) 유덕장(柳德章, 1675-1756), 자하(紫霞) 신위(申緯, 1769-1847)를 3대 묵죽 화가로 꼽는다. 그러나 ‘흉중성죽(胸中成竹)’을 표방한 표암(豹菴) 강세황(姜世晃)의 묵죽이 이들에 뒤질 리 없고, 단원(檀園) 김홍도(金弘道)의 대나무 그림도 명품 반열에 오를 만하다. 그럼에도 위의 세 사람을 3대가라 칭하는 것은 평생 동안 주로 대나무를 그렸기 때문이다.

   
유덕장 ‘묵죽도’. 개인 소장
위의 세 명 중에서 조선시대 묵죽화의 중심이라면 단연 유덕장을 꼽을 수 있다. 이정의 묵죽화가 좋다고 하나 필치가 강하고 귀족적이어서 일반 대중들과는 거리가 있었다. 유덕장에 와서야 그의 대나무 그림이 속세에 널리 알려져 후배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다. 유덕장은 이정의 영향권에 있었으나 자신만의 화법으로 발전시켜 조선후기 묵죽화를 상징하는 존재가 되었다. 같은 시대 인물인 문인 신광수(申光洙)는 그의 문집 ‘석북집(石北集)’에서 유덕장의 묵죽화를 “당세의 짙푸른 수운의 대나무는 속세를 벗어나 그 기세가 드높다”고 썼을 정도다. 그만치 유덕장의 대나무 그림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유덕장의 묵죽화가 이정의 아류라고 비판하는 이들도 있지만, 이정과는 다른 그만의 장점을 지니고 있다. 이정의 묵죽화가 강한 필력의 붓질로 줄기를 그리고 콕콕 찌를 듯한 날렵한 댓잎을 보이는데 비해, 유덕장의 대 줄기나 댓잎은 부드럽고 넉넉해 후덕한 느낌을 준다. 진한 개성이 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모든 사람에게 부담스럽지 않은 무던한 맛이 있다. 이러한 장점에 대해 김정희(金正喜)는 “유덕장의 대나무는 힘도 있고 고졸(古拙)하며 마치 금강저(金剛杵)를 갖추고 있는 듯하다”며 후한 평가를 하였다.

요즘에도 많은 수묵화 작가들이 대나무를 그리고 있다. 조선시대부터 내려온 ‘곧은 절개’라는 대나무의 상징성이 여전히 묵죽도를 그리게 하는 것 같다. 더욱이 현대의 문화적 성향이 수묵화를 선호하지도 않고 한문을 잘 쓰지도 않는 시절임에도, 아직도 묵죽도를 그리는 것은 그나마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수묵화의 기본이 되는 붓과 먹의 사용이 예전처럼 능란하지 않고, 한문 서예나 한문 교육도 예전 같지 않아 예전처럼 빼어난 묵죽화를 그려내지 못한다. 더 이상 현대인과 호흡하지 못하는 경향이 보인다.

   
현대와 괴리된 조선시대의 겉모습만 이은 묵죽화는 큰 의미가 없다. 이제는 현대 미술 경향에 맞는 새로운 형식의 묵죽화를 그려야 할 때이다. 새로운 시대에 어울리는 새로운 형식의 묵죽화가 많이 등장하기를 바란다.

미술평론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대우조선, 한화에 팔린다…인수가 2조 원 헐값 논란
  2. 2UN공원에 잠든 용사들…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3> 영국 故 조지 얩
  3. 3센텀2 산단조성 핵심 ‘풍산이전’ 대체 부지 확보 언제쯤
  4. 4‘이건희 컬렉션’ 내달 경남·11월 부산 온다
  5. 5초현실주의 거장 랄프 깁슨 사진미술관, 해운대에 선다
  6. 6주정차 단속 알림 서비스 ‘휘슬’을 어쩌나… 고민 빠진 지자체
  7. 7[이준영 기자의 전지적 롯데 시점] 포수만큼 급한 유격수, 내년에도 무한 내부경쟁입니까
  8. 8법원 “사하구 폐기물 소각장 증설 가능”
  9. 9부산시장노년일자리지원센터 <하> 다양한 사회 참여 지원
  10. 10코로나19 금융지원 조치 또 연장...방식엔 변화
  1. 1이번엔 한 총리 일본서 조문외교..."재계에 부산엑스포 당부"
  2. 2작년 부산지법 국민재판 인용률 1.8%…전년 대비 6배 이상 감소
  3. 3대통령실 "'바이든' 아닌 건 분명, 동맹 폄훼가 본질"
  4. 4윤 대통령 '비속어'에 대사관 분주...NSC 살피고 '48초' 해명
  5. 5한 총리, 해리스 부통령과 회담 "IRA 전기차 차별 해소방안 모색"
  6. 6윤석열-이재명 후광 기대 어려워... PK 의원 '동네 다지기' 사활
  7. 7개인정보보호위 부위원장에 부산 출신 최장혁
  8. 8비속어 공방 격화 "진상 밝힐 사람은 尹 본인" vs "자막 조작, 동맹 폄훼가 본질"
  9. 9"부산롯데타워, 랜드마크 걸맞는 디자인 필요" 강무길 부산시의원, 건축사 설문 토대로 시정 질타
  10. 10민주당, 박진 외교장관 해임건의안 당론 만장일치 발의
  1. 1대우조선, 한화에 팔린다…인수가 2조 원 헐값 논란
  2. 2센텀2 산단조성 핵심 ‘풍산이전’ 대체 부지 확보 언제쯤
  3. 3코로나19 금융지원 조치 또 연장...방식엔 변화
  4. 4이자부담 '비명' 중기에 다각적인 지원방안 모색
  5. 5불안한 부산 도로…최근 5년 간 땅꺼짐 114건 발생
  6. 6탄소제로 엔진·자율화 선박…조선해양산업 미래 엿본다
  7. 721년간 주인 찾으며 가치 3분의 1토막…정상화까지 험로
  8. 8유증 성공한 에어부산, 일본 노선 확대로 재도약 나서
  9. 9르노코리아 부산공장서 XM3 20만 대 생산 돌파
  10. 10부산 공유기업, 대학생과 협업
  1. 1UN공원에 잠든 용사들…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3> 영국 故 조지 얩
  2. 2주정차 단속 알림 서비스 ‘휘슬’을 어쩌나… 고민 빠진 지자체
  3. 3법원 “사하구 폐기물 소각장 증설 가능”
  4. 4부산시장노년일자리지원센터 <하> 다양한 사회 참여 지원
  5. 5사회적 취약계층에 전세 사기 채무 22억 떠넘긴 60대 구속기소
  6. 6하 교육감, 부산교육청 이전 '시의회 패싱' 사과
  7. 7대전 아울렛 화재 합동감식..."유통업 첫 중대재해처벌법 검토"
  8. 8부산 코로나19 추가 예방접종 실시
  9. 9코로나 화요일에도 3만 명대…부산 12주 만에 최저
  10. 10제주서 배우 경찰 잇따라 음주운전 적발...전년 대비 5.8% 늘어
  1. 1[이준영 기자의 전지적 롯데 시점] 포수만큼 급한 유격수, 내년에도 무한 내부경쟁입니까
  2. 22022 전국체전 금메달 기대주 <1> 볼링 지근
  3. 3이강인 써볼 시간 90분 남았는데…벤투 “출전 예측 어렵다”
  4. 4한국 선수들 선전에도…미국, 프레지던츠컵 9연승
  5. 569대145…여자 농구 대표팀 미국에 완패
  6. 6‘남은 6경기 이기고 보자 ’ 롯데 유일한 기적 시나리오
  7. 7완전체 벤투호 마지막 시험 ‘플랜 LEE(이강인)’ 가동 예의주시
  8. 8체코 상대 4골 폭풍…월드컵 상대 포르투갈 강하네
  9. 9부산시민체육대회 성황리 종료
  10. 10동아대 김민재, 청장급 장사 등극
우리은행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복지환경위원회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기획재경위원회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이영희와 우영우, 그리고 우리들
제1부두서 부산비엔날레가 열린다고?
기고 [전체보기]
출발선 다른 청년정신장애인의 지원방향 묻다
사랑니는 꼭 빼야 하나요?
기명칼럼 [전체보기]
네옴시티와 행복도시
약자 복지와 보편적 복지
기자수첩 [전체보기]
표현도 가지각색, 부산 팬들의 뜨거운 롯데 사랑
김해시 현안, 전 시장 일이라도 수습을
김갑수의 생각 [전체보기]
민주당, 가망 있을까?
당신들의 세상이 아니다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출산율 0.73 부산에 수의대를 허하라
4차 산업혁명과 전쟁 가능한 ‘보통국가’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민심, 그 숨은그림찾기의 비밀
영화관을 지켜낼 수 있을까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새로운 음악생태계 모색
유형과 무형의 문화유산이 만날 때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부산 조정대상지역 이번엔 해제될까
부산 역사 담은 롯데타워 되길
도청도설 [전체보기]
농기계 교통사고
의자의 쓸모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영암 어란
기장군 말미잘탕
사설 [전체보기]
울산도 발 뺀 부울경 메가시티, 상생 저버린 각자도생
부산 민주주의기념관 ‘YS관’ 합리적 결론 기대한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인구가 많아야 부자국가다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험난한 선진외교의 길
우크라이나 전쟁과 한반도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노아 방주의 실천적 교훈
에너지 가치사슬의 완성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한국, 세계의 중심국이 되다
푸틴, 리더의 함정에 빠지다
장병윤의 대안 모색 [전체보기]
우리는 농업을 지킬 수 있을까
탈핵으로 가는 길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대한민국의 미래, 부울경 메가시티
새 대통령에 거는 기대, 두잉(Do-ing)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난국 탈출, 대통령의 공감과 감응부터
민주당, ‘닮은꼴’ 영국 노동당에 배울 점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외로워
인 비노 베리타스, 그리스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국민 언니’의 원조 강수연 배우를 떠나보내며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베토벤의 머리카락
‘보리밭 사잇길로’ 윤용하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신명연의 ‘양귀비꽃’
민화에 대한 수상한 시선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