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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칼럼] 태평성대의 요건 /허성관

좋은 왕 평가받는 순임금, 인재 알아보는 능력 탁월

성과 내면서도 정의 실천, 현대 사회 지도자의 덕목

  • 허성관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  |   입력 : 2021-10-20 19:46:44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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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조직이나 그 운영을 책임지는 사람이 지도자다. 왕조 시대 가장 높은 지도자는 왕이고, 오늘날에는 대통령이나 수상이다. 좋은 지도자를 만나면 그 조직은 발전하고 구성원은 행복하다. 그러면 태평성대다. 그래서 동·서양을 불문하고 어떤 사람이 좋은 지도자인지 고대부터 많은 논의가 있었다.

노자(老子) ‘도덕경’(道德經) 17장에 의하면 백성이 왕이 있는 정도만 알면 제일 좋은 왕이고, 그 다음은 백성이 존경하는 왕이고, 그 다음은 백성이 무서워하는 왕이고, 그 다음은 백성이 업신여기는 왕이다. 물론 무서워하거나 업신여기면 나쁜 왕이다. 대략 2500년 전에 한 말이다. 존경하거나 무서워하거나 업신여김을 당하는 왕이 어떤 왕인지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광복 이후 우리나라 대통령들도 국민 의견이 일치하지는 않겠지만 분명히 이 세 분류에 속할 것이다.

백성들이 존재 정도만 아는 왕이 최상의 왕인데 왜 그런지는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왕이 아무 일도 하지 않아 백성이 왕을 잘 모른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동양 역사에서 백성들이 행복한 태평성대의 구체적인 사례가 요순(堯舜)시대이다. 격양가(擊壤歌)는 요(堯)임금이 통치하던 시기 백성들이 행복해서 막대기로 땅을 치며 불렀다는 노래다. ‘해 뜨면 나가서 일하고/해 지면 들어와 쉬고/우물 파서 물 마시고/밭 갈아 먹으니/임금의 힘이 내게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가 격양가다. 임금이 정치를 너무 잘해서 백성이 그 은혜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지가 태평성대라고 비유한 노래다.

나라를 어떻게 다스렸기에 태평성대이면서 백성이 임금이 있는지 겨우 아는 정도였을까? 순(舜)임금 시대를 보자. 사마천의 ‘사기(史記)’ 오제본기(五帝本紀) 제순(帝舜)조를 상고할 수 있다. 순의 부모 형제는 순을 죽이려 했으나 순은 부모에게 순종하고 잘 섬겼으며 형제와도 잘 지냈다. 그 결과 20세에 주변에서 명성을 얻어 30세에 요임금에게 발탁되었다. 요임금은 두 딸을 순에게 시집 보냈는데 모두 현숙하고 지혜로웠다.

순은 요임금이 발탁할 정도로 운(運)이 좋았지만 이 행운은 순의 착하고 부지런한 행실의 결과이지 하늘에서 갑자기 뚝 떨어진 것은 아니다.

순은 정사를 담당하자 뛰어난 인재로 알려진 8개(愷)와 8원(元)을 등용하고, 이어서 22명의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각자에게 시정 방침을 명확하게 제시함으로써 나라를 다스림에 한 치의 착오도 없게 했다. 3년마다 이들의 공적을 평가하여 무능한 자는 내쫓고 유능한 자는 승진시켰다. 간악한 자들을 죄질에 따라 단호하게 처벌하여 문제가 발생할 소지를 없앴다. 자주 천하를 순행하여 현장의 실상을 파악했다. 이렇게 해서 순임금 시기가 태평성대가 되었다.

유능한 인재가 많이 있었다는 점은 순임금의 행운이지만 순임금이 인재를 알아보는 능력이 탁월했기에 적재적소에 등용할 수 있었다.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했다는 것은 나라의 현실을 구석구석 잘 알고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했음을 말해준다. 일을 맡긴 다음 실제 일을 잘하는지 정기적으로 확인하고, 현장을 두루 살핀 것은 부지런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이처럼 나라를 다스리는 과정이 완벽했어도 실제 성과가 나지 않으면 태평성대라고 할 수 없다.

왕조 시대에는 핏줄에 따라 세습하거나 후계자 지명을 거쳐 왕이 되었지만, 오늘날은 선거로 대통령을 선출한다. 왕조 시대 태평성대를 이룩한 왕은 백성의 복이지만 백성이 선택한 결과는 아니다. 그러나 민주주의 시대에는 국민이 대통령을 선택하기 때문에 태평성대를 맞이하는 데는 지도자를 선택하는 국민의 책임이 크다.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로 나라가 떠들썩하다. 좋은 후보를 뽑아야 한다. 순임금 사례에서 보면 시대의 어려움을 잘 알고, 미리미리 대비하고, 사람을 알아보는 안목이 탁월하고, 실천력이 출중하며, 열심히 혁신하고, 부지런하여 반드시 성과를 내는 사람이 좋은 대통령 후보이다. 고대와는 달리 현대에는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존재한다. 대통령은 왕과는 달리 이들 이해관계자의 이해를 잘 조정하는 것이 중요한 업무다. 모두가 수긍하는 조정안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대다수 사람이 받아들일 수 있는 기준은 정의(正義)일 것이다. 이해관계의 조정은 정의를 기준 삼아야 한다. 그래서 현대 사회에서는 정의의 실천이 대통령의 중요하고도 큰 미덕일 수밖에 없다.

이상적인 최선의 대통령 후보를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최선이 없으면 차선을 뽑을 수밖에 없다. 국정에 성과를 낼 수 있고, 어느 정도 정의를 실천할 것으로 예상된다면 차선의 후보일 수는 있을 것이다. 운이 좋은 사람이면 금상첨화다. 좋은 대통령을 뽑아 태평성대가 오기를 기대해 본다.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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