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이 돌아오자 온갖 쓰레기 언어들이 똥파리 끓듯 난무하고 또 그만큼의 짜증이 전장의 유령처럼 떠돈다. 어차피 정치의 근본이 비열한 야바위 판이라서 그럴 수밖에 없는지 모르지만, 이 더러운 싸움은 외면하려 해도 자꾸만 신경줄을 건드려 사람을 불쾌하게 만든다. 요는 이런 상황이 앞으로도 다섯 달 이상 계속될 거라는 게 문제다. 돌아버리겠다.
나라의 유능한 지도자를 뽑자는 일인데 본질은 어디 가고 진흙탕 싸움이 되어 서로를 유치하게 헐뜯는 일에 혈안이 되어있다. 서로 내가 더 비열한 놈이라 재는 것만 같다. 이러고는 결국 누구 한 사람을 뽑아도 오물투성이에 너덜거린 속까지 다 드러내 보인, 상처뿐인 영광 아닌가 말이다. 서로를 추악한 사람으로 만들고 깎아내려 헐뜯다 이기고 지면 뭐가 남는가. 야비한 싸움판에서 살아남은 패잔병을 추리고자 하는가?
맹목적인 신도가 되어 날뛰는 지지자들도 무리 지어 이런 추잡한 짓거리에 가세한다. 감성에 젖어 지지자의 매력이나 들먹이고 이판사판 드잡이 싸움판으로 몰아간다. 어떻게 보면 이 미친 짓에 신난 언론이 아닌 척하면서 더 나대고, 달리 한 말도 발겨 일러 싸움질을 꼬드기는 것만 같다. 천박한 소리를 전문으로 하고 남을 헐뜯는데 이골이 난 사람의 말을 버리지 않고 오히려 골라 띄운다. 언론이 사회적 공기로서의 가치를 스스로 팽개치고 품위를 잃었다는 생각이다.
나라를 위해 일할 더 나은 사람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내가 아는 사람을 찍는다. 불쌍해서 표를 줬다는 투표는 그야말로 신성한 표의 가치를 던져버린 짓이다. 어제까지 전혀 모르던 사람들이 어느 학교, 같은 고장 출신이라는 말 한마디에 백년지기로 변한다. 혈연 지연 학연으로 얽혀 내내 시비만 걸다 망한 나라가 조선 아닌가. 당연히 타파해야 할 유산에 스스로 매몰되어 이득이나 넘보고 있다가는 또 망한다. 이걸 앞장서서 타파해야 할 언론이 오히려 어느 학교 선후배 간에 갈라서니 어쩌니 하며 더 밝히는 짓을 한다.
우리가 뽑고자 하는 대상은 신불이 아니라 사람이다. 수도승이나 성인군자가 아니라 우리의 미래를 함께 구현할 지도자란 말이다. 이날까지 살면서 잘못 하나 안 저지른 사람이 누가 있는가. 요체는 잘못이 있고 없고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고 어떻게 살아왔는가에 있다. 실패를 딛고 다시 일어서서 어떻게 행동한 것인가 궁금하다. 그런데 어쩌면 당사자도 잊고 있을 과거의 잘잘못을 후벼 파는 일에 매달려서 무얼 얻는가.
경제나 외교, 국방 등 전반에 걸쳐 뭐든 잘 아는 만물박사가 필요한 게 아니라 훌륭한 인재를 찾아내고 이들을 잘 엮어서 신명나게 일할 수 있도록 만드는 역량을 가진 인물을 뽑아야 한다. 과거의 역사를 봐도 제 잘난 왕이 다 알아서 한 게 아니라 천하의 인재를 적소에 등용해 쓴 왕이 더 강건한 나라를 만들었지 않은가. 우리 국정을 올바르게 이끌어 갈 정치 지도자를 뽑는 선거다. 그가 받드는 가치와 노선을 살펴보고 어떤 정책을 펼쳐 나갈 것인가를 논해야 마땅하지 않은가.
이런 짜증나는 선거판 대신에 차라리 다양한 시험을 거쳐 지도자가 될 역량이 있는 사람을 미리 뽑아두고, 가위바위보를 해서 한 자리씩 하는 게 차라리 더 품격있는 나라이지 않을까 하는 턱없는 생각을 한다. 어차피 정치와 선거라는 게 꼭 더 훌륭한 사람이 선출되는 것만도 아닌 것으로 봐서는 가위바위보가 차라리 하늘의 뜻에 가깝지 않은가 말이다. 내가 원하는 건 다만 정의롭고 기품 있는 사회다. 이런 식의 추잡한 선거는 우리의 비판적 사고를 탈진시키고 진실을 말살한다. 지금 우리가 직면한 가장 시급한 과제는 우리를 양극화와 고립으로 몰고 가는 분열을 극복하는 일이다. 제자리 잡고 사회의 공기로서 역할하는 언론을 고대한다.
선거를 축제로 만들자. 나는 높은 문화를 향유하는 나라를 꿈꾼다, 나는 어려운 사람들을 더 생각하는 나라를 만들겠다, 나는 풍요로운 나라를 지향하겠다, 그래 같이 해보자 으쌰으쌰 하는 신나는 선거판, 남을 헐뜯지 않고 재미나는 선거판에서 새로운 기대감에 서로 즐거워 흥이 절로 나는 시즌을 만들 수는 없는가. 이제 우리 좀 고상해지자. 어느 세상에서 사는 맛이 더 나겠나.
전 생명그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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