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울 광화문광장의 ‘재구조화’가 한창이다. 왕복 9~12차로에 둘러싸인 광화문광장을 세종문화회관과 연결(편측광장)하는 게 핵심. 공정이 끝나면 광화문광장 폭은 35m에서 최대 60m까지 넓어진다. 양쪽으로 나뉜 차로는 왕복 7∼9차로로 통합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중단’ 공약을 백지화하면서 속도가 붙었다.

2009년 완공된 광화문광장은 그동안 ‘교통섬’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차도를 건너야 한다’는 심리적 장벽 때문에 집회·시위를 제외하고는 이용자가 적었다.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나 이탈리아 시에나의 캄포광장과 달리 상업·업무시설과의 연계성도 떨어졌다. 늘 승용차 매연에 둘러싸여 쾌적함과도 거리가 있었다. 지금은 세종문화회관뿐만 아니라 반대편 대한민국역사박물관까지 광화문광장을 확장(양측광장)하자는 제안이 나온다. 광화문광장 한가운데 왕복 4~6차로를 내 프랑스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처럼 만들자는 것이다. 편측광장이든 양측광장이든 ‘차도를 건너는 수고를 덜어내자’는 의도를 담고 있다.

광화문광장과 닮은꼴이 2014년 개장한 부산 송상현광장. 삼전교차로(부전시장)부터 송공삼거리(양정)까지 길이 700ｍ(폭 45~78m)인 송상현광장 또한 편도 4~5차로에 갇힌 형태다. 축구장 5개를 합친 3만4740㎡의 녹지를 찾는 사람이 드문 이유다. 월 이용객은 평균 8만4000명~11만9000명 수준. 지난해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방문객이 61만5000명(월 5만1240명)까지 급감했다. 무려 1850억 원을 투입한 ‘대역사’ 치고는 초라한 성적표. 부산시민공원 이용객(하루 2만 명 수준)의 10%도 안된다.

송상현광장의 고민 역시 접근성. 부산시는 2017년 부전지하상가~송상현광장을 연결하는 지하통로(110ｍ)와 부산시민공원~송상현광장 연결 보행육교 설치를 발표했다. 4년이 지난 현재까지 추진된 건 하나도 없다. 입체 접근로 확보에 필요한 200억 원을 예산에 반영하지 않았기 따문이다. 덜컥 발표만 해놓고 ‘나 몰라라’ 하는 행정에 말문이 막힌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송상현광장 현상설계 공모작 선정에 참여했던 일신설계 김승남 사장에게 물었다.

-왜 송상현광장은 교통섬이 됐나.

▶편측광장과 중앙광장(도로에 갇힌) 형태를 두고 많은 토론을 했다. 서울시가 광화문광장을 중앙광장으로 설계하자 ‘부산도 중앙광장으로 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심사위원들이 늘었다.

-접근성 부족에 대한 문제제기는 없었나.

▶원래 접근로를 입체화 하는 개념이 포함됐으나 실행과정에서 빠졌다. 지금처럼 기형적인 형태가 된 이유다.

-송상현광장의 다른 문제는 무엇인가.

▶아이를 데리고 온 주부가 이런 말씀을 하더라. “차가 밀릴 땐 매연을 다 마셔야 하는 주차장이 된다. 차가 빨리 달리면 불안해서 편히 머물 수 없다. 아이가 한 발이라도 차도로 나갈까봐 조마조마하다”고. 센트럴파크는 주위 상가와 긴밀한 연결성을 갖는다. 송상현광장은 차도가 막고 있어 주변부와 연결성을 갖지 못한다.

-어떻게 개선해야 하나.

▶지금이라도 옛 애견카페 거리나 반대편과 송상현광장을 연결해야 한다(편측광장). 또는 양쪽으로 다 붙이고 차도는 광장 한가운데 놓으면 된다. 이렇게 하면 양정에서 부전시장까지 차 신경쓰지 않고 걸을 수 있다. 상가(주택)-광장과 상가-차도-광장 형태 중 무엇이 유동인구 유입에 유리할까. 서울시가 시행착오를 거쳐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에 나섰다. 부산도 재설계를 논의할 때가 됐다.

최근 부산을 찾은 ‘스타 건축가’ 유현준 홍익대 교수는 공간의 양극화를 우려했다.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155% 증가했다. 쾌적한 공간에 대한 욕구는 커진 반면 미친 집값 때문에 ‘나만의 공간’을 소유하기는 점점 어려워진다. 사회 초년생들이 집 대신 자동차를 사는 이유다. 공간의 양극화는 계층별 소통 부재로 연결된다.” 유 교수의 처방은 1층 비우기. “1층은 광장·공원이나 도서관처럼 누구나 머물 수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쉴 데가 없으니 카페로 몰린다. 지하철 역과 역 사이에 작은 공원만 배치해도 저절로 ‘걷고 싶은 거리’가 만들어진다.” 모두가 마당이 딸린 집을 가질 수 없다면 정부가 나서 모두의 마당을 만들자는 의미다.

송상현광장을 ‘잊힌 마당’으로 계속 내버려둘 것인가. 박형준 부산시장의 공약 ‘15분 생활권 도시’ 실현은 녹지와 문화시설의 촘촘한 배치에 달렸다. ‘걷고 싶은’ 송상현광장을 만드는 것은 돈이 가장 덜 드는 15분 도시 실행전략이다, 유 교수는 “미래는 오는 것이 아니라 창조하는 것”이라고 했다. 송상현광장을 어떻게 재창조할 것인가.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할 때다.

디지털국장 ns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