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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준 편집국장 신문은 지식의 숲 <12>캐스팅보터 떠오른 2030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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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대선 주자들이 2030 세대의 마음을 잡으려고 구애 작전을 펴고 있습니다. 2030 세대가 지난 4·7 부산·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데 이어 ‘0’선의 1985년생 정치인을 제1 야당 대표로 탄생시켰기 때문입니다.

지난 8일과 15일 부산롯데호텔에서 열린 국제아카데미 18기 강연자로 각각 나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내년 대선에서 이구동성으로 2030 세대의 중요성을 역설했습니다. 이 대표는 “과거에는 부모 세대가 여론을 형성해 자식이 이를 따랐다면, 최근에는 젊은 세대가 여론을 주도하고 부모를 설득하는 식으로 변화했다”며 “인터넷이라는 강력한 무기로 무장한 2030세대가 정치를 주도하고 있다”고 분석(국제신문 지난 9일 자 4면 보도)했습니다. 이 대표는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결과를 언급하며 “당내 경선에서 조직 세가 훨씬 약한 오세훈 후보가 나경원 후보를 꺾었다. 더는 조직 선거가 대세가 아니라는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중장년층의 정권 교체에 대한 열망과 젊은 세대의 아이디어가 접목될 때 대선 승리 방정식이 완성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국제신문 9월 9일 자 4면 보도


배 소장 역시 “2030세대는 전체 유권자 수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수적으로 비중이 높은 것은 물론 여론 전파력 등에서 다른 세대를 압도하고 있다”며 “여야 후보가 젊은 표심을 잡기 위한 다양한 승부수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년 대선을 전망(국제신문 지난 17일 자 21면 보도 )했습니다.



   
국제신문 9월 17일 자 21면 보도


●90년대생들의 전장은 온라인과 콘텐츠

그러면 어떻게 대선 캐스팅 보터로 떠오른 2030 세대를 잡을 수 있을까요? 기성세대의 잣대에서 벗어나 90년대생의 시선으로 한국 사회를 바라본 『K를 생각한다』(도서출판 사이드웨이)를 읽어보면 종잡을 수 없는 20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저자 임명묵은 1994년생으로 서울대 아시아언어문명학부에 재학 중입니다.



   
K를 생각한다


90년대생을 이해하려면 배경부터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자는 세계화와 정보화라는 지구적 차원의 큰 흐름 속에서 우리 사회의 갈등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격렬해졌고, 한국의 대중문화와 콘텐츠 산업이 급격한 발전을 거듭해 세계적 수준에 올라섰다고 분석합니다. 저자는 “20대가 되고 구직 활동에 나선 이들이 자신들의 ‘팍팍한 처지’를 비판하며 반대로 여유롭고 풍족한 삶을 즐기는 상층에 대한 분개를 키워온 것은 당연할 일”이라며 “경제적 비관과 격차에 대한 불만이 2010년대가 되면서 임계를 넘었다고 볼 중요한 근거는 이 시기에 ‘헬조선’ ‘수저계급론’ ‘죽창론’이 인터넷 일각에서 출현해 전체 사회를 휩쓸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는 점에 있다”고 설명합니다.

 90년대생이 주도한 온라인 공간이 투쟁적인 이유는 그들이 겪었던 사회적 압박과 스트레스의 반영물로 풀이됩니다. 계층화와 맞물려 있습니다. 저자는 “90년대생들은 그들의 부모가 되는 60년대생 사이에서 본격적으로 계층 분화가 시작되었다는 이유로 1990년대 이후 한국의 급속한 계층화와 세습화를 가장 선명하게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대외 영역이나 국가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를 얻는 이들(소위 ‘386 세대’)과 어떤 이유에서건 그렇게 하지 못했던 이들의 격차는 90년대 이후의 변화를 겪으면서 큰 폭으로 확대됩니다.

●탈가치

90년대생은 집단적 사회운동 같은 공적 가치뿐 아니라 가족주의 같은 사적 가치도 덜 추구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저자는 가치의 퇴조, 혹은 탈가치에 주목합니다. 가족주의 가치 퇴조는 국가적 현안으로 떠오른 비혼, 저출산 경향에 심리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90년대생에는 그런 것을 추구할 심리적 여유가 없다고 분석합니다. 저자는 “저성장, 고용 불안, 계층화 같은 경제적 문제도 있지만 인정 투쟁을 유도하는 SNS 환경과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분노 표출 공간의 부상 같은 문화적 변화도 주효했다”고 설명합니다. 그래서 그들이 몰두한 것인 스마트폰. 폰만 켜면 쏟아지는 무수한 대리만족을 얻을 수 있으니까요. 웹소설, 웹툰, 드라마, 인터넷 방송, 온라인 커뮤니티, 대중음악 등이 그들의 피난처인 셈입니다.

 90년대생의 키워드인 ‘욜로’(You Only Live Once, 인생은 한 번뿐이니 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고 소비하는 태도)와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은 지위 경쟁에서 피로 혹은 좌절을 느끼고 감각적 수단에 몰두하는 그들의 처지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한탕주의

90년대생의 또 다른 문화 코드는 한탕주의입니다. 세계화와 계층화로 인해 작은 노동소득으로는 아무리 노력해도 자본소득 상승분을 뛰어넘을 수 없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2017년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열풍,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빚투’(빚내서 투자)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당시 정부가 가상화폐 시장에 규제를 도입해 코인 가격이 폭락하자 “이미 고도성장의 혜택을 다 입은 기성세대가 90년대생을 절망적인 계층화에 몰아넣고서 최후에 남은 기회의 사다리마저 차버리려는 행동”이라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금수저’로 태어나지 못해 생긴 격차를 인정하고 ‘소확행’에 만족하며 살아가느냐, 아니면 한 번의 도전에 모든 것을 걸고 예정된 하류자 인생에서 해방되느냐를 놓고 2030 세대는 진진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공정은 최후의 보루

90년대생의 진면목을 파악하려면 공정을 제대로 이해하는 게 중요합니다. 2018년 평창올림픽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논란, 2019년 조국 사태, 2020년 인천국제공항 직원 정규직 전환에 대한 반발 등 불공정 논란은 해마다 이슈로 부상했습니다. 핵심은 대표팀, 대학 학위, 정규직, 자격증 등의 획득에 있어서 경쟁의 절차적 정당성을 보장해 달라는 겁니다. 저자는 “이런 지위 내지는 자격을 획득하는 경쟁으로 인해 발생하는 차등적 결과는 모두 수용할 테니 규칙과 절차적 정당성을 지켜 달라는 것이 ‘공정론’의 주요 골자”라고 설명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문재인 정부가 지지층을 만들기 위해 특혜를 남발해 공정성과 경쟁의 가치를 훼손하고, 시스템의 신뢰를 뒤흔들기도 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저자는 공정에 대해 가치의 문제라기보다 그들이 현재 느끼는 압박으로 형성된 불안에 대응하는 일종의 정서적 반응으로 접근하자고 제안합니다. 불확실한 한국 사회에서 최소한의 예측 가능성과 신뢰성, 안정을 제공해주는 최후의 보루로 인식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 정책이든 여타 가치가 개입해 예측 가능성이 교란되면 2030 세대의 강한 저항감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90년대생이 원하는 것은 공정보다는 다만 불안을 더는 키우지 않는 것과, 신뢰의 기반이 쓸려나가는 와중에도 신뢰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라는 저자의 지적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2030 세대의 마음을 얻으려면 사탕발림식 이벤트보다 그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줄 수 있는, 진정성 있는 정책이 요구된다는 점을 대선 주자들은 명심해야 할 거 같습니다. letitb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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