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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터치] 낚시와 삶의 지혜 /장미영

  • 장미영 소설가
  •  |   입력 : 2021-08-29 19:21:03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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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다지 낚시를 좋아하지 않는다. 반면 낚시 마니아인 오빠와 언니, 그 둘 사이에 꼽사리 끼어 서너 번 따라 다니기는 했다. 달(강아지)이 바람이나 씌워 줄 겸 해서였다. 하지만 낚시터만 가면 라면 끊이는 건 늘 내 몫이었고 뒷정리로 시간을 보내는 게 다반사였다. 이런 연유 탓에 낚시를 좋아하지 않는 건지도 모른다. “그냥, 낚시가 좋아서. 미끼 하나를 던지면 많은 고기 중에 한 마리가 물리거든. 긴 기다림에 대한 보상이랄까, 고기가 버티면서 느껴지는 낚싯대와 줄의 팽팽한 손맛도 짜릿하지. 비록 작은 전갱이 한 마리라도 낚으면 내 손으로 뭔가를 이루었다는 성취감도 들고 말이야.” “어릴 적, 시골 마을 냇가에서 친구들과 돌을 들어 올려 고기 잡던 추억 때문인지 어른이 돼서도 낚시가 그렇게 좋더라고.”

그냥 고기 잡는 일일 뿐인데, 그렇게 깊은 뜻이 있었나. 그럼에도 낚시에 대한 저마다의 철학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나에게 낚시는 동경과 현실사이의 딜레마다.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에서 브래드피트가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맑은 계곡에서 ‘플라이 낚시’(사슴 털이나 공작 털 등 자연에서 채취한 재료로 곤충모양의 미끼를 만들어서 하는 낚시)를 하는 모습이 떠오를 때면 마음속에서 작은 반란이 일어난다. 낚시가 너무 하고 싶다. 또 한편으로는 고기 잡는 시간에 다른 일을 하지. 지루한 시간을 어떻게 견디지. 라면이나 끓이라고. 낚시에 대한 못미더운 생각들이 머릿속을 채우면 곧 낚시가 하기 싫다.

그런 내게 낚시를 할 기회가 왔다. 낚시는 미끼 끼우는 것부터 혼자 하는 거라는 무정한 말을 곱씹으며 꿈틀거리는 지렁이를 바늘에 끼운다. 나의 모든 감각이 꿈틀거리는 것 같다. 외마디 비명을 한 번 내지르고는 낚시 줄을 힘껏 던진다. 얼마나 지났을까, 웬걸, 찌가 물속으로 들어가더니 뭔가 묵직한 느낌이 온다. 아. 이 짜릿한 설렘은 무얼까. 말로만 듣던 낚싯대와 줄의 팽팽한 긴장감이 손으로 전해진다. 진짜 손맛이다. 그날, 나는 20cm의 전갱이를 잡았다. 나의 환호성이 하늘을 찔렀다. 20cm의 전갱이를 바다로 돌려보내야 할지, 아님 첫 낚시의 기념으로 집으로 갖고 가야 할지, 잠시 고민에 빠졌다.

문득 어린이집에서의 사건 하나가 머리를 스쳤다. 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는 측백나무 두 그루가 있다. 바깥 놀이를 나온 아이들이 측백나무 주변을 에워싸고 있었다. 새끼 새 한 마리가 바닥에 떨어졌는데 추락한 새끼 새를 한 아이가 밟아버렸던 것이다. 어미 새가 둥지에서 새끼 새를 떨어뜨린 모양이었다. 측백나무 어딘가에서 어미 새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 어미 새는 계속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한 채 새끼 새를 찾고 있었다. 어미 새의 울부짖음이 애달프고 처연했다. 새끼를 잃어버린 어미의 마음이 얼마나 아플까, 나도 모르게 눈물이 떨어졌다.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생명은 모두 소중하다. 어미 새의 모성애 역시 인간의 모성애 못지않을 것이다.

어미 새의 고통의 울림 때문이었을까 낚시 바늘에 걸린 물고기의 팔딱거림이 마치 어미 물고기의 통증처럼 다가왔다. 게다가 어떤 것에 충격을 받은 물고기는 음식물을 3일 동안 거부하고 상처 입은 부분을 흔들고 문지르는 행동을 보인다고 했다. 나의 호기스러움에 한 생명체의 목숨을 거두는 건 옳은 일이 아니었다. 전갱이 입에서 바늘을 뺀 낸 뒤 다시 바다로 보내주었다. 새끼를 잃고 바다를 헤맬 어미 물고기 생각에. 시간을 견뎌내는 인내심과 어릴 적 따뜻한 추억, 기다림도 하나의 희망이라는 셀렘, 그리고 작은 생명의 소중함까지. 낚시를 하면서 배운 것이다. 접안 된 배가 내뿜는 불빛이 밤바다를 수놓았다. 달이가 엉덩이를 땅에 살포시 기댄 채 졸고 있다. 간헐적으로 불어오는 바람은 감질나게나마 더위를 씻겨준다.

“누군가를 오롯이 이해할 수는 없지만 오롯이 사랑할 수는 있다.”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에 나오는 명대사다. 세상을, 그 누군가를 오롯이 이해하지는 못하겠지만 (어미새나, 어미물고기 마음처럼) 오롯이 사랑할 수는 있지 않을까. 낚시도 말이다. 강가에 앉아 낚시를 하며 세월을 보냈다던 강태공이 된 기분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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