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장병윤 칼럼] 위기의 시대 ‘돌봄’

  • 장병윤 한살림 부산이사장
  •  |   입력 : 2021-08-19 19:14:10
  •  |   본지 2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갈수록 심해지는 기후재난과 장기간 계속된 코로나19 사태는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경제가 곤두박질치고 일상이 마비되는 재난적 상황은 사회, 경제적으로 쌓여온 모순들을 일시에 표면으로 끌어올린다. 관계가 단절되고 일자리가 줄어드는 가운데 양극화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불평등은 한층 심화된다.

중첩된 위기 속에서 소외된 약자들이 경제적 충격과 사회적 공포로 짊어져야 할 고통의 무게가 늘어난다. 무방비 상태로 내몰리는 이들에 대한 돌봄 수요의 폭발적 증가와 과중한 재정부담은 우리 시대가 안고 가야 할 피할 수 없는 현안이다.

1940년대 영국과 미국 등에서 시작된 현대 복지제도는 무상의료와 완전고용, 가족수당과 사회보험을 이상으로 큰 발전을 이뤄왔다. 인류의 건강 증진, 평균수명의 연장, 교육의 양적 확대와 질적 향상 등 성과를 올렸다. 그러나 1970년대에 등장한 신자유주의는 국가 중심의 돌봄체계와 재정부담을 문제시했고, 공적 영역인 돌봄을 시장의 틀로 편입시켰다.

돌봄에 영리적 잣대가 작용하면서 질보다는 양적 목표에 치중하는 성과주의에 빠졌다. 물량 위주의 돌봄은 고령화의 급속한 진행, 만성질환의 만연, 불평등의 심화, 복합적 위기 등 새로운 환경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질 낮은 대중적 삶이 양산되고 있는 가운데 일방적인 돌봄체계는 현상을 관리하기조차 벅차게 됐다. 우리나라도 이번 세기 들어서 본격적 국가 돌봄체계가 도입됐다. 20년의 짧은 기간 동안 급속하게 발전하면서 보편적 공적 돌봄이 실현되고 있다. 벽촌까지 노인 요양의 손길이 펼쳐지고, 출산과 육아와 관련한 지원도 눈에 띄게 향상됐다. 하지만 광범위한 민간 위탁, 일방적 시혜의 한계를 보이며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돌봄 영역에서의 학대 사건이나 부정과 비리 등은 물량 위주의 돌봄환경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돌봄 종사자들에 대한 사회적 홀대나 편견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돌봄 노동은 과중한 업무나 심리적 부담 등에 비해 최저임금 수준의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 영세한 위탁시설도 종사자들의 전문적 역량을 높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지 못한다. 돌봄 종사자들의 자존감은 떨어지고, 잦은 이직 등으로 인적자원을 축적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국가적 차원에서 엄청난 재정적 투입에도 불구하고 돌봄의 성과는 미흡하다. 물량 위주의 돌봄이 안고 있는 한계다. 일방적이고 시혜적인 돌봄, 양적 목표에 급급한 돌봄으로는 개인들의 삶을 개선하거나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어렵다. 위기의 시대에 제대로 대처하기 위한 돌봄체계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개선돼야 할 것이 많다. 먼저 돌봄에 대한 관점이 관리에서 관계로 바뀔 필요가 있다. 수혜자들을 관리하는 데 급급한 공적 돌봄은 이제 사람과 사람의 연결, 관계 맺기를 대전제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 관리 차원에서 일방적 베풂은 상업적 서비스와 다를 바 하나 없고, 대상자들을 통계 숫자로 받아들이기가 십상이다. 돌봄 공급자와 소비자가 서로의 존재를 이해하고 지지하는 관계를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신뢰를 바탕으로 한 관계 속에서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돌봄 수혜자가 자립할 수 있게 도와주는 돌봄이 돼야 한다. 수혜자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인정하고 존중할 때 자립의 동기와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진료와 약을 제공하고, 수업료를 지원하고, 문화바우처를 공급하는 것에 그칠 게 아니라, 수혜자가 자기 주도적 삶을 살 수 있게끔 도와야 한다.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바라보고 개선하려는 의지를 끌어내 자발적 변화를 유도하고, 능력을 계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돌봄 종사자들 또한 돌봄 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있어야겠다. 돌봄 노동은 공동체에서 매우 소중한 역할이지만, 그를 바라보는 시선이나 환경은 무척 열악하다. 돌봄 종사자가 사회적 편견에 심리적으로 위축돼 우울증을 겪는 경우도 상당하다. 직업적 인정과 경제적 보상만큼이나 돌봄 노동으로 지친 몸과 마음에 대해 돌봄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돌봄 종사자의 의욕도와 만족도를 정기적으로 조사하고, 일의 고충에 대해 소통할 수 있는 상담창구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일에 보람을 느끼고 몸과 마음의 위로를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의 지원도 절실하다. 마지막으로 나눔의 가치가 존중받는 사회적 분위기의 조성이다. 사람은 태어나면서 죽는 순간까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다. 우리의 삶 자체가 이웃과 돌봄 없이는 영위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혼자서 잘 사는 것보다 서로 배려하고 협업하는 가운데 좋은 삶이 이뤄진다는 점에 대해 사회적 공감대를 마련해야 한다.

돌봄은 끊어진 관계를 잇고 막힌 소통의 통로를 여는, 위기와 갈등의 시대에 무엇보다 값진 행위다. 무한경쟁 속에서 파편화돼 각자도생하며 삶의 위기로 내몰린 현대인 모두가 돌봄을 주고받으면서 온전한 삶을 도모할 수 있었으면 한다. 돌봄은 상처 난 개인을 치유할 뿐만 아니라 허물어진 공동체를 다시 일으키는 길이다.

한살림 부산이사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윤석열 캠프 PK 현역 4명 영입에 홍준표 측 “구태정치 표본” 견제구
  2. 2연임 예상된 부산환경공단 이사장도 교체 수순
  3. 3내년부터 대출 2억 넘으면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받는다
  4. 4원주민 90% 재정착에 투명성 확보…괴정5구역 재개발 가속도
  5. 5부산 월급쟁이 40%, 서러운 悲정규직
  6. 64명 중 이재명과 붙어 이길 후보…야당 여론조사 딱 한 문항만 묻는다
  7. 7공공기관 2차이전 차기정부 떠넘기나…김부겸 총리 발언 파문
  8. 8요즘 뭐 봐요- 김은희·전지현 만났는데…중구난방 스토리, 산으로 갈라
  9. 9조봉권의 문화 동행 <24> ‘트랜스 유라시아’의 문화론
  10. 10울산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 허가 보류
  1. 1윤석열 캠프 PK 현역 4명 영입에 홍준표 측 “구태정치 표본” 견제구
  2. 24명 중 이재명과 붙어 이길 후보…야당 여론조사 딱 한 문항만 묻는다
  3. 3공공기관 2차이전 차기정부 떠넘기나…김부겸 총리 발언 파문
  4. 412·12 쿠데타 권력 쥐어, 6·29 선언…민주화 수용
  5. 5문 대통령 손잡고 원팀 강조한 이재명…야당은 “명백한 선거개입” 맹폭
  6. 6직원 수 23배 차에도…지방공기업 평가지표 ‘천편일률’
  7. 7서병수 내년 부산시장 재출마 시동? 측근 그룹 ‘국가의 품격’ 포럼 꾸렸다
  8. 8말 많던 이준석표 ‘공천 자격시험’ 결국 치른다
  9. 9여당 ‘원팀 선대위’에 쏠린 눈…PK선 최인호 역할론 부상
  10. 10“지방교부세율 15년간 제자리…25%로 인상을”
  1. 1내년부터 대출 2억 넘으면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받는다
  2. 2원주민 90% 재정착에 투명성 확보…괴정5구역 재개발 가속도
  3. 3부산 월급쟁이 40%, 서러운 悲정규직
  4. 4노후주택 5000호 리모델링 지원…주거 안전망도 구축
  5. 5담보 있어도 소득 적다면 대출 제한…이용자 13%(내년 1월 기준)에 영향
  6. 6부산 교통시설부담금 167억 교부, 동김해IC-식만JCT 도로 등 2곳
  7. 7내년 초 수소차도 셀프 충전소 생긴다
  8. 8남부발전, 세계 최대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준공…年 25만 가구분
  9. 9다음 달 12일부터 유류세 20% 인하
  10. 1040돌 파라다이스호텔 부산 ‘진심 캠페인’
  1. 1연임 예상된 부산환경공단 이사장도 교체 수순
  2. 2울산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 허가 보류
  3. 3도급택시에 관용 없다더니…7년간 불법업체 감차 그쳐
  4. 4의령·함양군 작은 학교 살리기…LH 임대주택 입주자 내달 모집
  5. 5성우하이텍 임직원 100여 명 사랑의 헌혈
  6. 6프로포폴 투약 혐의 이재용, 1심 벌금 7000만 원
  7. 7국립공원 도시락 서비스 야영장까지 확대
  8. 8오늘의 날씨- 2021년 10월 27일
  9. 9651일 만에 일상회복 시작된다
  10. 10부산 신호대교에서 응급환자 이송하던 119구급차가 추돌 사고 내
  1. 1프로구단-지역 상생 리스타트 <4> 미국 구단-지자체 시설 갈등
  2. 2프로야구 중계 4사, KBO 상대 손배소
  3. 3“스포츠 인기 높이려면 좋은 시설 마련은 필수”
  4. 4‘황심’ 얻은 아이파크 박정인·최준
  5. 5고진영 세계랭킹 1위 탈환…4개월 만에 넬리 코다 제쳐
  6. 6사직야구장 재건축 ‘본궤도’…부산시 기금에 롯데도 일부 부담
  7. 7볼넷 남발 ‘송곳존(스트라이크존)’ 손질…경기 박진감 되찾을까
  8. 8유영 그랑프리 동메달…차세대 간판 ‘이름값’
  9. 9여자 아시안컵 축구 본선 12개국 확정…한국 대표팀, 첫 번째 우승 노린다
  10. 10인터넷망 사고로 연기된 삼성화재배 바둑 8강전, 26일 대회 다시 치른다
PK상임위장의 지역발전 약속
민홍철 국방위원장
대선주자를 만나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 “文정부 탈원전 정책 손볼 것…원전 밀집 PK 피해는 보상”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2021년 6월 25일 아침에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무위자연(無爲自然) 정신으로 살아가기
기고 [전체보기]
소통과 첨단의 공간 엘리베이터 /김지문
‘청렴’ 국민이 신뢰하는 올바른 방향 /이재영
기명칼럼 [전체보기]
복지국가 지속가능성과 기본소득
“일본, 대화와 협력의 방향으로”
기자수첩 [전체보기]
영화 같은 선거토론 회피 모의…‘제2 김대근’ 다신 없어야 /임동우
일본 군국주의 살풀이로 전락한 올림픽 /권용휘
김갑수의 생각 [전체보기]
지금 한국인은 어리둥절하다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야망과 깜냥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수신(修身)을 위한 음악 선비음악
판소리 공연의 매력
도청도설 [전체보기]
시험 치는 지방의원
울산의 드론 택시
독자의 소리 [전체보기]
앞치마 입은 자영업자 영정사진 /김옥숙
슬기로운 코로나19 대처방법 /신우원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한국 ‘어묵탕’과 일본 ‘오뎅’의 차이
감칠맛이라는 배후세력
사설 [전체보기]
노태우 전 대통령 별세…역사적 공과 되새겨야
격무 내몰린 보건 인력…위드 코로나 제대로 되겠나
수소칼럼 [전체보기]
수소경제는 부산 성장의 기회 /이욱태
여론 광장 [전체보기]
코로나시대 커뮤니티 비즈니스 ‘관광두레’ /조윤미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혁신, 엑스포 그리고 해리티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중국 정부가 악수를 두고 있다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이재명 국감’ 관전기
일상 회복으로 가는 길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너 해봤어?
정책 제언 [전체보기]
지방대학 대위기 ‘준공영제’로 넘자 /김종한
가상화폐 정책과 블록체인 특구 /김홍배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필하모니 감상시간
오월의 노래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다시’ 검찰을 생각한다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영화 속의 와인
최고의 와인은 어디에 있을까?
특별기고 [전체보기]
‘대한민국 부산호’ 항해가 성공하려면 /오성근
공공콘텐츠 없인 북항 성공 없다 /서의택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미키스 테오도라키스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불이선란’의 인장
임희지의 ‘난초’
  • 맘 편한 부산
  • 2021조선해양국제컨퍼런스
  • 제10회 국제신문 골프대회
  • 제23회부산마라톤대회
  • 극지논술공모전
  • 조선해양사진 및 어린이 그림공모전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