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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도청도설] 막내형 막내언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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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기사 이창호 9단이 최연소 바둑왕전 타이틀을 획득한 건 13살, 41연승을 올린 건 15살이다. 19살 땐 최다 13관왕이라는 대기록을 썼다. 이창호의 스승인 조훈현 9단의 전성기는 20대 초반부터 30대 중반까지였다. 이창호 이후 바둑계 강자들의 연소화가 가속화되면서 현재도 한국기원 랭킹 1위는 10대 후반에 1인자로 올라선 부산 출신 신진서다. 바둑은 신체 움직임이 거의 없어 얼핏 나이가 기력에 큰 영향을 안 미칠 것 같지만 치열한 두뇌 싸움에서 젊음의 에너지를 당해낼 재간은 아무에게도 없다.

   
바둑 못지 않게 멘탈 관리가 중요한 양궁에서 막내들이 보여준 패기와 열정이 인상적이다. 2020 도쿄올림픽 양궁 혼성 단체전에 출전해 첫 금메달을 안은 김제덕과 안산은 각각 17살, 20살이다. 김제덕은 고교 2학년으로 아직 얼굴에 솜털이 뽀송뽀송하다. 활을 쏜 뒤에 “코리아 화이팅”을 크게 외치며 주먹을 불끈 쥐는 모습을 두고 “힘들 때 꺼내보려 스마트폰에 저장했다”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덕분에 별명이 ‘화이팅좌’다. 안산 역시 침착하게 동생을 챙기는 누나 같지만 갓 스무살 대학생일 뿐이다. 김제덕과 안산은 남녀 단체전서도 팀이 금메달을 따는데 큰 힘을 보탰다.

막내들의 기세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마린보이’ 박태환 이후 9년만에 남자 수영 200m 자유형 결승에 진출한 황선우는 올해 18살 고교 3학년이다. 키 186㎝ 몸무게 72㎏으로 신체 조건부터 세계 어느 선수에게 밀리지 않는다. 200m에선 최종 7위에 그쳐 메달 획득에 실패했지만 예선 때는 초반 50m까지 세계신기록으로 역영, 수영황제 펠프스에게 극찬을 받았다. 원조 ‘막내형’ 이강인은 축구 예선 2차전 루마니아와의 경기에서 두 골을 따내 대표팀을 벼랑끝에서 구해냈고, 2004년생 탁구선수 신유빈은 여자단식 2회전에서 시종 덤덤한 표정으로 큰어머니뻘인 58살의 룩셈부르크 대표 니시아리안에게 역전승을 거뒀다.

프랑스 작가 장 콕토의 소설에서 따온 ‘앙팡 테리블’이라는 말에는 무서운 것 없는 10대들에 대한 경계가 들어있다. 그러나 이번 올림픽 무대에 선 이들은 실력으로나 외모로나 경계가 아닌 선망의 대상이다. 백전노장들 틈에서 주눅이 들기는커녕 의젓하고 당당하게 오직 자신과의 싸움에만 몰두하는 중이다. 승부를 떠나 어린 선수들이 또 한뼘 성장해가는 과정을 온국민이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다. 나이는 적지만 오히려 형이나 언니 같은 막내들 덕분에 코로나로 인한 우울감과 더위가 싹 씻기는 기분이다.

강필희 논설위원 flut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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