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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 소리] 위기가 격차가 되는 시대를 실감하면서 /정지우

  • 정지우 변호사·‘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저자
  •  |   입력 : 2021-07-27 19:06:36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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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폭염이 이어지고, 코로나 확산도 심각한 가운데 느끼는 묘한 시대적 풍경이 있다. 동네의 공공기관들이 휴관한다는 문자가 울려대고, 아동복지시설이나 장애인시설 등 사회복지시설 에 외출·외박 전면 금지령이 떨어지고, 출퇴근 지하철까지 세상 모든 곳들이 한산해지는 듯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SNS만 켜면, 사람들은 다들 여름 휴가철을 맞아 하루 숙박 삼사십만 원, 그 이상의 특급호텔로 호캉스를 떠나 있다. 그 간극이 이상하게 느껴진다. 어떤 이들에게는 외출과 외박이 전면 금지되고, 동네에는 이제 갈 수 있는 곳도 없는데, 다른 누군가에게는 신천지가 여전히 열려 있는 듯 자유가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가 심해지기 전이긴 하지만, 나도 일찍이 여름휴가를 다녀오기도 했으니, 휴가 떠나는 게 나쁜 일이라 말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누군가에게는 그야말로 거의 어떠한 자유도 허락되지 않는 통제가 이루어지는 반면, 다른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거의 전면적인 자유가 허용되고 있다는 그 간극이 이상하게 느껴질 뿐이다.

누구는 어느 정도 돈이 있다는 이유로 몇 가지 불편함만 빼면 여전히 폭넓은 자유가 허락된다. 그런데 왜 누군가는 부모로부터 떨어져 아동복지시설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갇혀 지내야 할까. 왜 누군가는 평소에 피난처처럼 가던 동네 도서관에 갈 자유도 없이, 찜통 더위에 에어컨도 없는 집에 갇혀 있어야 할까.

폭염과 코로나 때문에 확실히 집에 있는 시간이 늘었지만, 그래도 우리 집에는 에어컨이 있다. 종일 더위와 맞서느라 전기요금이 제법 나오긴 하겠지만, 감당 불가능할 정도는 아니다.

또 아무리 폭염이라도, 저녁에는 종종 마스크를 착용하고 한산한 공원을 찾아 산책을 나서기도 한다. 그것은 내가 사회복지시설에 살지 않고, 또 약간의 벌이가 유지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그 누군가는 그 정도의 벌이가 없다는 이유로, 사회적 통제의 가장 큰 희생양이 되고 있다. 한 사회가 어려운 절체절명의 위기에 있다고 할 때, 희생되는 것은 언제나 약자들이다.

마찬가지로 코로나로 인해 가장 피해를 입는 것도 자영업 임차인들이다. 최근 상가임대차 관련 감액청구권이 도입되긴 했지만, 이전까지 코로나로 인한 손해는 온전히 자영업자인 임차인들이 떠안아야 했다. 그렇게 자영업자들이 직격탄을 맞자, 아르바이트를 통해 생계를 유지하던 청년 등 취약계층이 또다시 타격을 입었다.

반면, IT업계나 금융업계 중 상당수 회사들이 비대면과 부동산 폭등 시대에 큰 이익을 얻으며 승승장구했다. 그렇게 시대의 격차는 약자에 대한 통제, 약자의 빈곤을 더 심화시키면서, 사회적 격차를 심화시켰다.

한 사회와 시대를 집어삼킨 위기라는 것은 마치 ‘모두’의 위기처럼 말해지지만, 실상은 특정 계층이나 특정 영역에 심하게 기울어진 위기에 가깝다. 오히려 어떤 계층이나 어떤 영역의 사람들에게는 절체절명의 위기라기보다는, 오히려 일생일대의 기회가 된다.

사실, 한 사회의 시스템이라는 게 온전히 작동한다면, 그런 ‘기울어진 위기’를 최대한 모두의 견딜 만한 상황으로 만들어주어야 할 것이다. 모두의 위기처럼 말해지지만 사실은 그 누군가의 희생인 것이 아니라, 모두가 공평하게 위기를 짊어지고, 그래서 모두가 함께 견뎌내는 시간이 되어야 할 것이다.

폭염과 코로나 시대의 위기라는 것은 누군가에게는 목숨을 건 위기이고, 누군가에게는 다소 짜증스럽고 불편한 시대이며, 누군가에게는 매일 자산의 폭등과 성과급의 파티를 벌이는 시간이다. 그럴수록 사회가 움직이고, 문제가 논해지며, 정책이 만들어지는 방식도 더 예각화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위기가 격차가 되는 시대가 아니라, 오히려 공존이 되고 함께 이겨내는 기회가 되길 바라보게 된다.

변호사·‘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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