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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경제 항산항심] 과거에 갇혀버린 꼰대 /안병민

  • 안병민 열린비즈랩 대표·‘숨은 혁신 찾기’ 저자
  •  |   입력 : 2021-07-26 19:58:06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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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기업의 ‘김정수 팀장’은 조직의 어엿한 중간리더다. 모두가 그를 ‘김 팀장’ 혹은 ‘김 팀장님’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아직 그를 이름으로 부르는 이가 있다. 김 팀장이 신입사원으로 입사할 때 그의 채용면접관이었던 ‘나대로 상무’다. 벌써 10년이 훌쩍 넘은 옛날 일이다. 하지만 나 상무의 눈에 김 팀장은 여전히 풋내기 신입사원일 뿐이다. “정수야.” 나 상무는 아직도 김 팀장을 이렇게 부른다. 그런 나 상무가 김 팀장은 마뜩잖다.

나 상무를 보며 부모님을 떠올렸다. “민아야.” 어린 시절, 부모님이 나를 부르시던 호칭이었다. 때로는 사랑과 애정이 담뿍 담긴 목소리로, 때로는 야단과 질책 가득한 목소리로 부르셨던 이름. 그 이름을 들으며 학창시절을 보냈다. 그렇게 꽃이 피고, 그렇게 잎이 졌으며, 그렇게 세월이 흘렀다. “아범아.” 언제부터였을까. 부모님은 더 이상 “민아야”라고 나를 부르지 않으셨다. 결혼을 하고 몇 년이 지나 큰 애를 낳고 나서부터였나 보다. 부지불식간에 내 호칭은 ‘아범아’로 바뀌어 있었다. 요컨대,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공식적인 ‘어른 인증’이었다.

당신들의 눈에는 여전히 부족함 많은 철부지였을 터다. 하지만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된 아들을 부모님은 그만큼 인정해주셨다. 앞세워 주셨고, 치켜세워 주셨다. 어른으로의 대접이었다. 존중이었고 배려였다. ‘민아’로 불렸던 당신들의 어린 아들이 한 집안의 어엿한 가장이 될 수 있었던 이유다. 부모님의 그늘에서 벗어나 또 하나의 우주를 감당할 수 있는 독립적 주체로 우뚝 설 수 있었던 배경이다.

물가에 내놓은 아이는 불안하다. 어떤 사달이 생길지 알 수 없으니 늘 조마조마하다. 그러니 어른들이 손에 쥐어주는, ‘이럴 땐 이렇게 해라, 저럴 땐 저렇게 해라’ 식의 주의사항이 넘쳐난다. 수많은 기업들이 직원을 대하는 방식도 다르지 않다. 직원을 믿지 못하니 각종 규정과 규칙으로 직원들을 옭아맨다.

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 기업 넷플릭스는 다르다. 직원을 ‘아이’가 아니라 ‘어른’으로 대우한다. 직원을 믿는다는 얘기다. ‘규정 없음의 규정(No Rules rules)’이라는 넷플릭스만의 규정이 그래서 생겨난다. “넷플릭스에 가장 이득이 되게 행동하라.” 그뿐이다. 직원 입장에서는 자유가 따로 없다. 물론 책임이 따르는 자유다. 자유를 부여하니 직원들은 일의 객체가 아니라 주체가 된다. 주인의식과 CEO 마인드는 그렇게 생겨난다.

중국 후한 말 오나라 장군 여몽의 실력이 일취월장한 것을 보고 노숙이 놀라며 말했다. “단지 무용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참으로 박학다식하오. 예전 그 동오의 여몽이 아니구려.” “선비란 모름지기 여러 날을 떨어져 있다가 만나면 눈을 비비고 다시 봐야 할 정도가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여몽의 반문이었다. 괄목상대(刮目相對)의 고사다. 눈을 비비고 상대방을 다시 본다는 의미다

시간은 쉬지 않고 흐른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예전에 보았던 사람이 그 자리에 그대로 있을 리 없다. 나보다 한참 뒤처져 있던 사람이 저만치 앞서 나갈 수 있다. 자그맣던 아이가 훌쩍 자라 내 키보다 더 커졌을 수도 있다. 시간의 흐름에 맞춤하는 시각 교정이 필요한 대목이다. 하지만 과거의 감옥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세상의 시계 바늘은 쏜살같이 달려가는데 그의 머릿속은 아직도 제자리걸음이다.

아등바등 애를 쓰며 뛰어도 될까 말까 한데 하릴없이 멈춰섰다. 그러니 상대의 성장과 변화를 알아챌 능력이 없다. 9척 장신의 늠름한 장수가 된 상대를 여전히 9세 꼬마아이로 여긴다. 그저 나만 잘난 거다. 불환인지불기지 환부지인야(不患人之不己知 患不知人也). 남이 나를 알아주지 못함을 근심하지 말고, 내가 남을 알아주지 못함을 근심해야 한다. 논어에 나오는 공자 말씀이다.

‘정수야.’ 나 상무는 오늘도 ‘김 팀장’을 이렇게 부른다. 그런 나대로 상무에게 김 팀장이 “왜 그러시나요, 대로 씨”라고 답하면 그의 표정이 어떻게 변할까? 멀리서 나 상무가 보이면 김 팀장은 자리를 피한다는 사실을 그는 알고 있을까? 남들의 시간은 멈춰 있고 성장은 나만 한다고 착각하는 꼰대의 삶, 이래저래 안타깝기 짝이 없다.

열린비즈랩 대표·‘숨은 혁신 찾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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