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예약시스템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크다. 지난 12일부터 진행된 50대 예약 과정에서 잇따라 벌어진 접속 오류와 지연 사고 때문이다. 서버 과부하로 인한 장시간 대기는 기본이고, 어렵사리 차례가 돌아와 입력값을 넣어도 계속 원점으로 돌아가는 현상이 벌어졌다. IT 강국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였다. 방역당국이 내놓은 해법이 접속기록 삭제인 걸 보면 이런 시스템 문제가 단순히 서버 용량 부족이 아니라 프로그램 자체의 오류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남은 연령대의 접종 대기자들이 불안해하는 이유다.
국내에서 지난 2월 이후 최근 6개월간 한번 이상 백신을 맞은 사람은 60대 이상과 우선접종대상자를 합해 1660여만 명이다. 현재 진행 중인 50대 접종이 끝나면 2400여만 명이 1차 접종을 마치게 된다. 그러나 접종을 기다리는 사람이 여전히 그만큼 된다. 40대 인구는 840만 명, 30대는 720만 명, 20대는 680만 명이나 된다. 이들은 50대 이상 장년층이나 노년층과 달리 IT 기기 사용에 익숙한 세대여서 백신 예약이 시작됨과 동시에 또다시 접속 폭주가 일어날 것이란 예상이 많다. 현재의 불안정한 시스템으로 그 부하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시스템 못지 않게 백신 수급 사정도 걱정스럽긴 마찬가지이다. 질병관리청은 접종 초기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모더나 얀센 노바벡스 등 5종의 백신 9900만 명분을 확보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 물량이 제시간에 맞춰 국내로 못 들어오고 있다. 모더나의 경우 정부가 당초 2000만 명분을 계약했으나 지금까지 반입된 건 계약분의 3%에도 못 미치는 50여만 명분 뿐이다. 40대 접종이 시작되는 8월까지 도입 예정이라고 밝힌 물량은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모더나를 합해 1700만 명분이지만 구체적인 백신별 수치에는 함구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방역당국이 아무리 연령별 접종계획을 세워도 시간표를 못 맞추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이미 50대는 백신 부족으로 접종 일정이 1~2주 연기되고 접종 백신이 바뀌었다. 20~40대도 순연될 확률이 높아지자 백신을 맞을 수 있기는 한지 그게 언제인지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의 4차 대유행으로 전국의 신규 환자는 하루 2000명에 육박하고 비수도권도 500명대로 껑충 뛰었다. 부산 역시 100명 이상으로 연일 최고치를 갱신하며 최고 등급인 4단계 거리두기를 눈앞에 두고 있다. 국민에게는 백신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공감대가 확고하게 형성돼 있다. 코로나 확산세가 더 심각해지고 백신 수급 전망에 대한 불안까지 겹치면 접종 예약 대란은 또 재연될 수밖에 없다. 방역당국은 접종 연령에 신축성을 둬 집중도를 완화시키는 한편, 서버 증설과 오류 수정을 빠르게 마무리 지어야 한다. 백신별 도입 상황을 보다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도 있다. 그래야 국민이 참을성 있게 자기 순서를 기다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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