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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코로나 학번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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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교령. 해방 후 우리 현대사를 상징하는 말이다. 1946년 12월, 러치 미국 군정장관이 처음으로 내렸다. 경성대학 경성의전 등을 통합해 국립서울대학을 신설한다는 군정령에 학생과 교수들이 대대적인 반대운동을 벌이자 이 조치를 단행했다. 1960년 4·19혁명 때도 학생들이 경찰의 총격 진압에 굴하지 않고 시위를 이어가자 자유당 정권은 휴교령을 내리고 군대를 동원했다. 1964년 한일회담반대투쟁, 1979년 부산·마산민주항쟁,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등 학생들이 전면에 나선 역사적 사건 때마다 휴교령은 빠지지 않는 정권의 기본 통제수단이었다. 1988년 직선제개헌을 통해 군사독재를 극복할 때까지 그랬다.

휴교령 시대, 대학생들은 어디로 갔을까. 1970년대 최인호 작가가 쓰고 하길종 감독이 만든 영화 ‘바보들의 행진’은 그 출구를 ‘동해의 고래’로 잡았다. ‘술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춰봐도/가슴에는 하나 가득 슬픔뿐이네/무엇을 할 것인가 둘러 보아도/보이는 건 모두가 돌아 앉았네/자 떠나자 동해 바다로 삼등삼등 완행열차 기차를 타고’. 그렇게 넘기 힘든 국가폭력의 벽 아래서 신기루 같은 파라다이스를 꿈꿨다. ‘신화처럼 숨을 쉬는, 고래를 잡는’ 꿈이었다. 직선제개헌은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작은 시작’이었다. 민주주의다운 제도적 형식을 갖췄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30여 년 지난 지금, 그 꿈은 어떻게 됐을까. 여전히 미완이다. ‘조그만 예쁜 고래’란 70년대의 꿈은 아직도 유효하다. 코로나19는 그 꿈을 질긴 고무줄처럼 길게 늘였다. 올해 2학기에는 대면 수업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4차 대유행 때문에 실현 가능성이 희박해지는 모양새다. 대학들은 대면과 비대면 사이 어디에 2학기 수업의 초점을 둬야 할지 고민이다. 학생들도 기숙사·하숙·자취방을 잡아야 할지 말지 학교의 눈치를 보고 있다. 코로나 ‘4차 대유행’ 속 우리 대학가의 현실이다. 휴교령 아닌 휴교령 같은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2020, 2021년 ‘코로나 학번’의 비극이다. 코로나 학번은 대학생활다운 생활을 해보지 못했다. 입학 후 학교가 아닌 자신의 방이나 카페, 스터디룸을 캠퍼스로 여기며 생활을 해왔기 때문이다. 2년제 전문대 학생들은 그러다 졸업이 임박했다. “진짜 학교에 다니는지, 사이버대학에 다니는지 헷갈린다”는 불만이 쏟아진다. 30여 년 전 우리가 꿈꾼 ‘조그만 예쁜 고래’는 그대로 가슴에 남아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래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꿈의 방향은 과거가 아닌 미래여서다.

이경식 논설위원 yis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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