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운동선수들의 ‘학교폭력 논란’이 잇따라 보도되는 등 학교폭력이 뜨거운 이슈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학교폭력이 심각한 이유는, 그 피해가 학창시절과 함께 끝나는 것이 아니라 졸업 이후에도 수년간 피해자에게 상처로 남아 지속되기 때문이다. 학교폭력은 미래에 대한 희망과 자신감 대신 절망과 무기력으로 청소년기를 채우고, 성인기로 전진해야 할 발걸음을 과거의 아픔에 머무르게 한다.
2012년 범정부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종합대책이 발표된 이래 다양한 차원에서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노력은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학교폭력 피해 경험 비율은 2013년 2.2%에서 2020년 0.9%로 나타나 학교폭력이 전반적으로 감소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학교폭력 유형을 살펴보면, 신체적 폭력 등은 감소한 반면, 사이버 폭력과 집단 따돌림의 비중은 2017년부터 증가하는 추세다(전년대비 사이버폭력 3.4%p, 집단 따돌림 2.8%p 증가). 최근 코로나 19로 학교가 문을 닫은 상황에서도 기숙형 교육시설 내 폭력(일명 서당폭력)과 사이버 폭력 등이 이슈화되었다. 이렇게 은밀히 일어나는 폭력에 대한 해답은 어쩌면 학생들 관계에서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교육부가 발표한 2020년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교폭력의 절반 이상이 학교 안(64.2%)에서 발생한다. 학교폭력이 발생하는 현장에는 피해자와 가해자는 물론, 폭력을 목격한 주변인 청소년들이 존재한다. 청소년기는 주변사람, 특히 또래 친구들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따라서 가해청소년의 행위는 주변인의 반응에 따라서 더 심화되거나 멈추어 질 수 있다. 학교폭력관련 연구들에 따르면 주변인은 학교폭력 가해 행동을 지지하는 강화자, 가해 행동을 돕는 조력자, 학교폭력 상황에서 모른척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침묵하는 방관자와 피해자를 방어하거나 괴롭힘을 억제하기 위해 도움 행동을 하는 방어자가 있다. 방어자는 학교폭력을 중단시키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반면, 강화자 조력자 방관자는 학교폭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강화자나 조력자는 가해 행동을 부추김으로써 학교폭력을 유지·강화시키며, 방관자는 가해행동에 대해 어떤 행동도 하지 않음으로써 학교폭력을 묵인하거나 암묵적으로 지지하게 된다. 학교폭력 피해 경험을 한 청소년들은, 주도적으로 괴롭히는 아이들은 소수였지만 학급 전체 아이들이 지켜보고 있었기에 모든 아이들이 나를 싫어하고 괴롭히는 것처럼 느꼈다고 한다.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주변인 중 방어자는 43.6%, 방관자는 48.95%, 강화자는 2.8%, 조력자는 2.1%로 나타났다. 이들 목격자 중 상당수의 청소년들이 가해자를 말리거나 피해자의 편에서 도움을 준 방어자라는 것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50%에 가까운 청소년들이 방관자로서 학교폭력을 목격하고 그저 지켜만 보고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방관자가 방어행동을 한다면 학교폭력은 지금보다 줄어들 것이다. 방관자에서 방어자로 변화하기 위해서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피해 청소년들은 ‘그냥 곁에 있어주는, 따뜻한 말 한마디 해주는’ 단 한 명의 친구만으로도 위로가 된다고 말한다. 피해 청소년을 도왔던 방어자들의 행동은 ‘쉬는 시간에 혼자 있으면 다가가서 말 걸기, 함께 밥 먹기,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기’와 같은 작은 행동이었다.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은 청소년들에게 방관자에서 방어자가 되는 ‘5단계’ 행동 지침 ‘위드(WITTH)’를 권고한다. 학교폭력을 목격하면(1단계:Witness) 장난인지 폭력인지를 판단하고(2단계:Inspect),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되뇌고(3단계:Think), 피해자의 심정을 생각하는 등 도움 주는 방법을 찾아내고(4단계 Think), 도움 행동을 하는 것이다(5단계:Help). 청소년들은 친구로서 ‘피해자와 함께’ 하겠다는 마음으로 작은 행동이라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행동이 모이게 되면 폭력행동은 부끄러운 행동이라는 문화가 형성되고, 청소년들 사이에서 발붙일 수 없게 될 것이다. 가해 행동에 대한 정확한 처벌, 피해 청소년에 대한 치유와 함께 이제 청소년들이 피해 청소년을 지지하고 보듬어주려는 가치를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이사장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