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국제칼럼] 지·산·학 협력, 기대와 장벽 /조봉권

‘인구유출’ 부산 잘못인가, 지자체 카드 뭐가 남았나

산학 협력 강화정책 방향, 숨은 난관 뚫을 수 있을까

  • 선임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21-07-18 19:13:02
  •  |   본지 2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부산 인구통계 추이를 살필 때마다 나도 모르게 내뱉고 마는 표현이 있다. ‘이건 식민지지…’이다. 매번 그렇다. 물론 비유다. 아이 하나를 잘 키우려면 온 마을사람이 힘을 모으고 함께 정성을 들여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많은 부산 사람이 그렇게 한다. 세금 잘 내고, 일도 열심히 하고, 사회기반시설은 줄곧 정비하고, 세련된 예술·문화를 나는 못 즐겨도 자녀는 누리게 돕고, 외국어·컴퓨터·수학·논술·기술·인문을 정성스레 가르친다. 그리해놓으면 그 아이들 상당수는 청년이 되기 직전 또는 청년이 된 직후, 서울(수도권)로 간다. 사실상 사라진다.

2021년 상반기 부산의 20·30대 인구는 1만4903명 줄었다고 한다(통계청·행정안전부 자료). 올해 연말까지 가면, 그 숫자가 3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부산은 인력이 ‘당장 필요한’ 수도권에서 빼 먹기 가장 좋은 젊은 인력을 공급한다. 나는 이제 부산에서 젊은 인구가 자꾸 줄어드는 원인을 ‘부산시의 정책 실패’ 같은 내부 요소에서 찾지 않고자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구조 탓인 것 같다. 지자체·지역기업·지역대학이 어떤 정책을 쓰든, 우선은 구조 자체가 수도권 집중으로 강제돼 있으니 그 정책이 효과를 내기 어렵게 돼 있다는 뜻이다.

어찌 됐든 그런 구조의 폐해는 막대하고 심각하다. 어떤 정부나 권력도 국민이 자기 고장에서 살아간다는 이유로 열패감을 느끼게 할 권리는 없다. 국민이 자기 고장에서 살아간다는 것을 뿌듯하게 여기는 긍지를 줄 의무만 있다. 독한 서울(수도권) 집중이 더 심해지면 비수도권 국민은 열패감만 는다. 비수도권 청년은 꿈·기회·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가겠지만, ‘어웨이 경기’에서 ‘개고생’만 할 확률이 아주 높다. 수도권에 사는 이들은, 본인들도 알고 보면 고달픈 인생일 뿐이면서 ‘지역에도 사람이 산다’는 걸 망각한다. 나라가 찢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부산이 쥔 카드는 어떤 게 있을까? 지역의 존재 자체를 자꾸 잊는 중앙 정부 엘리트 관료들이 뭘 해줄 거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우니 어쨌든 부산이, 지자체가 감당하려는 노력을 더 강화해야 할 것 아닌가?

경고신(경성·고신·신라대) 부부부부부(부산·부경·부산가톨릭·부산외국어·부산교육대) 동동동동(동아·동의·동서·동명대) 한영인(한국해양·영산·인제대). 2013년 내가 교육 담당 기자를 할 때 ‘부산권’ 4년제 대학 이름을 외우고 싶어 쓴 방법이다. 15개다. 이런 방법으로 당시의 전문대도 외울 수 있었다. 경동부(경남정보·동의과학·부산과기대) 대동부(대동·동부산·부산경상대) 부동부(부산여자·동주·부산예술대). 여기서 동부산대가 지난해 폐교했으니(올 것이 오고 있다) 모두 8개다. 합쳐서 23개다.

부산에는 대학이 많다. 대학은 의욕을 갖고 미래를 준비하는 젊은이를 저수지처럼 모으고 붙들어둘 수 있다. 학자·교수·연구인력·전문가도 대학을 중심으로 동심원처럼 포진하는 경향이 있다. 연구·교육·기술·실험·담론·창업·창작·취업 관련 활동이 대학을 바탕으로 이뤄진다. 이론적으로 그렇고 실제로도 노력이 있다. 부산 지역 많은 대학이 혁신에 성공하지 못해 대체로 역량과 활력이 많이 떨어졌다는 혹독한 비판이 지역사회에 있음을 안다. 하지만 설령 그렇다 해도 대학은 부산이 손에 쥔 중요한 자원이자 변화의 근거지이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지난 4월 취임한 뒤 실로 끊임없이 ‘지(地)·산(産)·학(學) 협력’을 강조해왔다. 지자체·산업계·대학의 협력을 강화하는 정책을 왕성하게 펼친다는 뜻이다. 그 방향을 환영한다. 물론 이 정책은 산업계와 협력하는 데 초점을 맞춘 이공계 중심이지만, 사회학자로 출발한 박 시장이 인문·사회·예술 쪽으로 시책을 확대하지 말란 법도 없다.

‘지·산·학 협력 정책’은 과연 구상대로 잘 풀릴 것인가? 이게 문제의 핵심이다. 나름대로는 여러 번 예측해봤는데, 나의 생각으로는 쉽게 풀리지 않을 것 같다. ‘디테일’ 속에 숨은 장벽이 너무 많다. 시도는 훌륭했으나 성과는 변변치 않을 수 있다. 파산할 걱정은 없는 대학과 지자체가 치열·절실하게 임하지 않을 수 있고, 고등교육을 담당하는 독립 기관인 대학과 의사를 조율하는 게 쉽지 않을 수도 있다. 공공성에 기반한 활동의 경우 보고서는 근사한데 실질은 못 미치는 결과 또한 예상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정책은 아주 꼼꼼하게 진행했으면 좋겠다. 지자체는 왜 이 사업을 하며 어떤 점을 지원할 수 있는지, 대학은 스스로 충족해야 할 조건은 무엇이고 기대효과는 어떤 것인지, 산업체는 어떻게 동참할 수 있고 언제쯤 효과를 얻을 수 있는지 계속 협의하는 구조와 과정이 중요하다. 고대 전쟁사를 읽어보면, 원래 ‘연합군’은 겉으로 강해 보이지만 원하는 바가 제각각이고 지향이 통일되지 않아 전투에서 자주 진다.

선임기자 bgjoe@kookje.co.kr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아파트 ‘팔 사람’ 더 많아…“내년 입주물량도 증가”
  2. 2북항 개발계획 전면 재검토…‘초고층 주거촌’ 오명 벗을까
  3. 3부산 사흘 만에 100명대…위중증 환자 상승 '우려'
  4. 4전국 또 다시 4천명↑ ‘단계적 일상회복’ 차질 빚나
  5. 5부산지산학협력 12호 브랜치 개소
  6. 6부산, 주말내 화창한 날씨…사흘째 건조주의보
  7. 7내년 설에는 '20만 원 한도' 농수축산물 선물 가능할까
  8. 813년간 기다린 옛 부산남부경찰서 복합개발 내달 1일 첫 삽
  9. 9박사방 음란물 재유포한 남성 '집행유예 3년'
  10. 10[날씨 칼럼] 김장 김치는 언제 담글 때 가장 맛있을까
  1. 1뒤늦은 “사죄한다”…전두환 측 “5·18 관련 아니야”
  2. 2국힘 ‘부동산 무혐의’ 이주환 탈당권고 취소
  3. 3부산시·의회 경제진흥원장 검증 날짜 놓고도 ‘으르렁’
  4. 4‘1000억 원 추가 증액’ 부산시 국비확보 총력
  5. 5[여야 선대위 인선 속도차] 이재명 측근으로 친정체제
  6. 6[여야 선대위 인선 속도차] 김종인 없이 개문발차
  7. 7이재명 “윤석열 탄소감축 목표 하향? 망국적 포퓰리즘”
  8. 8국힘 경남도지사 후보 경쟁…공천 놓고 격전 양상
  9. 9부산 부동산특위 ‘용두사미’…공천배제·실명공개 없던 일?
  10. 10윤석열·김종인 회동 접점 찾았나…김종인 “윤 후보와 이견 있는 건 아냐”
  1. 1부산 아파트 ‘팔 사람’ 더 많아…“내년 입주물량도 증가”
  2. 2북항 개발계획 전면 재검토…‘초고층 주거촌’ 오명 벗을까
  3. 3부산지산학협력 12호 브랜치 개소
  4. 4내년 설에는 '20만 원 한도' 농수축산물 선물 가능할까
  5. 513년간 기다린 옛 부산남부경찰서 복합개발 내달 1일 첫 삽
  6. 6아시아 최대 메이커축제 27일 부산과학관에서 개최
  7. 7두산중공업 1조5000억 유상증자...수소터빈 해상풍력 투자
  8. 8[속보]김성철 국제종합토건 회장 별세
  9. 9김성철 국제종합토건 회장 79세 일기로 별세
  10. 10용호부두 재개발 주민의견 듣는다
  1. 1부산 사흘 만에 100명대…위중증 환자 상승 '우려'
  2. 2전국 또 다시 4천명↑ ‘단계적 일상회복’ 차질 빚나
  3. 3부산, 주말내 화창한 날씨…사흘째 건조주의보
  4. 4박사방 음란물 재유포한 남성 '집행유예 3년'
  5. 5[날씨 칼럼] 김장 김치는 언제 담글 때 가장 맛있을까
  6. 6부산 경찰, 만취여성 머리채 잡아… 또 대응 논란
  7. 7부산대 약학 263점, 경영 233점…부경대 미디어 213점
  8. 8부산 인문 중상위권 원점수(국수탐 3개 합) 최대 31점 하락
  9. 9아이폰13·12 통화불량 지속…통신사·제조사는 ‘모르쇠’
  10. 10부산시 고위공무원 구청장 출마 “무책임한 행동” “지역발전 도움”
  1. 1잡을까 말까…롯데, 마차도 재계약 놓고 장고
  2. 2롯데 최준용, 일구회 신인상 영예
  3. 3프로야구 FA 14명 확정
  4. 4작년 세계탁구선수권 무산된 부산, 2024년 대회 따냈다
  5. 5신유빈 단식 64강서 쓴맛…전지희·서효원 3회전 진출
  6. 6휴식기 들어간 PGA 대신 유러피언·아시안투어 볼까
  7. 7'고수를 찾아서3'실전 기술의 발전? 철권 화랑의 무술, ITF태권도
  8. 8kt 방출 박승욱 롯데 입단 테스트 통과
  9. 9거물급 FA보다 알짜…정훈 ‘상한가’ 칠까
  10. 10‘코리안 메시’ 이승우의 끝없는 방황
대선주자에게 듣는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PK상임위장의 지역발전 약속
민홍철 국방위원장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2021년 6월 25일 아침에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이 땅에서 영원히 젊은이로 남은 그들
무위자연(無爲自然) 정신으로 살아가기
기고 [전체보기]
특사경으로 불법 의료기관 적발 강화해야 /이석희
낙동강하굿둑 개방, 연어의 길 연다 /양승경
기명칼럼 [전체보기]
일본 총선과 험난할 대일외교
복지국가 지속가능성과 기본소득
기자수첩 [전체보기]
기대되는 ‘걷기 도시’ 김해 /박동필
작년 산재로 스러진 882명, 세상에 당연한 죽음은 없다 /이준영
김갑수의 생각 [전체보기]
지금 한국인은 어리둥절하다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피노키오의 거짓말과 디지털 세상 속도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야망과 깜냥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시 듣고 싶은 장인의 북소리
수신(修身)을 위한 음악 선비음악
도청도설 [전체보기]
부산도 와인 대세
K-POP 인베이전
독자의 소리 [전체보기]
앞치마 입은 자영업자 영정사진 /김옥숙
슬기로운 코로나19 대처방법 /신우원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굴 ‘알쓸신잡’
한국 ‘어묵탕’과 일본 ‘오뎅’의 차이
사설 [전체보기]
시민 기대치에 한참 못미치는 부산 ‘부동산특위’
부산 울산이 사실상 ‘영구 핵폐기장’ 될 순 없다
수소칼럼 [전체보기]
수소경제는 부산 성장의 기회 /이욱태
여론 광장 [전체보기]
코로나시대 커뮤니티 비즈니스 ‘관광두레’ /조윤미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혁신, 엑스포 그리고 해리티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중국 정부가 악수를 두고 있다
장병윤의 대안 모색 [전체보기]
‘돌봄’의 마음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이재명 국감’ 관전기
일상 회복으로 가는 길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너 해봤어?
정책 제언 [전체보기]
지방대학 대위기 ‘준공영제’로 넘자 /김종한
가상화폐 정책과 블록체인 특구 /김홍배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필하모니 감상시간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지방모순’ 타파 개헌, 뭐라도 하자
‘다시’ 검찰을 생각한다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영화 속의 와인
최고의 와인은 어디에 있을까?
특별기고 [전체보기]
‘대한민국 부산호’ 항해가 성공하려면 /오성근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포디엄의 제왕
미키스 테오도라키스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수운 유덕장의 ‘묵죽도’
‘불이선란’의 인장
  • 충효예 글짓기대회
  • 맘 편한 부산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