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 빈곤층의 여름나기가 벼랑 끝을 걷는 것처럼 위태롭다. 폭염에다 4차 대유행 단계에 접어든 코로나19까지 이중고를 겪어야 하니 총성 없는 전장에 던져진 것이나 다름없다. 올해 여름은 기상 관측 이래 최악의 폭염으로 기록된 2018년에 버금가는 무더위가 엄습할 가능성이 높다는 예보가 나온 상태여서 문제가 더 심각하다. 게다가 주거 빈곤층의 다수가 노인이라, 과연 무사히 여름을 날 수 있을지 여간 걱정스럽지 않다.

쪽방촌의 열악한 실상을 보면 여름나기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 한 평 남짓한 쪽방은 찜통이나 마찬가지다. 폭염특보와 열대야가 이어지는 요즘 실내 체감온도가 35도를 웃돈다. “방이 좁아 숨만 쉬어도 열기가 후끈거리고, 선풍기 바람마저 뜨거워 잠자는 것도 힘들다”고 한다. 땀이 비오듯 흘러내리는 데도 마땅한 장소가 없어 씻지도 못한다. 기상청 예보대로 오는 20일께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폭염이 시작되면 온열질환자가 속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체 적응력이 낮은 노인은 온열질환에 특히 취약하다. 전국적으로 평균 31.4일의 폭염이 지속된 2018년에는 4526명이 온열질환으로 숨진 바 있어, 유사한 기상 상황이 나타나면 그런 재난이 재연될 수도 있다.

하지만 지자체의 대응은 안일하다. 가장 요긴한 온열질환 예방책이 무더위쉼터 운영인데, 코로나 방역에 치중하느라 폭염 대비는 소홀하다. 부산에는 1298곳이 있지만, 현재 924곳만 운영 중이다. 기장군은 경로당 마을회관 등 관내 모든 무더위쉼터의 문을 닫았다. 코로나 상황이 악화되면 운영을 중단하는 무더위쉼터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변이 확산으로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는 터라 지자체가 코로나 방역에 민감한 건 이해 못할 바가 아니나, 무더위쉼터를 폐쇄하는 건 문제가 있다. 무더위쉼터의 주 이용객인 65세 이상 노령층은 이미 코로나 백신 접종을 완료한 터다. 그런 만큼 폭염이 심한 시간대에만 제한적으로 문을 여는 등 운영의 묘를 발휘할 필요가 있다.

폭염은 코로나 만큼 위험하다. 고령층에겐 특히 그렇다. 그 위험성을 간과해선 안 된다. 지난해 초 코로나19가 발생한 뒤 지금까지 국내 관련 사망자가 2050명으로 집계됐다. 그런데 온열질환 사망자는 2018년 한 해에만 그 수치의 배가 넘는다. 무더위쉼터를 폐쇄해 다수 노인이 온열질환에 무방비로 노출된 상태에서 2018년과 같은 폭염이 닥칠 경우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는다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겠나.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대륙에선 폭염 사망자가 쏟아지고 있다. 다수가 온열질환에 취약한 노인이다. “에어컨이 작동되는 실내에 머무르게 하고, 물을 많이 마시게 해야 한다”는 노인 보호 강화 목소리가 높다. 지난 12일 부산에서 70대 남자가 온열질환으로 쓰러지고, 경남에선 21명의 온열질환가가 발생하는 등 우리 지역에서도 차츰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대처가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