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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이 칼럼] 보편적 복지 vs 기본소득

  • 이상이
  •  |   입력 : 2021-07-15 19:53:41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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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8시쯤, 송영길 대표와 이준석 대표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합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제1야당이 주장하던 ‘훨씬 강화된 소상공인 지원’과 민주당 지도부가 추진하던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주고받는 식으로 합의한 것이다. 이는 희한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일관되게 무차별적 현금 지급을 반대했던 국민의힘은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수용해선 안 되고, 당정합의를 통해 소득 하위 80%를 지급 대상으로 삼기로 결정했던 민주당은 야당과 ‘전 국민 지급’을 합의해선 안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합의 소식이 전해지자 정치권은 술렁거렸고, 국민과 당원들도 혼란에 빠졌다. 그런데 100분 만에 합의의 취지가 잘못 알려졌다면서 국민의힘 쪽에서 정정 공지가 나왔다. 원래의 입장을 고수한 것인데, 이는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와 의원들이 이준석 대표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 합의를 즉각 거부했기 때문이다. 당정합의를 파기하며 여야합의를 이루었던 민주당 지도부는 우스운 꼴이 되었고, 여야 대표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 합의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던 이재명과 추미애 후보도 난처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민주당 지도부는 국무총리의 33조 원 추경예산안 시정연설까지 마친 재난지원금 지원 방안을 왜 이렇게 뒤집으려고 애를 쓸까. 어느 나라도 추진하지 않는 무차별적 획일주의 방식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그것도 제1야당 대표와 밀실 협상을 하면서까지 관철시키려고 했을까. 게다가 이재명과 추미애 후보는 왜 양당 대표의 합의에 즉각적인 환영 메시지를 냈을까. 재정 지출의 원칙과 건전한 상식에 비춰볼 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을 민주당 지도부가 추진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해 8월 이후의 긴 사회적 거리두기 끝에 지난 6월을 기점으로 방역 상황이 좋아지자 소비 진작과 경제 활성화를 위한 5차 재난지원금 이슈가 정치의 전면에 등장했다. 정부는 피해 맞춤형 소득 보전에 더해 재난지원금을 소득 하위 70%에게 지급할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재난지원금에 ‘기본소득 원리’를 적용하길 원했다. 그래서 어떤 조건도 부과하지 말고(무조건성) 모두에게 똑같이(보편성) 개인 단위로(개별성)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자고 주장했다. 당정 간의 긴 논의 끝에 민주당의 요구가 대부분 관철됐다. 다만, 소득 상위 20%에게는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 민주당은 지난 7일의 의원총회를 계기로 다시 ‘전 국민’ 지급 방안을 강력하게 주장하며 기존 당정협의 결과를 뒤엎으려고 끈질기게 애쓰고 있다.

왜 그럴까. 바로 기본소득 때문이다. 기본소득 주창자인 이재명 후보는 지난 6일 “세금은 더 많이 내는데 재난지원금 대상에서 배제하는 것은 이중 차별”이라며 “재원 부족이 문제라면 차별 없이 20만 원을 지급할 수도 있다”고 했다. 모두에게 20만 원씩 지급하자는 것인데, 이럴 경우 소득 상위 20%가 20만 원을 받으면서 25만 원씩 받기로 되어 있던 소득 하위 80%는 5만 원씩 덜 받게 된다. 이는 정의롭지 못한 분배인데, 무차별적 획일주의라는 재정 할당의 ‘기본소득 원리’가 초래하는 폐해다.

그러니까, ‘기본소득 원리’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은 모두에게 획일적으로 동일 금액을 지급하는 것이므로 필요에 상응하는 지원 방안인 ‘보편적 복지 원리’에 비해 필요 충족의 복지 효과, 소비 진작의 경제 효과, 그리고 소득재분배 효과가 모두 열등하다. 그럼에도 재정 지출 효과가 열등한 이런 무차별적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관철하기 위해 기존 당정협의마저 뒤엎으려는 민주당의 어이없는 정치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하겠다.

재난지원금 지급은 필요에 상응하는 지원을 의미하는 ‘보편적 복지 원리’를 따라야 한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모든 복지국가들은 재정 지출에서 이 원리를 적용하고 있다.

적극적 재정 원칙에 따라 마련된 재난지원금 총액으로 당정이 합의한 ‘소득 하위 80%’를 지원한다면, 모두에게 동일 금액이 아니라 소득 계층을 3개 구간으로 나누고 하후상박 원칙에 따라 차등 지원하는 것이 옳다. 소득 하위 30%에 3배, 30∼60%에 2배, 60∼80%에는 1배를 지급하는 방식이 그것이다. 그리고 개인 단위가 아니라 지난해 1차 재난지원금 지급 때처럼 가구원 수에 따른 가구 단위의 점감 방식 지원이 합당하다.

코로나19 4차 유행으로 방역 여건이 나빠졌다. 자영업자·중소상공인과 경제적 약자들에게 큰 고통이 닥칠 것이므로 재정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손실 보상 예산을 늘려야 한다면, 재난지원금은 소득 하위 50%에게 차등 지급하는 것이 옳다. 모든 복지국가들이 재정 지출의 원칙으로 삼고 있는 ‘보편적 복지 원리’를 따르자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를 어기고 특정 세력의 정치적 이익을 도모하려는 ‘기본소득 포퓰리즘’ 정치는 반드시 배격되어야 한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장·제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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