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이 만난 것은 24년 전이다. 당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하 윤석열)은 성남지방검찰청에 근무하던 초보 검사였고 이재명 경기도지사(이하 이재명)는 성남에서 활동하던 초보 변호사였다. 윤석열은 열심히 활동하고 변론도 잘했던 인물로 이재명을 기억했다. 24년 지난 지금 두 사람은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를 놓고 용쟁호투를 벌이고 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그림이다.
일각에서 ‘4자 대결론’을 내놓기도 했으나 이번 대선은 양강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 과거 한때 위력을 떨쳤던 ‘제3세력’ ‘중도세력’은 존재할 공간이 사라졌다. 정권을 재창출하느냐, 정권을 교체하느냐의 싸움이 됐다. 이 강력한 싸움에서 중도 세력이 독자적으로 세력을 구축하는 것은 힘들고 시기적으로 이미 늦었다. ‘제3세력’의 대표격이었던 국민의당이 국민의힘과 합당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 반증이다. 이 또한 큰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것에서 보듯 이미 구도가 양자 대결로 잡혔다. 이재명-윤석열, 윤석열-이재명 양강 구도는 큰 이변이 없는 한 본선까지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두 사람은 같은 점도 있고 다른 점도 있다. 밀도 차이는 있겠지만 두 사람이 심정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것은 우선 ‘반문(反文) 정서’일 것이다. 이재명은 지난 2018년 경기도지사에 출마했을 때 친문 세력의 엄청난 공세에 시달렸다. 이재명은 이해찬 전 총리, 이종석 강금실 전 장관 등의 지지를 바탕 삼아 정면 돌파를 하는 중이다. 윤석열은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수사를 기점으로 친문 세력의 공적이 됐다. “이 정권이 저지른 무도한 행태는 일일이 나열하기도 어렵다. 정권과 이해관계로 얽힌 소수의 이권 카르텔은 권력을 사유화하고, 책임의식과 윤리의식이 마비된 먹이사슬을 구축하고 있다”고 주장한 윤석열의 출마선언문이 ‘반문(反文) 정서’를 보여준다.
법조인 출신으로 강단 있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검사’ 윤석열은 이명박 박근혜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을 감옥에 보내는 등 ‘적폐청산 수사’를 진두지휘했다. 검찰총장 시절에는 권력에 맞섰다. ‘변호사’ 이재명은 ‘사이다 발언’과 추진력 있는 행정을 펼쳐서 인기를 얻었다. ‘이재명이 한다면 할 것 같다’는 이미지를 얻었다. 중도층에게 일정한 호소력이 있다는 점도 같다. 즉 두 사람의 지지층이 일부 겹친다. 따라서 앞으로 두 사람의 ‘중도층 잡기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질 것이다. 단점으로 생각되지만 내 편, 네 편의 구분이 뚜렷하다는 것도 공통적이다.
그렇다면 다른 점은 무엇일까. 우선 윤석열은 서울에서 태어난 금수저 출신이고 이재명은 경북 안동에서 태어난 흙수저 출신이다. 윤석열의 부친은 교수였다. 비교적 유복한 가정에서 성장했다. 반면 이재명은 13살 때 성남으로 올라와 공장 여섯 곳에서 일하며 힘들게 살았다. 그 과정에서 팔이 굽는 장애도 얻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검정고시로 마쳤다. 두 사람의 사회활동도 다르다. 윤석열은 27년 간 검사로서 공직 생활을 했다. 이재명은 변호사로서 시민운동을 하다가 행정가로 성장했다.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이재명은 정권재창출을 꿈꾸고 윤석열은 정권교체를 꿈꾼다는 점이다. 윤석열은 ‘국민의힘’을 넘어 중도, 진보 일부까지 포괄하는 정권교체를 꿈꾼다. 이재명은 ‘더불어민주당’을 넘어 중도, 보수 일부까지 포괄하는 정권재창출을 꿈꾼다.
대통령선거는 과거에 대한 심판이기도 하지만 미래 비전에 대한 평가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미래지향적 정치’(이재명) ‘덧셈 정치’(윤석열)를 말했지만 돼가는 모습은 그게 아닌 것 같다. ‘X파일’ ‘쥴리’가 나오더니 ‘김부선 스캔들’ ‘형수 욕설’에 이어 ‘미군은 점령군’ 얘기까지 나왔다. 대선후보 경선전 초반 흐름이 미래보다는 과거와 관련한 거친 공방전으로 펼쳐지는 모양새다. 어쩌면 이번 대선에서 두 사람이 맞붙는다면 역대 어느 대통령선거보다 ‘과거형’ 선거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집권 이후의 국가 운영 방안을 놓고 같은 점, 다른 점을 비교 분석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시사평론가·한양대 겸임교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