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강서구는 산업단지와 더불어 중소기업이 밀집해 있는 지역이다. 지자체장으로서 중소기업 여러 곳을 방문하면서 코로나19로 인한 기업 경영이 더 어려워졌음을 실감하고 안타깝기 그지 없었다. 지난 7년간 단체장으로서 업무를 수행하며 느낀 점은 기업 지원을 위한 정책을 펼친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다. 바로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법률의 장벽 때문이다.
최근 강서구 대저2동 서부산유통지구 내 철강유통단지 업주들로 구성된 부산시철강판매업협동조합은 사업장 진출입로의 과도한 도로점용료가 부담이 된다며 제도 개선을 호소했다. 인근 부산티플렉스 입주업체들은 교통유발부담금을 4배나 더 물어야 할 안타까운 처지에 직면했다.
도로점용료는 기업이 공공의 도로를 진출입로로 이용하는 경우 그 관리자인 지자체에 지불하는 사용료이다. 도로법 시행령에 따라 공시지가에 일정 요율을 곱해 산정된다. 더구나 지가가 상승하면 도로점용료도 따라 오른다. 이들이 점용한 도로의 공시지가가 아닌 철강유통단지(상업지)의 지가로 결정된다. 따라서 매년 부담이 늘 수밖에 없는 불합리한 구조다. 실제 철강유통단지의 도로점용료는 2013년 2345만 원에서 2020년 4854만 원으로 7년 새 배 이상 증가했다.
심지어 점용 부분의 진출입로 시설 공사비도 기업이 부담한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도로 점용이라는 것이 차도에서 사업체로 연결되는 인도를 단순히 출입구로 이용할 뿐이고, 점용 이후에도 해당 도로는 여전히 공익적 목적으로 이용됨에도 공사비조차 기업이 부담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하지 않겠는가.
부산티플렉스 입주업체들에 부과되는 교통유발부담금 또한 이와 같다. 교통유발부담금은 교통 유발 원인자가 교통혼잡비용의 일부를 부담하는 것으로 시설물의 면적과 단위부담금, 교통유발계수를 각각 곱해 산정한다.
강서구는 2016년부터 도소매 등 판매시설을 운영하는 부산티플렉스 입주 업체에 대해 가장 낮은 교통유발계수인 1.68을 적용해 교통유발부담금을 부과해 왔다. 도시교통정비 촉진법에 따라 이용자 수, 매출액, 교통혼잡 정도, 시설물의 용도, 시설물의 위치·규모·특성 등을 고려했다.
그런데 부산시는 티플렉스 전체를 대규모 점포시설에 해당된다며 교통유발계수중 가장 높은 요율인 7.21을 적용해 부담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2021년 감사에서 지적했다. 이렇게 되면 이곳 점포의 업주들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 동안 13억 2400만 원의 교통유발부담금을 더 내야 할 형편이다. 이는 행정의 신뢰성을 잃는 부당한 행위다. 교통유발계수 7.21은 대형마트 백화점 복합쇼핑몰 같은 대규모 점포에 부과되는 요율이다. 부산티플렉스는 산업용품을 판매하는 소상공인이 모인 단지이다. 일반적인 대규모 점포와는 그 정도가 확연히 다르다.
교통혼잡을 더 야기하는 각종 차량이 많이 드나드는 제조업은 교통유발부담금을 전혀 내지 않는데 단지 도소매 판매업이라는 이유로 부담금을 내야 하는 불공평한 처사도 당하고 있다. 이에 강서구는 철강유통단지의 도로점용료 부과는 상업지의 지가가 아닌 도로의 공시가격으로 산정할 것을 시에 건의하고, 부산티플렉스의 교통유발부담금도 재심의를 신청했다.
시도 어떻게 하면 세금을 더 거둘까 고민 말고 앞으로 교통혼잡 정도와 시설물의 위치 등을 감안, 감면과 차등 부과할 수 있는 조례 개정에 나서야 한다. 나아가 이처럼 기업 경영에 어려움을 주는 도로점용료와 교통유발부담금을 아예 부과하지 않도록 중앙부처에 적극 건의하는 게 어떤가. 정부와 광역단체장의 좋은 기업정책과 기업친화적 마인드가 기업 의욕을 북돋우고 산업 발전을 가져온다는 사실을 직시하길 바란다.
부산 강서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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