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특히 성인들은) 왜 책을 읽지 않는가’라는 질문의 답은 무궁무진하다. 지금 머리에 떠오른 생각이 정답에 가깝다. 다만 독서라는 행위에 애정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질문 자체에 의구심을 품을지도 모른다. ‘이토록 재미있는 독서를 멀리한다면 무엇을 가까이할 수 있단 말인가’며 되레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초 단위로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느림의 미학인 독서는 일련의 걸림돌이 된다. 숙면이 절실한 사람에게는 그 어떤 벗보다 중요한 존재가 된다.

지난 4월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에서 ‘국민독서실태조사 용역’ 입찰정보가 올라왔다. 문체부는 2년마다 국민의 독서 실태를 조사해 보고한다. 일반인에게는 수많은 데이터 취합 자료 중 하나지만, 책과 일련의 연을 두는 사람들에게는 꽤 중요한 자료다. 흔히 상식으로 여기는 ‘사람들은 책을 안 읽는다’가 객관적인 데이터에 기반을 둔 사실에 가까운 명제임을 알 수 있다. 아마도 올해 가을 즈음에 독서 실태와 관련한 최신 데이터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나를 포함해 주변에서 책과 관련된 업을 하는 몇몇은 이번 조사 결과에 유독 관심을 둔다. 코로나 시대라는 급격한 환경의 변화 속에서 독서의 위치가 어디쯤 머물고 있을지 궁금하다. 일련의 데이터를 보면 독서는 제2의 전성기를 누리는 것처럼 보인다. 출판 관련 조사 전문 업체인 NPD 북스캔에 따르면 2020년 미국 내 도서 판매량은 9억 4200만 권으로 전해보다 9% 상승했다. 2004년 조사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특히 종이책은 전년 대비 8.2% 증가함으로써 2009년 이후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다. 종이책의 시대가 저문다는 현시대에서 가히 놀라운 결과다. 영국과 일본도 2019년 대비 도서 판매량이 2%, 4.3% 증가했다.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한출판문화협회가 밝힌 ‘2020년 출판시장 통계’에 따르면 78개 출판 기업의 2020년도 총 매출액은 4.1% 감소했으나, 대부분 교육출판 부문에서 한정되었다. 온·오프라인 서점 3사의 2020년 총 매출액은 전년 대비 17.4% 증가했다. 특히 코로나가 삶에 본격적으로 침투했던 2020년 3~4월에는 온라인 도서 거래액이 급격하게 증가했다. 사람들이 책을 안 읽는다고 굳건히 믿는 누군가에게는 놀라운 데이터일 수밖에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현업에서 활동하는 일부 출판사, 작가들은 앞선 데이터와 상반된 견해를 보인다. 비대면으로 인해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읽힐 아동·청소년 도서의 판매량만 증가했을 뿐, 성인의 독서는 ‘기존’과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이 말하는 기존이란 유지 혹은 정체를 말하지 않음을 데이터를 통해 알 수 있다. 1994년 독서 실태 조사를 시행한 이후 대부분의 성인 독서 데이터는 매년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2019년 조사에 따르면 1년 동안 교과서, 수험서 외 1권 이상 읽었다고 여기는 성인의 종이책 독서율은 52.1%이다. 즉 성인 2명 중 1명은 독서와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 독서량도 마찬가지다. 비독서자를 포함한 성인 평균 연간 독서량은 6.1권이다. 두 달에 한 권꼴로 책을 완독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연평균 책 구매 지출액 역시 종이책 기준 3만5천 원이다. 도서관이라는 좋은 시스템을 적절하게 사용하는 긍정적인 면으로 볼 수 있으나, 누군가에게는 한 끼 식사에 가까운 소비금액임을 부정하기란 힘들다.

외부에서 제시하는 다양한 데이터를 두고 예측했을 때 2021년 독서실태조사는 성인 독서의 참담한 흑역사를 중단시키는 기념비적인 역할을 할지도 모른다. 반대로 많은 사람이 자연스럽게 예상하는 암울한 현실의 모습을 보일 수도 있다. 책과 관련한 일을 하는 한 사람으로서 전자이길 바라지만, 어느 쪽이든 사람들에게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중요한 데이터가 될 것이다.

김성환 작가·‘우리가 글을 쓴다면’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