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기고] 근로자 우선시한 택시 노사 ‘최저임금 합의’ /장성호

  • 장성호 부산시택시운송사업 조합 이사장
  •  |   입력 : 2021-06-20 19:34:24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1년 이상 이어지는 코로나19 사태로 택시 업계도 손님이 급감해 직격탄을 맞았다. 부산 택시 업계는 이미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택시 업계는 요즘 ‘최저임금 소송’으로 더욱 휘청이고 있다.

2019년 4월 나온 대법원 판결의 영향 때문이다. 대법원은 택시회사들이 노사 합의로 택시 근로자의 소정 근로시간을 단축한 것을 최저임금법을 빠져나가려는 행위로 보고 무효로 판결했다. 이후 전국의 택시 근로자들이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택시회사를 상대로 줄소송에 나섰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부산지역 택시회사 96곳 가운데 94곳이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피소된 상태다. 지역 택시 근로자가 회사로부터 덜 받았다고 주장하는 최저임금 청구 금액을 모두 합치면 무려 350억 원에 이른다. 추가로 소송이 확대되고, 이후 사측이 최종 패소할 경우 개별 택시회사는 평균 10억~20억 원의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최악의 경우 사업을 접어야 할 상황이 닥친 것이다.

택시 근로자는 회사에 입금하는 사납금을 뺀 초과운송수입금을 모두 가져간다. 택시 업계 입장에선 택시 근로자에게 약정한 임금을 꼬박꼬박 주는 데다 초과운송수입금을 별도로 인정해주는데도 통상 근무시간에 따른 최저임금 차액을 더 지급하라는 대법원 판결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사실 대법원 판결은 택시 요금 인상과 사납금 변동 상황 등 업계 내부 사정을 꼼꼼히 살피지 못한 한계가 있다. 만약 택시 요금이 인상되면 택시 근로자의 입장에선 사납금을 버는 시간이 줄어든다. 반대로 오로지 자신의 수입으로 가져가는 초과운송수입금을 버는 시간은 늘어난다. 요금 인상 이후 택시 근로자가 예전과 똑같은 수준의 수입금을 버는 데는 요금 인상 전보다 훨씬 적은 근로시간으로 가능하다.

이처럼 요금 인상은 택시 근로자의 근무 형태와 근로 시간에 큰 변동을 주는데 대법원은 이를 전혀 감안하지 않았다. 택시 근로자의 수입은 승객에게 받은 총 운송수입금에서 사납금을 내고 남은 초과운송수입금과 회사에서 받는 월 고정급으로 이뤄진다. 택시 요금 인상 이후 회사가 택시 근로자에게 임금을 더 지급하려면 사납금을 올려야 하는데, 이는 택시 근로자의 초과운송수입금 감액으로 이어진다. 또한 사납금 증액분에서도 부가세, 4대 보험료 등이 공제되기 때문에 근로자는 증액 납부한 사납금을 임금으로 모두 되돌려 받을 수도 없다. 따라서 택시 근로자의 입장에서 사측의 임금 인상은 오히려 실질소득 감소로 이어지게 된다. 결국 택시 근로자는 사납금을 더 내고 임금을 더 받는 것보다 세금 등을 떼이지 않고 자신이 고스란히 가져가는 초과운송수입금이 늘어나는 것을 선호한다.

부산 택시 요금은 대략 3, 4년마다 인상됐다. 그때마다 사납금 인상을 꺼리는 택시 근로자의 요구를 반영해 택시 업계는 사납금 인상을 최소화하고 소정근로시간을 조정하는 노사 합의 관행을 이어 왔다. 이는 형식적인 소정근로시간 단축이 아닌 택시 근로자의 실수입 향상을 위한 ‘친근로자’ 합의안이었다. 노사가 동등한 지위에서 만든 합의는 반드시 존중되어야 한다. 노사가 서로 대등한 입장에서 이룬 합의 내용이 대법원 판단에 의해 뒤늦게 뒤집어지는 건 불합리하다. 이로 인해 사업주는 많은 불이익을 입고 근로자는 생각하지도 않았던 이익을 얻게 되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다. 이처럼 대법원 판결의 문제점이 계속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르면서 유사한 내용의 후속 사건이 현재 대법원에서 심리 절차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대법원 스스로 문제점을 인식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택시 노사의 최저임금 갈등은 택시 사업주가 직접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택시는 대중교통은 아니지만 국민이 이용하는 만큼 공공성이 매우 짙다. 이 때문에 사법부의 오판으로 택시회사들의 존립이 위태로워진다면 그 파장 또한 적지 않을 것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택시 근로자가 공동의 과제로 인식하고 머리를 맞대 이 문제를 슬기롭게 풀어야 한다.

장성호 부산시택시운송사업 조합 이사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HD현대중공업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 부결노사 갈등 커질 듯
  2. 2‘부캉이’ 그물도 무용지물…하루만에 수로 안으로
  3. 3김민석 “차기 총선 주 싸움터는 한강 아니라 낙동강”
  4. 41244회 로또복권 1등 18명…당첨금 16억469만 원
  5. 5[속보]만취상태로 예인선 오르던 선원 추락사…법원 “직무상 재해”
  6. 6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40.8원… 전주보다 0.9원 ↓
  7. 7LH 미매각 토지 22조 육박…19년간 못 판 상업용지도
  8. 8[속보] 투자사기 치고 돈세탁은 카지노 칩으로…40대 징역 1년8개월
  9. 9[속보] 영화 ‘암살자(들)’ 투자 외부 개입 논란에…국책은행 “사실무근”
  10. 10트럼프 “韓 알래스카 안 해도 괜찮다…더 청구하면 돼”
  1. 1김민석 “차기 총선 주 싸움터는 한강 아니라 낙동강”
  2. 2李대통령, ‘정청래 그만 괴롭히라’는 글에 “괴롭힌 거 아냐”
  3. 3軍 “北, 동해상으로 미상 발사체 발사”
  4. 4추미애 “김지용, 언제든 국민과 정의에 등 돌릴 수 있는 자”
  5. 5靑, 北 탄도미사일 발사에 긴급회의…“안보리 위반, 즉각 중단 촉구”
  6. 6‘교정시설 조성 지원 특별법’ 발의…부산구치소·교도소 통합 뒷받침
  7. 7[속보] “전두환 내란 아냐” 김태규 ‘제명 촉구 결의안’의결
  8. 8김민석 부산 찾아 “전재수 시정 성공시키겠다”
  9. 9李대통령 “우크라, 상대국 원수 거짓말쟁이 만들어…사과 거부시 추가 조치”
  10. 10부산 국힘 “보좌진 유죄 선고…전재수 시장, 시민에 사과해야”
  1. 11244회 로또복권 1등 18명…당첨금 16억469만 원
  2. 2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40.8원… 전주보다 0.9원 ↓
  3. 3[속보] 영화 ‘암살자(들)’ 투자 외부 개입 논란에…국책은행 “사실무근”
  4. 4"삼전닉스 ETF 출시 때 투자자 보호 대신 시장 확대만 급급"
  5. 5예가람저축은행 해킹 피해로 고객 4만명 정보 유출
  6. 6현대캐피탈도 해킹 피해…주택대출 모집인 146명 개인정보 유출
  7. 7당국, '해킹사고' 확산에 내일 금융업권 긴급소집
  8. 8“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9. 9삼성중공업, 올해 LNG운반선 20척 수주. 글로벌 경쟁력 입증
  10. 10"건보료 재정누수 심각…1000만원 초과 고액체납 2배 급증"
  1. 1HD현대중공업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 부결노사 갈등 커질 듯
  2. 2‘부캉이’ 그물도 무용지물…하루만에 수로 안으로
  3. 3[속보]만취상태로 예인선 오르던 선원 추락사…법원 “직무상 재해”
  4. 4LH 미매각 토지 22조 육박…19년간 못 판 상업용지도
  5. 5[속보] 투자사기 치고 돈세탁은 카지노 칩으로…40대 징역 1년8개월
  6. 6“바다로 안 돌아갈래”…‘부캉이’ 추가 구조 없이 당분간 움직임 주시
  7. 7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8. 8“택시부제 풀었더니 매출이 쑥”…밀양시, 시범운영 거쳐 전면 해제
  9. 9“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10. 10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1. 1[속보] '짜릿한 역전극' 14세 최지운, AG 요트 소년부 금메달
  2. 2이우석, 양궁 리커브 남자 개인전 金…단체전까지 2관왕
  3. 3태권도 송다빈, 여자 67㎏초과급 금메달…겨루기 첫 金 수확
  4. 4서채현, 아시안게임 스포츠클라이밍 여자 리드 금메달
  5. 5한국, AG 남자 축구 4회 연속 금메달…결승 한일전 1-0 승리
  6. 6송교창·최준용 빠진 KCC…‘루이스 킹’ 희망될까
  7. 7KLPGA 대회 처음 부산서 여는 HJ重… “지역과 상생할 것”
  8. 8메치고 쏘고…한국 유도·양궁 ‘금빛 데이’
  9. 9한국 여자 양궁 단체전 인도에 져 은메달…8연패 무산
  10. 10성적 부진·단장 공백·감독 결별·구단주 경고…김해FC ‘사중고’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인공지능 정렬’ 골든타임 놓치지 말라
자동화의 세상에서 지능화의 세계로
국제칼럼 [전체보기]
개헌 말하려면 헌법 준수부터
나림 이병주, 더 일찍 법(法)으로 통(通)했다
기고 [전체보기]
전문대학을 소개합니다
상어가 떠난 뒤, 북항에 남겨야 할 것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영산회상, 불교음악에서 풍류음악으로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민원인(들)
AI 패권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공동선(Common Good)’으로서 간병 복지
직업병에 대한 자세, 무지와 고의 사이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지독한 집념이 세운 로컬 자산, 대한도기
사설 [전체보기]
생곡소각장 정치적 셈법보다 원칙대로 추진해야
알래스카 LNG, 협력하되 국익이 최우선이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청년기본법, 청년친화도시
인공지능(AI)과 인류 멸종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무(武)
의료 전문성이 병원 밖 나가는 길 열어야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