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이상 이어지는 코로나19 사태로 택시 업계도 손님이 급감해 직격탄을 맞았다. 부산 택시 업계는 이미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택시 업계는 요즘 ‘최저임금 소송’으로 더욱 휘청이고 있다.
2019년 4월 나온 대법원 판결의 영향 때문이다. 대법원은 택시회사들이 노사 합의로 택시 근로자의 소정 근로시간을 단축한 것을 최저임금법을 빠져나가려는 행위로 보고 무효로 판결했다. 이후 전국의 택시 근로자들이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택시회사를 상대로 줄소송에 나섰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부산지역 택시회사 96곳 가운데 94곳이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피소된 상태다. 지역 택시 근로자가 회사로부터 덜 받았다고 주장하는 최저임금 청구 금액을 모두 합치면 무려 350억 원에 이른다. 추가로 소송이 확대되고, 이후 사측이 최종 패소할 경우 개별 택시회사는 평균 10억~20억 원의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최악의 경우 사업을 접어야 할 상황이 닥친 것이다.
택시 근로자는 회사에 입금하는 사납금을 뺀 초과운송수입금을 모두 가져간다. 택시 업계 입장에선 택시 근로자에게 약정한 임금을 꼬박꼬박 주는 데다 초과운송수입금을 별도로 인정해주는데도 통상 근무시간에 따른 최저임금 차액을 더 지급하라는 대법원 판결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사실 대법원 판결은 택시 요금 인상과 사납금 변동 상황 등 업계 내부 사정을 꼼꼼히 살피지 못한 한계가 있다. 만약 택시 요금이 인상되면 택시 근로자의 입장에선 사납금을 버는 시간이 줄어든다. 반대로 오로지 자신의 수입으로 가져가는 초과운송수입금을 버는 시간은 늘어난다. 요금 인상 이후 택시 근로자가 예전과 똑같은 수준의 수입금을 버는 데는 요금 인상 전보다 훨씬 적은 근로시간으로 가능하다.
이처럼 요금 인상은 택시 근로자의 근무 형태와 근로 시간에 큰 변동을 주는데 대법원은 이를 전혀 감안하지 않았다. 택시 근로자의 수입은 승객에게 받은 총 운송수입금에서 사납금을 내고 남은 초과운송수입금과 회사에서 받는 월 고정급으로 이뤄진다. 택시 요금 인상 이후 회사가 택시 근로자에게 임금을 더 지급하려면 사납금을 올려야 하는데, 이는 택시 근로자의 초과운송수입금 감액으로 이어진다. 또한 사납금 증액분에서도 부가세, 4대 보험료 등이 공제되기 때문에 근로자는 증액 납부한 사납금을 임금으로 모두 되돌려 받을 수도 없다. 따라서 택시 근로자의 입장에서 사측의 임금 인상은 오히려 실질소득 감소로 이어지게 된다. 결국 택시 근로자는 사납금을 더 내고 임금을 더 받는 것보다 세금 등을 떼이지 않고 자신이 고스란히 가져가는 초과운송수입금이 늘어나는 것을 선호한다.
부산 택시 요금은 대략 3, 4년마다 인상됐다. 그때마다 사납금 인상을 꺼리는 택시 근로자의 요구를 반영해 택시 업계는 사납금 인상을 최소화하고 소정근로시간을 조정하는 노사 합의 관행을 이어 왔다. 이는 형식적인 소정근로시간 단축이 아닌 택시 근로자의 실수입 향상을 위한 ‘친근로자’ 합의안이었다. 노사가 동등한 지위에서 만든 합의는 반드시 존중되어야 한다. 노사가 서로 대등한 입장에서 이룬 합의 내용이 대법원 판단에 의해 뒤늦게 뒤집어지는 건 불합리하다. 이로 인해 사업주는 많은 불이익을 입고 근로자는 생각하지도 않았던 이익을 얻게 되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다. 이처럼 대법원 판결의 문제점이 계속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르면서 유사한 내용의 후속 사건이 현재 대법원에서 심리 절차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대법원 스스로 문제점을 인식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택시 노사의 최저임금 갈등은 택시 사업주가 직접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택시는 대중교통은 아니지만 국민이 이용하는 만큼 공공성이 매우 짙다. 이 때문에 사법부의 오판으로 택시회사들의 존립이 위태로워진다면 그 파장 또한 적지 않을 것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택시 근로자가 공동의 과제로 인식하고 머리를 맞대 이 문제를 슬기롭게 풀어야 한다.
장성호 부산시택시운송사업 조합 이사장